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프리즌 브레이크, "영화가 아니야"

딸기21 2009. 8. 9.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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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 불명의 헬리콥터가 교도소 담장을 넘어 지붕에 멈춰선다. 헬기에서 내린 사람은 자동소총으로 무장하고 복역 중인 애인을 빼내기 위해 작전에 나선 미모의 젊은 여성. 내부에서 기다리고 있던 악명 높은 범죄자는 총격전이 벌어진 틈을 타 유유히 헬기로 탈출한다.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지난달 말 벨기에 브뤼헤의 한 교도소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최근 유럽과 남미 등지에서는 헬기를 이용한 탈옥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9일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법했던 ‘프리즌 브레이크’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3일 브뤼헤 교도소에서 동료 재소자 2명과 함께 도망친 탈옥수 아쉬라프 세카키(26)는 유괴·납치·강도 등 전과 16범의 위험한 범죄자였다. 그를 꺼내간 것은 여자친구와, 또다른 남성 등 3명. 이들은 관광용 민간헬기를 빌린 뒤 조종사를 협박해 교도소 마당에 내리게 했다. 그리고는 총기를 난사, 교도소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세카키를 태운 뒤 유유히 탈출했다. 목격자들은 “탈옥 과정이 꼭 군사작전을 방불케했다”고 전했다.
당국은 “탈옥수는 반드시 붙잡는다”고 공언했지만 아직도 일당은 잡히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세카키 등은 탈옥 뒤 도피자금을 모으려 4차례나 은행강도를 저질렀다. 
벨기에에서 헬기를 이용한 탈옥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2007년 노르딘 베날랄이라는 범죄자가 브뤼셀 인근 교도소를 헬기로 탈출하자 정부는 약 400만 유로를 들여 교도소 치안을 강화했다. 하지만 탈옥을 막는데에는 실패, 올들어서만 벨기에 전역 교도소에서 총 39명이 도망쳤다. 언론은 “스위스 치즈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교도소들”이라며 정부를 연일 비판하고 있다. 지난 1일 의회는 뒤늦게 탈옥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형법 개정안을 내놨다. 벨기에는 탈옥에 대해 별도로 처벌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탈주범들이 붙잡히더라도 남은 형기만 채우면 됐었다.

앞서 2월에는 그리스 아테네 부근 코리달로스 교도소에서 바실리스 팔레오코스타스라는 은행강도와 살인죄로 종신징역형을 선고받은 알케트 리자이가 탈옥했다. 이들은 헬기를 타고 교도소에 접근한 한 여성이 상공에서 줄사다리를 던져주자 이를 타고 올라가 도망쳤다. 여성은 교도소 경비대에 자동소총을 쏘며 접근을 막았다. 
이 탈옥 장면은 한 주민의 비디오카메라로 촬영돼 생생히 공개됐고, 치안당국은 망신살이 뻗쳤다. 탈옥수 일당에 납치됐던 조종사는 얼마 뒤 고속도로변에서 온몸이 묶인채 발견됐다. 조사결과 헬기를 납치한 것은 팔레코스타스의 친형으로 드러났다.
프랑스는 2001년 세 차례 연달아 헬기 탈옥사건이 일어나자 약 3900만 유로를 들여 전국의 교도소에 헬기 착륙을 막는 철제 그물과 안테나 등을 세웠다. 하지만 2001년 마르세유 감옥에서 헬기로 탈출했다가 붙잡힌 조폭 보스 파스칼 파예는 같은 교도소에서 2년 뒤 또 헬기 탈출을 감행했다. 그는 다시 체포돼 2007년 프랑스 남동부로 이송됐으나 세번째 헬기 탈옥을 저질러 ‘탈옥의 왕’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지난 4월에는 마다가스카르섬 부근 인도양의 프랑스령 레위니옹 섬에서 아동 성폭행범이 역시 헬기로 탈옥했다.

인터폴에 따르면 지난 8년 동안 세계 곳곳 교도소에서 헬기를 이용한 탈옥 사건은 14차례 일어났으며 그중 11건은 유럽에서 발생했다. 특히 민간 헬기가 늘어나면서 헬기를 이용한 영화같은 탈옥이 점점 늘고 있다. 
누구나 빌릴 수 있는 관광용 헬기들은 보안이 취약하며 납치 대책이 사실상 없다. 교도소들의 경비 부족도 문제다. 프랑스, 벨기에, 그리스는 유럽에서도 교정시설이 모자라 교도소가 ‘붐비는’ 나라들이다.
 또 유럽의 교도소들은 인구가 밀집한 주거지역에 있는 경우가 많아, 당국이 탈옥수들에 중화기로 대응하기 힘들다. 프랑스 교도행정국 간부 필리페 오블리지는 “주거지역에서 헬기로 총을 쏘는 것은 폭탄을 지상으로 떨어뜨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사실상 응사할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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