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세계사

어제의 오늘/ 미-베트남 국교 정상화

딸기21 2009. 8. 5.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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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8월 5일 미국의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이 하노이를 방문, 응우옌 만 캄 베트남 외무장관과 만나 국교 정상화 협정에 조인했다. 1975년 베트남전이 끝나고 20년만이었다. 

이로써 한국전쟁 이래 동·서 냉전 진영이 맞붙은 최대 전쟁이었던 베트남전은 완전히 끝났다. 미국에서는 베트남전 참전병들이 국교 회복에 반대했지만 일반적인 여론은 지지가 압도적이었다. 베트남은 80년대 ‘도이모이(개혁)’ 정책을 실시하면서 동남아시아의 새로운 경제엔진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미국 산업계는 양질의 저렴한 노동력과 자원을 가진 베트남 진출을 몹시 바라던 터였다.



2년 뒤인 97년 두 나라는 대사를 교환했고, 98년에는 부총리로 승진한 응우옌 만 캄이 미국을 방문했다. 하일라이트는 2000년 11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이었다. 이듬해 양국은 베트남전 고엽제 피해에 대한 공동조사에 들어갔다. 


2006년 6월에는 응우옌 민찌엣 베트남 주석이 종전 이래 베트남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으로 미국을 국빈방문했다. 당시 응우옌 주석은 워싱턴이 아닌 뉴욕을 첫 방문지로 택해 월스트리트의 금융가를 둘러봐 화제가 됐었다. 그는 옛 월남에서 빠져나온 보트피플들을 중심으로 베트남인 100만명이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해 이례적인 환영을 받기도 했다.

국교정상화 이후 두 나라 간에는 경제협력이 급속도로 진전됐다. 양국간 교역량은 2001년 15억 달러에서 2002년 28억 달러, 2003년 60억 달러로 늘었으며 2005년에는 96억 달러로 증가했다. 두 나라는 2006년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를 수립해 경제 영역에서 과거사의 족쇄를 모두 없앴다. 올들어서는 1분기 베트남의 대미수출액만 62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그나마 미국의 경제위기 때문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나 줄어든 액수다.

두 나라는 군사적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양국 공군은 지난달말 하노이에서 나흘간에 걸친 회담을 갖고 정보 공유와 훈련 공조 등에 합의했다고 하노이 주재 미국대사관이 밝혔다. 베트남군은 미군 관리들에게 하노이의 공군 기지를 구경시켜주며 협력을 다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면의 상흔은 아직 다 가시지 않았다. 지난달 말 하노이 발 AP통신에 따르면 베트남 중부 6개 주에서는 아직도 3분의1에 해당하는 지역이 지뢰와 불발탄으로 덮여있다. 베트남 군 고위관계자는 “불발탄과 지뢰를 모두 없애는 데에는 300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뢰·불발탄 실태조사를 하며 지원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군인들이다. 지금까지 지뢰·불발탄으로 숨지거나 다친 사람은 베트남 전체에서 2만7000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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