조너던 와이너의 <핀치의 부리>에서 읽은 겁니다. "이 세계적인 저항운동을 연구하는 진화학자들은 네 부류의 적응이 일어난 것을 본다. 공격받는 곤충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경로가 네 가지이기 때문이다." 첫째, 곤충은 그냥 피할 수 있다.
'이 세계적인 저항운동'이란, 다름아니라 살충제에 맞선 곤충들의 저항을 얘기하는 겁니다. 인간은 자신들을 위해, 어느 한 종류의 동물을 아예 절멸시키겠다는 생각을 서슴지 않고 하지요. 그리고 그것을 실천에 옮겨, '살충제'라는 핵폭탄(벌레들 입장에서는)을 만들어냅니다. 하긴, 같은 인간들을 겨냥해서도 핵폭탄을 터뜨리는 종이 우리들일진대, 그깟 나방이나 나비, 파리 따위야 안중에 있겠습니까.
그러나 곤충들은 '적응'을 합니다. 토인비 식으로 보자면 인간의 도전에 대한 곤충의 '응전'인 셈입니다.
아프리카의 말라리아 모기 계통은 오두막으로 날아들어가 사람을 찌른 다음, 벽에 앉아 음식을 소화시킨다. 1950~60년대에 건강한 노동자들은 오두막 벽에 DDT를 뿌리기 시작했다. 불행히도 모든 마을에는 창문을 통해 들어와서 물고는 곧장 밖으로 나가는 모기가 일부 있었다.
수백만 마리의 모기가 죽었지만, 이 일부 모기는 살아남아 수를 늘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에 있는 거의 모든 모기가 '물고 달아나는 모기'가 됐다.
둘째, 만일 피할수 없다면 곤충은 농약이 피부 밑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는 방법을 진화시킬 수 있다.
일부 배추좀나방은 피레드로이드가 뿌려진 잎에 앉으면, 중독된 다리를 떼어놓은 채 날아간다. 이것은 '다리 떼어놓기' 라고 알려진 적응방법이다.
셋째, 만일 농약이 스며드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곤충은 해독제를 진화시킬 수도 있다.
쿨렉스 피피엔스라는 모기 종은 지금 대량의 유기인계 살충제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그 모기는 에스테라아제라는 효소집단을 이용해 농약을 사실상 소화시킨다. 이 에스테라아제를 만드는 유전자는 대립유전자 B1과 B2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쿨렉스 피피엔스의 많은 계통이 두 대립유전자의 복사본을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만일 해독제를 진화시킬 수 없다면 곤충은 내부 회피를 찾아낼 수도 있다.
농약은 곤충의 몸 내부 어딘가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 곤충은 이 표적을 작게 하거나 옮기거나 없앨 수 있다. 네 유형의 적응, 네 종류의 생존전략 중 이것이 가장 달성하기 어려운 진화이다.
오만한 인간에게 엿을 먹이는 곤충의 다단계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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