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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원주민들의 '자치' 꿈

딸기21 2010. 3. 1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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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하와이 왕국의 후예들이 부활의 꿈을 꿀 수 있을 것인가.
미국에서 마지막 남은 ‘비공식 원주민집단’인 하와이 원주민들이 연방정부로부터 원주민으로서의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AP통신은 미 연방상원에 계류된 하와이 원주민 자치법안이 이르면 이달 내에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고 14일 보도했습니다. 하원에서는 이미 지난달 법안이 통과됐고, 하와이 출신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원주민들의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한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고 AP는 전했습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하와이 원주민들은 미국 내 알래스카와 중·서부 등지에 거주하는 원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자치권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원주민들은 연방정부와 주정부에서 땅을 받아, ‘하와이 원주민 자치정부’를 구성해 주 정부 법과 연방법에 허용된 범위 내에서 법률을 만들고 자치를 하게 되는 것이죠. 주정부와 연방정부로부터 예산 지원도 받습니다.

지금까지 560여개 원주민 부족들이 자치권한을 인정받았는데, 인구가 40만명에 이르는 거대 공동체인 하와이 원주민들은 유독 권리를 인정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현재 연방정부, 주정부, 비공식 원주민 자치정부인 하와이위원회(OHA)가 재정지원과 토지 할당규모를 놓고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원주민들은 무너진 옛 왕국 소유였음이 입증돼있는 4046㎢(하와이 면적의 20%)를 자신들에 내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자치운동과 별개로, 하와이 왕국을 되살리려는 운동을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소수이긴 하지만...)


하와이 왕국의 마지막 여왕, LILI'UOKALANI



호놀룰루에 있는 여왕의 동상



우리에겐 훌라춤을 추는 원주민 정도로만 알려진 사람들...

하와이는 잘 알려진대로 여왕이 다스리는 평화로운 섬나라였지요. 17세기부터 유럽 배들이 상륙하기 시작했고, 1893년에는 왕국이 무너지고 미국에 병합됐습니다. 원주민 후손들은 미국에 점령당해 병합되는 과정에서 주민 수십만명이 희생됐다고 말합니다.
이후 일본·중국계 이민자들이 몰려들고 미국 본토에서 건너오는 사람들이 늘면서, 원주민 인구는 갈수록 줄었습니다. 미국 전역에 흩어져있는 이들을 뺀, 실제 하와이에 거주하는 원주민들은 10만명 선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필리핀·일본·중국·한국 등 아시아계 이민자집단이 하와이 경제를 거의 지배하는 상황이고, 대부분 원주민들은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저임금 노동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홈리스나 보호시설 거주자가 된 사람들도 많습니다.
(세계 어느 곳에서건 '원주민'들은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는 것 같습니다...)

미 정부는 하와이 자치 요구를 묵살해오다가 1974년 본토 원주민들의 권리를 인정한 ‘아메리카원주민프로그램(NAP)’ 시행령을 개정, 하와이 원주민들도 시행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78년 OHA가 결성되면서 하와이 원주민들의 정치적 요구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와이 왕국이 무너진지 100년이 된 93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은 미국이 원주민들에게 저지른 불의를 사과하는 의회의 ‘사과 결의안’에 서명했습니다.
하와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아시아계와 아프리카계, 백인 등 거주민들의 70% 가까이가 원주민 자치법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금으로 거둬들인 주 정부 예산으로 원주민들에게 특혜를 줘서는 안된다”며 반발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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