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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때문에 ‘집에 책이 없어서’ 스스로 실험을 해보며 자랐던 소녀, 전쟁 와중에 박격포탄이 넘나드는 방공호에서 마리 퀴리의 전기를 읽으며 꿈을 키웠던 이스라엘의 여성 화학자가 마침내 꿈을 이뤘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의 아다 요나트(70.사진)가 올해 노벨 화학상 공동수상자로 결정됐다고 7일 발표했다. 하레츠 등 이스라엘 언론들은 여성운동, 환경운동에도 앞장서온 요나트의 수상소식에 환호를 보냈다.
노벨위원회는 요나트가 리보솜의 구조를 밝혀낸 공로를 인정, 화학상을 수여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세포 내 소기관으로서 단백질의 합성 및 유전자 전달에 관여하는 리보솜 연구의 세계적인 선구자다. 여성이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것은 마리 퀴리(1911년)와 딸 이렌 졸리오-퀴리(35년), 영국 화학자 도로시 호지킨(64년)에 이어 이번이 네번째다.
요나트는 1939년 영국 위임통치령이던 예루살렘의 유대인 빈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당시는 이스라엘이 건국되기 전이었고, 그의 부모는 가난 때문에 거의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요나트는 영국군의 도움을 받은 유대인들이 아랍계와 건국전쟁을 벌이는 동안 방공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이스라엘21’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집에 읽을 책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지만 단 한권 늘 손에 들고 다녔던 것이 마리 퀴리의 전기였다”고 회고한 바 있다. 요나트는 어릴 때 아버지가 숨지면서 텔아비브로 이사했는데, 어머니는 딸의 비범함을 알아보고 교육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요나트는 헤브루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64년 생화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4년 뒤에는 와이즈만 연구소에서 X레이 결정학(結晶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X레이 결정학은 리보좀의 수백만개 원자구조를 밝혀내는 데에 활용돼, 그에게 노벨상을 안겨줬다.
시카고대 연구교수를 거쳐, 86년부터 2004년까지는 현대물리학의 산실로 불리는 독일 함부르크의 막스플랑크 연구소와 와이즈만 연구소에서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항생제 연구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요나트의 활동은 연구실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개인으로서나 학자로서나, 한번도 나 자신이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여성들의 한계를 깨고 동등한 능력과 책임을 인정받기 위해 애쓴 페미니스트로도 유명하다. 또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과학자 서명운동을 주도하는 등 현실에 항상 관심을 가져왔다. 2007년 광주 세계여성평화포럼 참석차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학문적·사회적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이스라엘 화학상, 2006/7 볼프 화학상, 2008년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을 받았다. 그의 노벨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은 즉시 전화로 축하인사를 전했다. 페레스는 94년 중동 평화협상의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수상 선배'다. 요나트는 이스라엘 라디오 방송에 출연, “내 어린시절을 본 이들이라면 지금의 위치에 오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라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요나트와 함께 인도출신으로 영국 켐브리지 MRC분자생물학연구소에 재직중인 미국 국적의 화학자 벤카트라만 라마크리슈난(57)과 미 예일대 석좌교수 토머스 스타이츠(69)도 화학상 공동수상자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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