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의 관심 연예인은 선덕여왕의 엄태웅... 꺄아아 ~~) 그런 멋진 남녀가 연기 혹은 노래까지 잘해주면 금상첨화이겠고요.
그럼 ‘예쁘고 잘 생긴 정치인’은 어떨까요? 국제 뉴스를 다루다 보면 아무래도 각국 정치인들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요. 제 기억에 가장 멋지게 남아있는 인물 중 하나를 꼽자면 1997년 영국 총리가 됐을 당시의 토니 블레어일 것 같군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붙어(?) 푸들 노릇을 하던 때의 블레어 말고, ‘신 좌파’ ‘제3의 길’을 내세우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그 때의 노동당의 젊은 지도자 블레어를 말하는 겁니다. 깎아 놓은 조각 같은 미남은 아니지만 스타성을 타고났다고 할까요. 참 화려하기도 했지요. 얼굴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풍기는 게 전반적으로 그랬다는 겁니다. 이런 걸 타고난 카리스마라고 해야겠지요.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4년 존 케리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지명됐던 전당대회에서 ‘아무 것도 아닌 지지연설자’로 나왔었는데, 그때 정말 어떤 중요한 위치도 아니었던, 일리노이주의 신참 정치인일 뿐이었던 오바마의 걸음걸이만 보고도 전당대회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들 열광하고 난리도 아니었다더군요. ‘컴플렉스 없는 흑인’, 자신만만하게, 약간은 건들거리는 걸음거리로 단상에 올라 청중을 휘어잡는 연설을 할 수 있는 그런 정치인의 등장에 온통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프랑스의 유명 철학자인 베르나르 앙리-레비는 그 때 그 장면을 보고서 “앞으로 미국은 오바마의 시대가 될 것”이라 예고했는데, 그 말은 4년 뒤에 사실이 되었습니다. 걸음걸이만으로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던 스타, 그 카리스마...
2004년의 오바마입니다. 지금보다 젊고, 좀 까불이처럼 보이죠?
아무래도 ‘이미지 시대’가 되다보니 정치인들에게도 얼굴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근래 참 잘 생기고 예쁜 정치인이 많아진 느낌입니다.
예를 들자면, 태국에서는 몇 년 동안 내내 정정불안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것은 지금은 외국으로 사실상 쫓겨나 망명상태로 떠돌고 있는 탁신이라는 정치인이고요. 지금 탁신을 내쫓고 총리 자리에 오른 사람은 아피싯 웨차치와라는 사람입니다. 태국 정치인들 중에서는 보기 드문 미모^^;;;를 자랑하는 사람이죠.
물론 외모만 가지고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 이 사람이 ‘얼굴 값’을 참으로 못해주고 있기 때문인데요.
서민·농민의 지지를 받던 탁신이 군부 쿠데타로 물러난 뒤(부패 혐의는 많았습니다만 탁신은 최소한 민주적으로 선출된 총리였습니다) 곡절 끝에 총리가 됐는데, 국왕-군부와 결탁해 반서민 행태를 보이고 있는 모양입니다. 솔직히 이 사람은 영국에서 자라 옥스퍼드 대학을 나오고 태국에 돌아와 왕당파 정치인으로 자리를 잡았으니, 태국 서민들하고 거리가 먼 것도 당연하다 싶습니다.
보기 드문 미모를 자랑하는 여성 정치인으로는,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공주’ 율리아 티모셴코를 첫손꼽을 수 있겠군요. 우크라이나의 민주화 혁명인 ‘오렌지 혁명’을 일으킨 주역이기도 하지요. 우리나라에도 ‘그네머리’라 불리는 헤어스타일을 창출한 여성 정치인이 있습니다만, 티모셴코의 이 헤어스타일도 매우 눈에 띕니다. 누가 해주는지 모르지만 언제나 이런 머리모양에 화려한 스타일과 패션감각을 자랑하지요.
미모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인물로는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있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얼굴값’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지난 6월 총선이 실시됐는데 여당이 참패했습니다.
‘제2의 에비타(에바 페론)’로 인기를 얻으며 대선에서 승리한 페르난데스는 집권 2년 동안 경제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데다 부패 청산·범죄 척결 등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에도 실패해 지지율이 최근 30%대로 떨어졌습니다.
서민·빈민층에게는 여전히 지지를 받고 있지만 부유층과 엘리트들은 그에게서 등을 돌렸습니다. 특히 남미 3대 경제국 중 브라질과 칠레의 좌파 정부들이 글로벌 경제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과 달리 아르헨티나만 유독 위기에 약한 모습을 보여 비판을 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계속 ‘에비타’만 우려먹고 있다는데... 이제는 좀 약발이 떨어진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 얼굴값 못한 정치인을 꼽으라면, 몇 해 전 잠시 동안 프랑스 총리를 지낸 도미니크 드 빌팽도 있지요. 로맨스 그레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중후하면서도 멋진 외모... 하지만 정치에는 영 재주가 없어, 노상 미숙한 모습으로 비판만 받다가 물러났습니다.
꽤나 멋졌다가, 다이어트에 실패함으로써 외모가 망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일전에도 얘기한 적 있는 앨 고어...
이번엔 제가 직접 본 적 있는 인물입니다. 오카다 가쓰야 일본 민주당 간사장.
예전에 일본에 갔다가 길거리에서 연설하는 것을 멀리서 지켜봤는데, 외모도 훈늉, 정책도 훈늉... 경력은 초엘리트랍니다. 도쿄대 법학부를 나와 통상산업성에 들어갔고, 1990년 자민당 소속으로 중의원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발을 디뎠습니다. 세습 의원 출신은 아니고요. 머리 좋고 정책 능력까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차세대 주자로 떠올랐습니다. 급기야 2004년 민주당 대표에까지 올랐지요.
하지만 그의 상대는, 안타깝게도 깜짝쇼의 달인 고이즈미 준이치로였던 것입니다... 2005년 ‘우정 민영화’라는 것을 놓고 총선에서 자민당과 민주당이 한판 붙었는데, 고이즈미는 당내 반대파들을 싸그리 숙청하고 인기 위주로 인물들을 선정해 이른바 ‘자객 공천’이라는 걸 했습니다. 자민당에서 뛰쳐나간 반대파와 민주당 유력 후보들이 있는 곳에 자객 삼아 인기 스타들을 내보낸 것이죠.
그 결과는 자민당 압승! ‘고이즈미 극장쇼’라고도 불렸던 그 총선으로 오카다는 한번에 맛이 가서... ㅠ.ㅠ. 대표직 내놓고 백의종군 하다가 2006년 부대표로 복귀했습니다. 지금은 간사장을 맡고 있고요.
그 후로 팍삭 늙어서, 지금은 언제 잘생겼었나 싶게 늘어져가고 있는 오카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하지 말아야 한다. 한·중 등 이웃나라들이 반대해서가 아니다. 참배하는 것이 옳지 않기 때문이다.” 한일 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되지 못한다면 그 이유는 주로 일본에 있다고 말하는 등 진보적이고 꽤나 괜찮은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0일 일본 총선에서 무려 55년만에 -_- 자민당 정권이 물러가고 민주당이 집권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오카다의 미래에 관심이 쏠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