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경향신문이 뽑은 <2009 세계 10대 뉴스>

딸기21 2009. 12. 2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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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미국 흑인대통령 시대 개막

2009년 1월20일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취임했다. ‘변화’를 내걸고 당선된 오바마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전임 행정부의 일방주의와 ‘힘의 외교’에서 탈피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명령을 필두로 테러용의자 고문수사 진상규명, 기후변화협약 참여 등의 조치들이 뒤를 따랐다. 두 차례 대테러전으로 등돌렸던 이슬람권에 손 내밀며 ‘다자주의로의 복귀’를 선언했고, 이라크 미군 철수를 시작했다. 하지만 집권 첫해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북한·이란과의 관계에서는 성과가 없고 실업률이 여전히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연말에 노벨상까지 거머쥔 오바마는 취임 2년차에는 더 힘겨운 한해를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②신종플루 대유행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신종플루 사태는 지난 4월 멕시코의 한 작은 마을에서 시작됐다. 아직까지도 정확한 발병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멕시코 베라크루스 주에서 처음 환자가 보고되기 시작해 항공기 여행객들을 통해 삽시간에 세계로 퍼졌다. 글로벌 시대의 전염병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준 질병이었다.
두려움에 빠진 세계는 여행을 제한하거나 돼지를 도축하는 등 다양한 대응을 강구했지만 희생자가 속출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감염이 확산되자 사상 처음으로 6단계 전염병 경보를 발령, ‘글로벌 팬데믹(광역 전염병)’의 발생을 선언하고 백신 생산에 나섰다. 미국에서는 백신 부족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세계에서 1만명 이상이 신종플루로 숨졌으나, 확인되지 않은 희생자들은 그 몇배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③아프가니스탄 전황 악화

미국이 9·11테러가 발생한 2001년 이후 8년간 지속해온 아프가니스탄 전쟁 상황이 악화되면서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군의 병력 증파 논쟁이 뜨거웠다. 9·11 테러 주범으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은 건재하다는 보도가 나왔고, 아프간 지역의 80%를 탈레반이 장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12월 1일 아프간에 3만명의 미군을 추가 파병하고 2011년 7월 철군을 개시할 수 있다는 새 아프간 전략을 발표했다.
그러나 오바마의 새로운 전략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인들이 아프간전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고, ‘제2의 베트남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올 한 해 사망자만 100명을 넘어선 영국군을 비롯한 참전 군인들의 피해가 커지면서 나토 회원국 내에서도 아프간전에 대한 반감이 높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아프간전에 투입된 전비는 1710억달러. 미군 전사자는 920명을 넘어섰다.

④이란 대선과 유혈사태

이란에서는 지난 6월12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계속됐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재임에 성공했지만 당시 유력 후보였던 개혁파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개혁 세력은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학생과 시민 등 수만명이 참여한 반정부 시위는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30년만에 최대 규모였다.
이란 당국은 민병대 바시지 등을 동원해 무력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27세 여대생 네다 솔탄이 가슴과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숨지면서 시위는 더욱 거세졌다. 이란 정부는 진압과정에서 30여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지만 시위대는 70여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한다. 단문 메시지서비스 ‘트위터’는 시위대의 주요 통신 수단이자 이란 국내 실상을 세계에 알리는 창구 역할을 하면서 위력을 과시했다. 이후에도 특별한 계기가 있을 때마다 시위와 탄압이 계속되고 있다.

⑤중국 신장위구르 유혈사태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수도 우루무치에서 지난 7월 벌어졌던 대규모 유혈사태는 광둥성에서 발생한 한족과 위구르족 노동자들의 집단 충돌이 발단이었다. 우루무치의 위구르인들은 차별 시정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고 한족은 반격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망명 중인 위구르 지도자 레비야 카디르가 배후에서 사태를 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혈사태로 숨진 사람은 197명, 부상자는 1700여명에 달했다.
특히 건국 60주년을 앞두고 소수민족들의 불만이 표출하는 양상이 국제사회에 비쳐지면서 중국 정부는 긴장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사태 직후 외교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급거 귀국했으며 지도부는 일제히 민심 달래기를 위해 소수민족 자치지역으로 향했다. 상황이 진정된 후 현재까지 모두 41명이 유혈사태와 관련해 재판을 받았으며 12명에게 사형이 선고됐다. 신장위구르자치구는 티베트에 이어 중국 내 소수민족들의 뿌리깊은 소외감을 보여주는 지역으로 남게 됐다.

⑥일본 반세기만의 정권교체

2009년은 일본 정치사의 한 획을 그은 해다. 8월 30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이 총 480석 중 과반수를 훌쩍 넘는 308석의 의석을 확보, 자민당의 54년 장기집권에 종지부를 찍고 ‘역사적인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1955년 보수연합으로 출범, 일본 정치를 지배해온 자민당 정권의 이른바 ‘55년 체제’에 대한 반감과 변화에 대한 갈망이 그 원동력이었다.
국민적인 기대감 속에 9월 16일 민주당-사민-국민신당 연립정권이 출범했지만, 집권 경험이 없는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의 행보는 외줄타기를 하는 듯 불안해 보인다. 출범 초기 70% 대의 높은 지지율을 보였던 하토야마 총리는 위장 정치헌금 의혹과 오키나와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문제를 둘러싼 대미 갈등 등으로 벌써부터 흔들리는 분위기다. 당내 라이벌인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과의 ‘한 지붕 두 권력’ 체제도 하토야마의 입지를 좁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⑦유럽 단일헌법 통과

유럽연합(EU)에 2009년은 기록할만한 한 해다.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EU가 드디어 공동헌법을 채택, 정치적 통합으로 큰 한걸음을 내디뎠기 때문이다. 공동헌법 논의를 시작한지 8년만인 지난 1일 EU는 ‘미니헌법’이라고 불리는 리스본조약을 발효시켰다. 2004년 마련된 헌법안이 프랑스·네덜란드 등의 거부로 한차례 무산되는 진통을 거쳐 탄생한 헌법이다. 리스본조약에서는 회원국들이 주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조항을 모두 없애고 통합의 수준을 낮춰 잡아 반발을 피했다. 지난해 경제위기 뒤 EU라는 ‘우산’의 필요성을 절감한 유럽의 고집쟁이 아일랜드가 비준 쪽으로 돌아선 것이 조약이 통과되는 계기가 됐다. 회원국 정상들은 벨기에 전 총리 헤르만 판 롬파위를 ‘EU 대통령’ 격인 상임의장에, 영국 출신 통상관료 캐서린 애슈턴을 외교대표로 뽑아 국제무대에서 한목소리를 내기위한 틀을 마련했다. 새 의장 체제는 2010년 첫날 출범한다.

⑧두바이 모라토리엄

‘사막의 기적’으로 불리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고속성장은 계속될 수 있을까. 중동의 금융 허브로 도시를 키우고 팜아일랜드, 부르즈 두바이 등의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두바이가 금융위기에 따른 빚 압박을 견디지 못해 11월25일 사실상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을 선언했다. 정부가 소유한 두바이월드의 빚 260억 달러를 6개월간 유예해달라는 두바이의 전격적인 발표는 세계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석유자원이 거의 없는 두바이가 대규모 프로젝트들을 추진하면서 외국 자본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한때 ‘CEO형 지도자’로 각광받던 두바이의 셰이크 알 막툼은 체면을 구겼다. UAE의 맏형 격인 아부다비가 추가 지원방침을 밝히고 나와 간신히 급한 불은 껐지만, 두바이의 미래에는 여전히 암운이 드리워져 있다. 건설붐에 의존한 거품 성장’의 위험성을 다시한번 보여준 사건이었다.

⑨코펜하겐 기후변화 정상회의

기후변화로부터 지구를 구하기 위해 전세계가 팔을 걷어붙였다. 12월7일부터 18일까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에는 모두 192개국, 1만5000여명의 대표들이 참석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를 비롯한 130여개국 정상이 참석해 지구촌 최대 규모의 기후회의로 개막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 거대 개도국들은 역사적 책임을 거론하며 선진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진국들은 배출량이 급증하고 있는 개도국들도 감축 책임이 있다고 맞섰다. 특히 섬나라들과 아프리카의 최빈국 등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국가들이 선진국과 거대 개도국을 함께 공격해 눈길을 끌었다. 각국은 회의 마지막날 구속력 없는 ‘코펜하겐 협정’을 이끌어내는 데 그쳐,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협약 체결은 내년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⑩중국·인도·브라질 등 신흥국들의 부상

미국과 중국, 두 거대국가를 가리키는 ‘G2’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건국 60주년을 맞아 지구를 움직이는 강대국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중국이 없어서는 안될 파트너임을 인정했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8%를 달성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경제성과를 바탕으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국제 금융질서를 개편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인도도 중국 뒤를 좇아 고속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국민회의당은 지난 4~5월 총선에서 압승한 뒤 강력한 정부의 기틀을 마련했다. 재선에 성공한 만모한 싱 총리는 개혁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자유무역과 기후변화 등 국제적인 협상 테이블에서도 한층 높아진 위상을 보여줬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이 이끄는 브라질은 월드컵에 이어 지난 10월에는 2016년 하계올림픽까지 유치했고, 국제무대에서 발언권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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