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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에 노벨상을 수상한 미국인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책입니다. 사이언스북스에서 출간했구요, 두 권으로 돼 있습니다. 원제는 'Surely You're Joking, Mr. Feynman!'입니다.
'파인만의 책'이라고 했는데, 정확하게 말하자면 파인만이 주위 사람들에게 털어놓은 인생의 에피소드들과 추억, 그가 저지른 온갖 장난을 구술 식으로 정리해놓은 겁니다. 회고록이나 자서전이라고 하면 좀 무겁겠고, 에세이집이라고 하기에도 좀 그렇고...장르를 구분하기가 힘든 것은 이 파인만이라는 사람이 워낙 '별난' 사람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제가 북리뷰팀 주변을 기웃거리면서 건져낸 보석입니다. 마음에 드는 책을 연거푸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올해에는 책 복이 있는 것 같습니다.
파인만은 1918년 생입니다. 오래된 사람이죠. 세상을 떠난지가 이미 12년이나 됐구요. MIT와 프린스턴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하고 코넬대학과 캘텍에서 교수생활을 했죠. 브라질에서 잠시 강의를 하기도 했구요. 여러 방면으로 취미가 다양해서, 자기가 그린 그림들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고 발레음악을 연주하기도 했다는군요.
파인만은 어린 시절부터 머리가 아주 좋았던 모양입니다. 주변에 보면 라디오 따위를 분해해보고 가전제품들 뜯어고치고 복잡한 산수 계산도 아주 잘하는 애들이 있잖아요. 파인만은, 미국 영화에 나오는 그런 '전형적인 천재꼬마'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엔 그런 '과학적인 꼬마들'이 별로 없을까요. 우리 교육의 문제를 다시한번 느끼게 만드는군요)
책에서 파인만은 자기가 저지른 가지가지 장난, 권위주의에 반대하는 조그만 이벤트들을 회고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주 재치있고 똑똑하구요, 재미있습니다. 특히 수학이야기, 물리 이야기는 제가 잘 알아듣지 못하는 영역이지만 참 재미있고 신기했습니다.
이렇게만 써놓으면, '어느 천재의 재미난 인생' 정도로 느껴지겠죠. 더우기 그 어마어마한 '노벨상'을 받은, '성공한 사람'이기도 하구요. 또 워낙 성격이 명랑했는지 어려움이나 고민, 불행 같은 것들은 찾아볼 수가 없고 오로지 재미난 회상만이 담겨 있습니다.
문제는, 파인만이 제아무리 잘난척하면서 재미난 얘기만 들려준다 해도 오로지 재미로만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데 있습니다. 이 위대한 물리학자의 경력에는 미국 명문대 교수경력, '파인만 다이어그램'이라는 물리학적 업적을 이룬 것, 세계 각국에서 한 강의와 연설, 취미생활 등 다양한 것들이 들어가겠지만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점입니다.
2차대전 때 파인만은 "애국심에 불타서" 그리고 "가만 있으면 독일이 먼저 원자폭탄을 개발할 것 같아서" 맨해튼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고 회고합니다. 젊고 재능있는 물리학도로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미국인으로서 아마도 실제로 그렇게 생각했었겠죠.
뉴멕시코의 로스앨러모스라는 '인디언 땅'에서 원자폭탄을 만들며 보낸 시간들에 대해 파인만은 정말이지 시시콜콜한 얘기들만 늘어놓습니다. 그 때 미국 정부가 과학자들의 편지를 어떻게 검열했고, 그래서 나는 내 마누라랑 편지를 쓰면서 어떻게 그 틈새를 요리조리 빠져나갔고, 거기 있는 수많은 금고들을 여는 방법을 알아내서 관리들을 놀려줬고...
프로젝트를 주도한 오펜하이머가 종전 뒤 반핵운동가가 된 것과 비교해 파인만의 사고방식은 순진함을 넘어선 무책임함의 극치로만 보입니다. 일본에 떨어진 귀여운 리틀 보이가 무수한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은데 대한 파인만의 변명은 딱 한 문장 나와 있습니다.
'파인만의 책'이라고 했는데, 정확하게 말하자면 파인만이 주위 사람들에게 털어놓은 인생의 에피소드들과 추억, 그가 저지른 온갖 장난을 구술 식으로 정리해놓은 겁니다. 회고록이나 자서전이라고 하면 좀 무겁겠고, 에세이집이라고 하기에도 좀 그렇고...장르를 구분하기가 힘든 것은 이 파인만이라는 사람이 워낙 '별난' 사람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제가 북리뷰팀 주변을 기웃거리면서 건져낸 보석입니다. 마음에 드는 책을 연거푸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올해에는 책 복이 있는 것 같습니다.
파인만은 1918년 생입니다. 오래된 사람이죠. 세상을 떠난지가 이미 12년이나 됐구요. MIT와 프린스턴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하고 코넬대학과 캘텍에서 교수생활을 했죠. 브라질에서 잠시 강의를 하기도 했구요. 여러 방면으로 취미가 다양해서, 자기가 그린 그림들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고 발레음악을 연주하기도 했다는군요.
파인만은 어린 시절부터 머리가 아주 좋았던 모양입니다. 주변에 보면 라디오 따위를 분해해보고 가전제품들 뜯어고치고 복잡한 산수 계산도 아주 잘하는 애들이 있잖아요. 파인만은, 미국 영화에 나오는 그런 '전형적인 천재꼬마'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엔 그런 '과학적인 꼬마들'이 별로 없을까요. 우리 교육의 문제를 다시한번 느끼게 만드는군요)
책에서 파인만은 자기가 저지른 가지가지 장난, 권위주의에 반대하는 조그만 이벤트들을 회고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주 재치있고 똑똑하구요, 재미있습니다. 특히 수학이야기, 물리 이야기는 제가 잘 알아듣지 못하는 영역이지만 참 재미있고 신기했습니다.
이렇게만 써놓으면, '어느 천재의 재미난 인생' 정도로 느껴지겠죠. 더우기 그 어마어마한 '노벨상'을 받은, '성공한 사람'이기도 하구요. 또 워낙 성격이 명랑했는지 어려움이나 고민, 불행 같은 것들은 찾아볼 수가 없고 오로지 재미난 회상만이 담겨 있습니다.
문제는, 파인만이 제아무리 잘난척하면서 재미난 얘기만 들려준다 해도 오로지 재미로만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데 있습니다. 이 위대한 물리학자의 경력에는 미국 명문대 교수경력, '파인만 다이어그램'이라는 물리학적 업적을 이룬 것, 세계 각국에서 한 강의와 연설, 취미생활 등 다양한 것들이 들어가겠지만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점입니다.
2차대전 때 파인만은 "애국심에 불타서" 그리고 "가만 있으면 독일이 먼저 원자폭탄을 개발할 것 같아서" 맨해튼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고 회고합니다. 젊고 재능있는 물리학도로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미국인으로서 아마도 실제로 그렇게 생각했었겠죠.
뉴멕시코의 로스앨러모스라는 '인디언 땅'에서 원자폭탄을 만들며 보낸 시간들에 대해 파인만은 정말이지 시시콜콜한 얘기들만 늘어놓습니다. 그 때 미국 정부가 과학자들의 편지를 어떻게 검열했고, 그래서 나는 내 마누라랑 편지를 쓰면서 어떻게 그 틈새를 요리조리 빠져나갔고, 거기 있는 수많은 금고들을 여는 방법을 알아내서 관리들을 놀려줬고...
프로젝트를 주도한 오펜하이머가 종전 뒤 반핵운동가가 된 것과 비교해 파인만의 사고방식은 순진함을 넘어선 무책임함의 극치로만 보입니다. 일본에 떨어진 귀여운 리틀 보이가 무수한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은데 대한 파인만의 변명은 딱 한 문장 나와 있습니다.
"나는 선배로부터 '과학자는 사회에 대해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배웠다".
세계적인 물리학자의 입에서 나온 자기방어 논리, 그에게 우리가 한마디 한다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요. "파인만씨, 농담도 잘 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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