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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놓고 주판알 튕기는 미국

딸기21 2011. 3. 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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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리비아 문제에 적극 개입하고 나섰습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무아마르 카다피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반정부 세력에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

지난달 2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가 열렸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리비아 사태에 대한 논의가 벌어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리비아 반정부 시위대와 접촉하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잠시 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진 크레츠(Gene Cretz)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를 통해 리비아 반정부 시위대와 접촉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카다피 지지자들이 1일 트럭 18대에 식량과 약품 따위를 싣고, 트리폴리 남쪽 카스르 빈 가시르(Qasr bin Ghashir) 마을에서 동부 도시 벵가지를 향해 시위성 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 신화통신


미 국무부는 "리비아 적신월사 등 구호기구에 1000만달러를 인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 구호국(USAID) 긴급구호팀이 이미 리비아-튀니지 국경지대에 파견돼 있다고 하는군요(여담이지만, 어제 KBS <세계는 지금>에서 일하는 PD 친구에게 들으니 리비아-튀니지 국경지대에 지금 '언론시장'이 형성돼 북새통이라는군요. CNN, BBC 기자들은 아예 횡단에 들어갔고... 이런 큰 사건이 터지면, 그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이웃나라 국경지대에 취재진들을 상대로 한 일종의 '시장'이 형성된답니다).

미국의 '지원'에 포함되는 건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미국 항모도 리비아 주변에 가 있습니다.

미 항모 엔터프라이즈호와 상륙함 키어사지호가 지중해에 배치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28일 워싱턴발로 보도했습니다. 지구촌 어딘가에서 긴박한 사태가 일어날 때면 미 항모의 움직임은 중요한 지표가 되지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아직 리비아에 남아있는 미국인들을 보호하고, 또 카다피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려는 목적인 듯합니다.


이거시 엔터프라이즈... 좀 많이 늙은 항모 되십니다.



비행금지구역(No-fly zone)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비행금지구역...중동의 독재자들에게는 굉장히 무서운 말일 겁니다.

사담 후세인 정권 때의 일이죠. 이라크는 1990년부터 북부 쿠르드지역에, 1991년부터는 남부 시아파 지역에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당하는 일을 겪었습니다. 미국이 쿠르드족과 시아파에 대한 박해를 이유로 유엔을 내세워 사실상 주권을 제약했던 것이죠. 이로 인해 후세인 정권은 국토 절반에 대한 제공권을 잃었습니다.


앞서 지난달 24일 미국은 "모든 종류의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비행금지구역 얘기가 솔솔 나왔습니다.하지만 이튿날인 25일 나토 사무총장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은 "리비아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검토된 바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8일 제네바에서 "비행금지구역 설정도 가능한 옵션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뉴욕타임스도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이 카다피 군의 시위대 공습을 막기 위해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명분은 있습니다. 카다피 측이 전투기까지 동원해 시위대를 공격했으니까요.

유엔 안보리가 결의해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게 되면, 카다피 측이 비행기를 띄울 경우 '폭격'도 가능합니다.

카다피 일가에 대한 압력도 엄청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 재무부는 "미국 내에서 동결된 리비아 관련 자산 규모가 300억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역대 미국 내 동결자산 중 최대규모라는군요. EU도 리비아 제재를 이미 시작했죠. EU는 안보리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결의안에 따라, 카다피를 비롯한 측근 및 가족 25명의 자산동결과 여행금지, 무기금수 등을 시작했습니다.

카다피 돈줄 막아라… 美·EU 잇단 자산 동결 조치

리비아 정부는 그동안 미국과 이 사태를 '논의'해온 자기네 주미대사를 잘라버렸습니다. "알리 아우잘리 주미대사는 더이상 리비아를 대표하지 않는다." 부질없는 보복인 듯 싶군요. 카다피가 벵가지로 밀사를 보내 임시정부를 선포한 반정부 세력 측과 협상을 하려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마음이 급하긴 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 사태에 대한 입장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러시아는 리비아 사태에 대한 외국의 군사개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미국이 나서지 말라는 것이죠. 러시아 상원 국제문제위원회의 미하일 마르겔로프 위원장은 1일자 코메르산트 신문 기고에서 “카다피 정권은 이미 파멸하고 있다”면서 "어떤 경우에도 외부에서 개입해선 안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는 26일 안보리 제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면서도 무력 개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도 24일 "(그 지역) 사람들이 외부의 간섭 없이 자신들의 운명과 미래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리비아 반군 병사가 벵가지에서 서쪽으로 160km 떨어진 아이다비야(Ajdabiya) 시 외곽에서 1일 경비를 서고 있다. / AFP


카다피 이후의 리비아를 놓고 서방국들이 분주히 손익계산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카다피는 미국과 앙숙이었지만 사실 2003년 핵개발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개발계획을 포기한 뒤에는 서방과 그리 안 좋은 사이도 아니었지요. 카다피 이후의 리비아가 어디로 갈지 아직은 아무도 내다볼 수 없고, 그 향방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릴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각국이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개입할 수 있을지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는 것이겠고요.
미국과 유럽은 물론이고 중동 국가들 중 이란을 제외한 어떤 나라도 리비아에서 이슬람 세력이 힘을 얻는 것은 바라지 않겠죠. 소말리아처럼 무정부 상태가 되거나, 산유시설이 파괴되는 것은 더더욱 원치 않고요.


(다만 국내 일부 언론보도나 트위터에서 만나게 되는 의견 중에 이슬람주의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면서, '이슬람 득세를 우려하는 자체가 서구 시각에 편향된 음모론이다'라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들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당장은 이슬람주의가 눈에 띄지 않아도, 지난 20여년 간 진행돼온 중동의 '이슬람화'의 여파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독재의 사슬이 풀리고 나면 그 열린 공간을 틈타 이슬람주의가 득세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하지만 서구의 구미에 맞는 지도자가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다시 이라크로 돌아가볼까요.
이라크 전쟁을 하면서 미국은 미국에 망명 중이던 이라크 기업가 아흐메드 찰라비(나중에 뉴욕타임스는 '바그다드의 여우'라고도 비아냥거렸던 인물이죠)를 점령후 이라크의 지도자 감으로 찍어놓고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어릴 때 이라크 떠나 미국에서 자라고, 후세인에 맞서 싸움 한번 해본 적 없는 사람을 이라크인들이 받아들일 리 없죠. 이라크인들이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이라크 권력은 이란과 오히려 가까운 시아파 정치인들에게 넘어갔습니다. 물론 신정주의자들은 아니고 세속파 정치인들입니다만, 이 과정에서 이란 망명자 출신 시아파 성직자들의 영향력을 통제하느라 미국이 애를 먹어야했죠.

리비아에는 그나마 내세울 사람도 없다는 것이 미국의 고민일 것 같습니다. 리비아 야권과 자꾸 접촉하려 하는 것도 미리 편을 만들어 놓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이네요.

가장 중요한 것은 리비아 민주화 진영의 입장(이라기보다는 힘!)이겠지요.

벵가지 임시정부 리비아국민위원회(National Libyan Council) 대변인은 28일 "외국 개입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전날인 27일 '리비아자유울레마(Ulema: 이슬람공동체)'(The Network of Free Ulema - Libya)라는 단체도 성명을 내고 "인도적 지원을 호소한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군사행동은 거절한다"고 못박았습니다.

카다피 정부를 맨 먼저 박차고 나온 무스타파 잘릴 전 법무장관이 벵가지 임시정부를 이끌면서 지금 사실상의 지도자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의 역할과 가능성에 대해서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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