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에 빠진 세계는 여행을 제한하거나 돼지를 도축하는 등 다양한 대응을 강구했지만 희생자가 속출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감염이 확산되자 사상 처음으로 6단계 전염병 경보를 발령, ‘글로벌 팬데믹(광역 전염병)’의 발생을 선언하고 백신 생산에 나섰다. 미국에서는 백신 부족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세계에서 1만명 이상이 신종플루로 숨졌으나, 확인되지 않은 희생자들은 그 몇배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오바마의 새로운 전략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인들이 아프간전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고, ‘제2의 베트남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올 한 해 사망자만 100명을 넘어선 영국군을 비롯한 참전 군인들의 피해가 커지면서 나토 회원국 내에서도 아프간전에 대한 반감이 높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아프간전에 투입된 전비는 1710억달러. 미군 전사자는 920명을 넘어섰다.
이란 당국은 민병대 바시지 등을 동원해 무력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27세 여대생 네다 솔탄이 가슴과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숨지면서 시위는 더욱 거세졌다. 이란 정부는 진압과정에서 30여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지만 시위대는 70여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한다. 단문 메시지서비스 ‘트위터’는 시위대의 주요 통신 수단이자 이란 국내 실상을 세계에 알리는 창구 역할을 하면서 위력을 과시했다. 이후에도 특별한 계기가 있을 때마다 시위와 탄압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건국 60주년을 앞두고 소수민족들의 불만이 표출하는 양상이 국제사회에 비쳐지면서 중국 정부는 긴장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사태 직후 외교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급거 귀국했으며 지도부는 일제히 민심 달래기를 위해 소수민족 자치지역으로 향했다. 상황이 진정된 후 현재까지 모두 41명이 유혈사태와 관련해 재판을 받았으며 12명에게 사형이 선고됐다. 신장위구르자치구는 티베트에 이어 중국 내 소수민족들의 뿌리깊은 소외감을 보여주는 지역으로 남게 됐다.
국민적인 기대감 속에 9월 16일 민주당-사민-국민신당 연립정권이 출범했지만, 집권 경험이 없는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의 행보는 외줄타기를 하는 듯 불안해 보인다. 출범 초기 70% 대의 높은 지지율을 보였던 하토야마 총리는 위장 정치헌금 의혹과 오키나와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문제를 둘러싼 대미 갈등 등으로 벌써부터 흔들리는 분위기다. 당내 라이벌인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과의 ‘한 지붕 두 권력’ 체제도 하토야마의 입지를 좁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사막의 기적’으로 불리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고속성장은 계속될 수 있을까. 중동의 금융 허브로 도시를 키우고 팜아일랜드, 부르즈 두바이 등의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두바이가 금융위기에 따른 빚 압박을 견디지 못해 11월25일 사실상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을 선언했다. 정부가 소유한 두바이월드의 빚 260억 달러를 6개월간 유예해달라는 두바이의 전격적인 발표는 세계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석유자원이 거의 없는 두바이가 대규모 프로젝트들을 추진하면서 외국 자본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한때 ‘CEO형 지도자’로 각광받던 두바이의 셰이크 알 막툼은 체면을 구겼다. UAE의 맏형 격인 아부다비가 추가 지원방침을 밝히고 나와 간신히 급한 불은 껐지만, 두바이의 미래에는 여전히 암운이 드리워져 있다. 건설붐에 의존한 거품 성장’의 위험성을 다시한번 보여준 사건이었다.
기후변화로부터 지구를 구하기 위해 전세계가 팔을 걷어붙였다. 12월7일부터 18일까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에는 모두 192개국, 1만5000여명의 대표들이 참석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를 비롯한 130여개국 정상이 참석해 지구촌 최대 규모의 기후회의로 개막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 거대 개도국들은 역사적 책임을 거론하며 선진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진국들은 배출량이 급증하고 있는 개도국들도 감축 책임이 있다고 맞섰다. 특히 섬나라들과 아프리카의 최빈국 등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국가들이 선진국과 거대 개도국을 함께 공격해 눈길을 끌었다. 각국은 회의 마지막날 구속력 없는 ‘코펜하겐 협정’을 이끌어내는 데 그쳐,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협약 체결은 내년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인도도 중국 뒤를 좇아 고속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국민회의당은 지난 4~5월 총선에서 압승한 뒤 강력한 정부의 기틀을 마련했다. 재선에 성공한 만모한 싱 총리는 개혁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자유무역과 기후변화 등 국제적인 협상 테이블에서도 한층 높아진 위상을 보여줬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이 이끄는 브라질은 월드컵에 이어 지난 10월에는 2016년 하계올림픽까지 유치했고, 국제무대에서 발언권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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