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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총리와 4차원 퍼스트레이디?

딸기21 2009. 9. 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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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신임 총리가 미국에 갔습니다. 2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 23일 유엔 총회 본회의, 그리고 24일과 25일에는 피츠버그에서 개최되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연달아 참석합니다. 말하자면 하토야마의 국제무대 ‘데뷔’인 셈이죠. 데뷔 치고는 무대가 상당히 크고 셉니다 ^^

하토야마 총리의 부인 미유키(幸·66) 여사도 당근 남편의 미국 방문에 동행해 퍼스트레이디로서 국제무대에 데뷔했습니다. ‘외계인 총리와 4차원 퍼스트레이디’라고들 하지요. 이들 부부, 특히 미유키와 미유키의 시어머니(즉 하토야마의 어머니)인 야스코(安子·86) 여사는 일본의 역사적 정권교체 뒤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는데요, 이번에도 역시 미유키의 행보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유키는 이번에 아주 점~잖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다는 겁니다. 미유키는 22일 뉴욕의 일본인학교를 방문해 하토야마 총리의 외교 정책 기조인 ‘우애’의 의미를 설명하며 홍보 대사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뉴욕에 있는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는 아직도 9·11 테러의 악몽이 커다랗게 자리 잡고 있지만 다툼과 분노를 가지고서는 평화를 이룰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평화입니다. 하토야마는 늘 ‘우애 넘치는 사회를 만들자’고 말해왔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행복과 슬픔을 나누는 것, 그것이 우애의 정신입니다.”

총리 부인이 외교적인 행사에서 의젓하게 행동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미유키가 그런 모습을 보이니 ‘뉴스’가 되네요. 그 이유는, 그동안 일본 언론들에 보도된 미유키의 모습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널리 알려진 대로 미유키는 일본의 유명 가극단인 다카라즈카 출신입니다. 일본 언론들은 ‘다카라젠느’라고 부르더군요. 파리젠느...를 패러디한 것일까요? (-_-)a
미확인비행물체(UFO)를 타고 금성에 다녀왔다는 얘기를 해서 ‘4차원 인증’을 받았고, 자기 명함도 그렇게 파가지고 다닌다지요.



외계인 하토야마... 얼핏 보면 만화 속 외계인과 닮은 모습...


하토야마는 참 복을 타고났나봅니다. 물론 이제 막 집권했으니 앞으로의 정치인생이 어떨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최소한 총리가 될 때까지의 운은 타고난 것 같습니다. 3대 째 유력 정치인인 명문가에, 어머니는 엄청난 자산가, 전형적인 ‘특권층’이지요. 
저도 일본에서 잠깐 동안 지내본 적이 있습니다만, 일본은 우리처럼 평등의식이 강하지 않아서 특권층은 특권층대로 자기들만의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굳어져 있습니다. 학벌이 매우 중요하지만 특권층에게는 집안을 발판으로 명문대학에 진학할 길이 열려있고(<꽃보나 남자>가 가능한 사회라고 할까요), 다들 손바닥만한 집에 사는데 ‘특권층 동네’에 가면 그야말로 눈이 휘둥그레질 대저택들이 즐비한...

하토야마의 집안이 딱 그런 집안이죠. 미디어들은 ‘일본의 케네디가(家)’라고도 하던데, 역설적이지만 하토야마가 총리가 된 뒤 그 집안에서 가장 눈길을 끈 인물은 총리와 각료를 지낸 부계(父系) 유명인물들이 아니라 어머니와 아내라는 것이 재미있네요.
야스코 여사, 미유키 여사로 이어지는 고부(姑夫)의 ‘하토야마 총리 만들기’ 스토리는 ‘일본 특권층, 그들이 사는 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히 재미있었습니다. 하토야마의 선거구는 홋카이도의 무로란이라는 작은 도시입니다. 그곳에 집이 한 채 있지만, 하토야마가 실제 사는 집은 도쿄 덴엔초후(田園調布)에 있답니다. 
발음을 정확히 한글로 쓰면 뎅엔초후가 되는데, 일본인들은 뎅엔초후를 ‘간토(關東) 최고 주택가’라고 부른답니다. 도쿄를 중심으로 한 간토 지역에서 가장 부촌(富村)이 이 마을이랍니다. 도쿄에 있을 때 일부러 허위허위 자전거를 끌고 구경하러 간 적이 있어요. 언덕배기에 있는 집들이 어찌나 으리으리하던지, ‘저건 집이야, 박물관이야’ 하면서 슬금슬금 돌아다녔습니다. 뎅엔초후는 전철역부터 달라요. 



뎅엔초후의 전철역입니다. 손바닥만한 테마파크 내지는 폼 나는 초미니 쇼핑몰처럼 꾸며져 있어요.


그리고 하토야마는 나가노(長野)현 남동부 아사마(淺間)산 기슭의 카루이자와(輕井澤)에 별장을 갖고 있습니다. 카루이자와 또한, 일본 부유층의 별장지로 유명한 곳이죠. 

별장과 집보다 더 특권층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은 야스코 여사가 아들을 키우는 과정에서의 일화들입니다. 하토야마 총리 이전 3대가 모두 도쿄대 졸업생이어서 이 가문에서는 도쿄대 진학이 ‘상식’이었다고 합니다. 야스코 여사는 브리지스톤 창업주의 딸로 엄청난 부잣집에서 정치인 집안으로 시집을 왔는데, 아들 교육 즉 대학 진학 때문에 나름 부담스러웠다는군요. 
언론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대요. “도쿄대 이외는 생각조차할 수 없는 가문인 까닭에 유키오, 구니오(자민당의 유력 정치인이죠) 형제도 자연히 도쿄대에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나요. 

그래서 ‘공부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어느 날 구니오가 엄마의 공부 타령 때문에 집에 들어오기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후 공부에 대해서는 입에 올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아이를 자유롭게 풀어주어 성공한 정치인으로 키웠다면 ‘내 아들 이렇게 키웠다’ 책을 써도 될만한 스토리가 되겠습니다만, 야스코 여사는 정말 특권층다운 해법을 섰더군요. 애들이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부터 명문 게이오대 학생을 입주 과외선생으로 집에 들어앉혔다는... 이렇게 되면 이 모정(母情)의 이야기를 읽는 독자 입장에서 살짝 짜증나지요. 뭐, 전 그렇다는 야그...

두 아들 중 아우인 구니오는 도쿄대 법학부를 나와서 먼저 정치에 뛰어들었는데, 그 때 아버지가 반대하자 야스코 여사가 남편 앞에 아들과 함께 무릎을 꿇었답니다. 남편 앞에 무릎 꿇으며 아들의 앞길을 열어달라는 아내... 허허, 이것도 다 유키오가 총리가 되고 나니까 ‘미담’처럼 회자됐지만 쪼깨 거시기한 느낌이... 
스탠퍼드대 유학 후 학자의 길을 걷던 형 유키오도 39세 때 정치에 마음을 뒀는데 역시 아버지는 반대했고, 막대한 자산가였던 어머니는 아버지 몰래 선거사무소를 차려줬다고 합니다.

<96년 초 국회가 군소 정당 난립과 주택금융회사 부실 처리 문제 등으로 공전을 거듭하자 야스코 여사는 신당 사키가케의 대표간사였던 유키오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너도, 구니오도 의원 배지를 버려라. 그리고 둘이서 신당을 만들라”고 했다. 형제가 민주당을 결성한 것은 이로부터 8개월 뒤인 96년 9월이었다. 당시 창당자금 25억엔 중 15억엔이 하토야마 형제들이 댔다. 이 돈은 물론 야스코 여사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다.> 

경향신문 기사를 인용했습니다. 이 정도면... 두 아들이 성공 못하는 게 더 이상한 일 아닐까요? 어째 제 눈은 자꾸 가자미눈이 되어가네요.



젊은 시절의 하토야마 유키오-미유키 부부


뭐니뭐니해도 압권은 잘난 큰아들 유키오가 유부녀였던 미유키와 사랑에 빠졌을 때 이 어머니가 보여준 모정이겠지요. 미유키는 유키오 때문에 73년 이혼했는데,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들과 미유키의 결혼을 허락한 것이 야스코 여사였습니다. 스탠퍼드대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릴 때 아버지 대신 참석한 것도 어머니 야스코였고... 아들 결혼 전 미유키의 전 남편을 찾아가 사죄를 했다는 기사를 읽다보니, 이 정도면 거의 뭐 마마보이(엄마를 기준으로 놓고 보면 ‘헬리콥터맘’) 수준을 넘어서는 것 같습니다. 

86년 선거에서 남편과 아들 2명이 동시 입후보했는데 선거구 세 곳을 돌며 유권자들 앞에 머리 숙여 세 사람을 다 당선시켰다고 합니다. 유키오는 어머니를 “하토야마가의 최고의 정치가”라고 평한답니다. 미유키가 선거운동에 처음 나서면서 청바지를 입자 돌려보내 정장을 입고 오게 한 일화가 있다지요.
정작 이런 시어머니를, 솔직한 며느리 미유키는 아주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미유키 여사가 “솔직히 시어머니와 그리 잘 맞지는 않는다”고 털어놨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저렇게 어마어마한 내공을 가진 시어머니라면, 며느리 입장에선 살기 팍팍할 듯도 싶고요. 
온갖 미디어에 하토야마가 부인을 사랑하는 애처가라고 나왔지만 8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홋카이도의 술집 마담과 무려 10년이나 불륜 관계로 지내다가 들킨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유키오는 사과했고, 미유키는 “모두 나의 부덕의 소치”(사극 찍나... -_-;;)라며 용서해줘, ‘마음 넓은 부인’으로 호평을 받았다고 합니다. 흑흑 왜 자꾸만 이 가족의 이야기를 전하다보니 기분이 씁쓸해지는 걸까요.




암튼 미유키 여사는 귀엽기는 해요. 올해 66세이신 분께 귀엽다는 말은 실례인지 모르지만. ^^

지난 20일에는 도쿄 중심가 롯폰기(六本木)의 롯폰기힐즈에서 열린 한일 축제한마당 행사에서 한국말로 인사하는 모습이 국내 방송들에 비춰졌는데, 야스코 여사도 한류 매니아라 하고. ‘일본의 힐러리’가 되어 멋진 활약을 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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