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안보리 상임이사국 늘어날까

딸기21 2011. 1. 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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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혁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올해, 내년을 거치면서 철옹성같던 '5개 상임이사국 체제'가 바뀌어 '확대된 상임이사국 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안보리 개혁의 당위성은 모두가 인정하는 것입니다만, 각국의 이해관계 때문에 늘 무산돼 왔지요. 한국도 손익계산을 잘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 뉴욕에서 5일 올 들어 첫 안보리 회의가 열렸습니다. 올 1월 1일부터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비상임이사국 일부가 교체되어, 독일, 인도, 남아공, 콜롬비아, 포르투갈이 이사국에 들어갔습니다.

이사국 임기는 2년인데 비상임이사국 10개국 중 절반씩 매년 교체합니다. 독일, 인도, 남아공은 상임이사국 중심의 배타적인 체제로 운영돼온 안보리를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던 나라들이라, 안보리 내의 권력관계를 둘러싼 협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습니다.




Diplomats meet at the UN Security Council in New York City, 2010. AFP/Getty Images/Spencer Platt)


안보리는 1940년대 2차 대전 뒤의 국제정세에 따라 틀이 짜여졌습니다. 그래서 그 후 변화한 세계 질서를 반영하지 못한 구시대적인 체제라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특히 힘 센 나라들, 혹은 과거에 셌던 옛 식민제국들이 지금의 위상에 비해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비판이 컸지요.
그래서 비 서구권, 개도국·빈국의 발언권을 키워주고 대륙별 안배를 해서 실질적으로 세계를 대변하는 기구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특히 일본, 인도, 독일, 브라질, 남아공 이른바 '빅5'가 안보리를 상대로 본격적인 압박에 나서고 있습니다.

현재 독일, 브라질, 남아공, 인도가 모두 안보리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일본은 올해 말 투표에서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P5(5개 상임이사국)를 압박하는 데에는 최적의 국면이고, 이 시기를놓치지 않으려고들 하겠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본입니다. 

2005년 일본은 독일, 브라질, 인도와 함께 상임이사국 진출 한 차례 시도했는데 실패했습니다. 이번에는 남아공까지 끼워서, 5개국 상임이사국 진출을 공동모색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렇게 되면 아시아-유럽-라틴아메리카-아프리카를 포괄하는 것이니 명분은 분명하지요.
마이니치 신문 등 보도에 따르면 연달아 5개국 외무장관 회담을 열고, 올해 9월 유엔 총회에서 안건으로 내세우겠다는 방침인 듯합니다.

새 대통령 체제가 출범한 브라질 움직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 Brazilian president, UN chief discuss Security Council /AFP

안보리는 이사국들이 돌아가면서 한달씩 의장국을 맡습니다. 브라질은 다음달부터 안보리 순번 의장국입니다. 당연히 그 지위를 이용해서 안보리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려고 하겠죠. 
지우마 호세프 신임 대통령이 지난 3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전화통화를 했는데, "우리가 의장국을 하는 동안 개혁 논의를 진척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연초부터 개혁안 논의를 물 위로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Brazilian President Dilma Rousseff (L) holds her first Political Coordination meeting at the Planalto Palace 
in Brasilia on January 3, 2011. Rousseff and UN chief Ban Ki-moon have spoken by telephone 
about the UN Security Council -- a body on which Brazil has long tried to get a permanent seat. /AFP


올해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명단(자료: http://www.un.org/sc/members.asp)

Bosnia and Herzegovina (~2011)
Germany (~2012)
Portugal (~2012)
Brazil (~2011)
India (~2012)
South Africa (~2012)
Colombia (~2012)
Lebanon (~2011)
Gabon (~2011)
Nigeria (~2011) 


다른 나라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마이테 은코나-마샤바네 국제관계협력장관은 5일 행정수도인 프리토리아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보리 개혁을 빨리 매듭짓기 위해 상임이사국들을 설득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독일도 5일 외무부 대변인 브리핑에서 안보리 시스템을 비판하면서 "상임이사국을 최대 11개국으로 늘리는 개혁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공교롭게도 남아공과 독일이 같은 날 발언을 한 것...이 아니라, 이미 '빅5' 안에서는 공감대와 물밑 약속이 형성되어 있었겠지요. 아무튼 주목되는 움직임입니다.

과연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인도는 지난해 5개 상임이사국의 국가원수들을 잇달아 델리에서 맞았지요. 

▶ 관련 글: 영미프중러 일제히 인도로 http://ttalgi21.khan.kr/3058

인도는 그동안 거대 개도국이라는 위치를 바탕으로 '안보리 외교'를 펼쳐왔고,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으로부터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해 물밑 지지를 얻어내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브라질 언론들은 올초 포르투갈의 주제 소크라테스 총리가 "브라질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한다"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포르투갈은 옛 식민지였고 지금은 자기네보다 더 경제대국이 된, 같은 언어를 쓰는 브라질의 진출을 이해관계 때문에라도 지지할 수 있겠지요. 

남아공을 뺀 네 나라가 2005년 안보리 개혁안을 내놨을 때에는 중국과 아프리카연합이 반대를 했고, 그래서 유엔 회원국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해 무산됐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남아공을 끼워넣은 것이 중요하다는 건데요.


남아공 뿐 아니라 이번 이사국 멤버에는 나이지리아도 들어 있습니다. AP통신은 제3세계권의 목소리를 키우자는 쪽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어느 때보다 분위기는 무르익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은 거부권 있는 미, 중, 러시아 눈치보며 사느라고 고달픈데... 상임이사국이 확대되면, 새로 진출하는 나라들에 대해서는 거부권은 당분간(15년간 거부권 보류라는 방안도 나오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눈치볼 나라가 더 많아지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2005년 무렵에 한국 정부의 입장은 "상임이사국을 늘리지 말고 비상임이사국을 늘리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대세'는 빅5 상임이사국 진출 쪽으로 점점 흘러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면 차라리 빅5를 지지해주면서 최대한 '고물'을 얻어내는 편이 더 나은 걸까요? 한국 정부의 입장과 외교력이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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