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코펜하겐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가 돈싸움을 둘러싼 줄다리기의 장이 되고 있다. ‘포스트 교토의정서 체제’의 틀을 논의하는 이번 회의에서 핵심 안건은 ‘기후변화 대응체제에 들어가는 돈을 누가 얼마나 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른바 ‘적응 비용’이라 불리는 저탄소 경제체제로의 전환비용이 최대 이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기후변화 대응에 들어가는 시설 전환비용은 총 10조달러가 넘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반면 코펜하겐 합의가 실패할 경우 인류가 겪어야할 피해는 매년 최소 5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의 대부분은 저위도 지역에 흩어져 있는 개도국·빈국들이 감당해야 한다.
코펜하겐에서 새로운 기후변화협약이 마련돼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게 되면 인류의 생활방식은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에너지 부문에서만 2010년부터 2030년까지 시설 전환 비용으로 10조 달러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영국의 경우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데 드는 총비용이 2020년까지 해마다 약 36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고 일간 텔레그래프가 9일 전했다. 이는 가구당 약 1630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수준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항공 분야에서는 막대한 자금을 들여 석유 기반 제트엔진을 대체할 저탄소 운송수단 개발을 시도하겠지만, 실패할 경우 항공료는 현재의 140%까지 치솟게 된다. 또 현재보다 훨씬 많은 돈을 지불해야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식료품을 살 수 있게 된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하다. 자체적인 재원 조달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 선진국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들은 앞으로 3~4년 동안 해마다 100억달러를 개도국에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른바 ‘고속 지원’을 통해 초기에 저탄소 경제의 기반을 튼튼히 닦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럽연합(EU) 기후재단과 미 샌프란시스코의 정책그룹 ‘클라이밋웍스’는 개도국이 기후변화 관련 프로그램을 감당하기 위해 2020년까지 약 1000억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135개 개도국 모임인 77그룹의 루뭄바 디아핑 의장은 선진국들이 제안한 지원액이 자국의 구제금융에 들어간 1조달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는 코펜하겐 총회에서 국가 간 금융거래에 대해 세금을 부과해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돕자며 ‘기후변화 토빈세’를 제안했다. 그러나 이같은 발상은 이미 지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도 제시됐던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금융시장 위축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어 도입 가능성은 낮다.
코펜하겐 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 합의에 실패할 경우 인류는 얼마나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까. 멸종위기종이 속출, 생물 종 다양성이 줄어드는 데에 따른 잠재적 손실은 차치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직접적인 재해 손실만 하더라도 천문학적인 액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나카 노부오 IEA 사무총장은 8일 “코펜하겐에서 합의에 실패할 경우 세계는 기후변화 재해 때문에 해마다 5000억 달러 이상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2~3년이라도 조치를 미루면 온실가스를 통제가능한 수준으로 묶어두는 데에 실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국제이주기구(IOM)는 현 추세대로 온난화가 진행될 경우 2050년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난민이 10억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아마존 우림 파괴와 강우 패턴의 변화로 이미 타격을 입고 있는 브라질 같은 저위도 지역 국가들은 피해가 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AFP통신은 브라질의 경우 2050년까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액이 2조 달러에 이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적응경제연구소(AERI)는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연간 6억달러 이상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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