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이집트가 심상찮다

딸기21 2005. 5. 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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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경찰이 올가을 대선을 앞두고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번지자 대대적인 야당・재야세력 체포에 들어갔다.

경찰은 최대 재야 정치조직인 무슬림형제단 조직원들을 포함, 며칠새 2000여명을 구금했다. 지난 주말 시위에서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시위대 1명이 숨지는 등 유혈사태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시위가 격화되자 주이집트 한국대사관(대사 최승호)은 2차례에 걸쳐 교민들에게 신변안전에 유의하라는 메시지를 발송했다. (이집트 여행가실 분들, 당분간은 미루시는 편이 좋을듯)


이집트 경찰은 오는 10일(이하 현지시간)로 예정된 무슬림형제단의 전국 집회를 앞두고 이 단체 조직원들에 대한 체포-구금작전에 돌입했다고 BBC방송이 8일 보도했다. 이 단체의 압둘 무니엠 마흐무드 대변인은 "핵심 간부인 에삼 알 에리안을 비롯해 나흘새 조직원 1562명이 끌려갔다"고 주장했다. 이집트 언론들은 경찰이 시위대 2000여명을 연행했으며, 그중 350여명을 구금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무슬림형제단은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카이로 등지에서 대대적인 민주화 요구 시위를 벌였으며, 지난 6일에는 카이로 북쪽 나일 델타 지역에서 현직 교사로 알려진 한 남성이 시위에 참가했다가 1명이 최루탄에 질식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집트에서는 지난 2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대선에 복수후보 출마를 허용하는 선거법 개혁안을 발표한 이래 독재 종식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카이로의 봄'이 자칫 유혈사태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집트 정국 주요사건 일지


2월26일 무바라크 대통령, 대통령직선제 허용 선언

3월30일 카이로 대학생들 무바라크 퇴진 요구 시위

4월7일 카이로 인근 폭탄테러로 관광객 3명 사망

4월27일 15개 도시 민주화 요구 시위

4월30일 카이로 연쇄테러로 외국인 등 10명 부상

5월4일 무슬림형제단 반정부 시위

5월6일 시위대 1명 경찰 진압과정에서 사망

5월8일 무슬림형제단, 반정부 본격 투쟁 선언



무슬림형제단은 경찰의 대대적인 검거에도 불구하고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 단체 대표 모하마드 마흐디 아키프는 8일 기자회견을 갖고 "무바라크 정부는 끝났다"면서 "시위 현장에서 발생한 모든 폭력은 정부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1928년 하산 알반나가 창설한 무슬림형제단은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투쟁의 시발이 됐던 단체다. 오늘날 중동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실 이들에 대해서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슬람학교의 교사(아프간의 '탈레반'이 바로 이런 학교의 생도들을 말한다)였던 하산 알반나는 이슬람 성법(샤리아)으로 돌아가자는 근본주의 기치를 내걸고 '지하드'(성전)라는 개념을 현대적으로 변용, 20세기 이후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투쟁의 이론적 근거를 만든 인물이다(그러나 그 자신이 무장투쟁에 뛰어들지는 않았다).

무슬림형제단은 설립 뒤 당시 이집트를 지배하던 영국에 맞선 투쟁을 벌였고 이후 왕정이 들어서자 다시 왕정에 반대했다. 이들이 당시 원했던 것은 세속적인 왕이 다스리는 국가(오늘날의 요르단과 사우디, 카타르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가 아니라 이슬람법에 따른 신정국가(호메이니가 세운 나라)였다. 당연히 이들은 엄청난 탄압을 받았다. 영국에 맞서 싸우던 시절 가말 압델 나세르는 이들과 한때 손을 잡았지만, 이집트공화국을 세우고 대통령이 된 뒤에는 손을 끊고 오히려 탄압 노선으로 돌아섰다. 이들은 다시 반정부 투쟁으로 돌아섰고, 나세르 암살 기도를 하기도 했다.

무슬림형제단의 '악명'이 높아진 것은 1981년 이들이 친미노선을 펼친 안와르 사다트를 암살하면서부터다. 뒤를 이은 무바라크 정권은 이들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정책을 펼쳐왔지만, 일종의 양면정책을 구사하면서 최소한도의 정치활동은 보장해주고 있다. 법적인 `정당'은 아니지만 무슬림형제단은 어쨌건 현역의원 15명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의 최대 야당이다.


지난달 카이로 등지에서 연달아 폭탄테러가 일어난데 이어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까지 격화되면서 정국 불안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무바라크 독재에 대한 반발, 이라크전 때 찍소리 못한 바보같은 정부에 대한 반감, 극심한 빈부격차와 실업난으로 인한 분노, 이 틈을 비집고 들어선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의 발흥 같은 것들이 결합되어 '총체적인 위기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집트의 정정불안은 오는 9월 대선과 11월 총선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다고 해서 안정될 것이냐, 라고 묻는다면 -- 아직 확실한 전망은 없다. 무바라크가 또 출마(지금껏 4차례 단독출마)해서 노망을 부릴 것인지, 소문대로 아들내미를 내세울 것인지, 아니면 측근이 정권을 물려받겠다고 나설지는 알 수 없다. 혹은 진짜로 '카이로의 봄'이 되어 벨벳혁명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