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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아래 사진)가 대선 파동 이후 처음으로 19일 공개 석상에 나와 연설을 했다. 하메네이는 대선을 재실시하라는 개혁파의 요구를 일축하면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승리에는 변화가 없다고 못박았다. 또 시위가 계속될 경우 강력 대응할 것이라 경고했다.
그러나 하메네이의 강경한 태도가 시위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개혁파는 20일 다시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어서, 하메네이의 연설이 오히려 시위 확산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유혈충돌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하메네이의 강경한 태도가 시위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개혁파는 20일 다시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어서, 하메네이의 연설이 오히려 시위 확산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유혈충돌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아야툴라 하메네이가 호메이니의 사진을 배경으로 기도 겸 연설을 하고 있다. /이란 하야트 통신
하메네이는 이날 낮(현지시간) 테헤란대학교에서 열린 금요예배에 나와 기도하면서 국민들에게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고 시위를 중단하라 촉구했다.
하메네이는 “선거는 공정하게 치러졌고 이란 국민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을 지도자로 뽑았다”면서 재선거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10만, 50만, 100만표도 아닌 1100만표 차이가 났는데 그것이 투표 조작으로 가능했겠는가”라 반문하면서 지난 12일 대선은 아마디네자드의 “압도적인 승리”라고 규정했다. 또 “나의 생각은 대통령의 생각과 비슷하다”고 말해, 개혁파들과 보수진영 일각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아마디네자드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했다.
하메네이는 “거리로 나서는 것은 적들의 선동에 넘어가는 짓”이라며 서방과 외국 언론들에 화살을 돌리고, 시위가 계속되면 강력 대응할 것이라 경고했다. 이 연설은 프레스TV등 이란 국영 방송과 알자지라방송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대선 뒤 러시아를 방문한 것 외에 대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아마디네자드도 이날 예배에서는 맨 앞줄에 앉아 하메네이의 말을 들었다. 하메네이는 개혁파 후보 미르 호세인 무사비 등을 겨냥, “그들 모두 이 체제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며 대선은 어디까지나 체제 안에서의 경쟁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슬람 신정체제에 대한 도전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맨 앞줄에 앉아 열심히 하메네이의 말을 듣고 있는 아마디네자드 /이란 하야트 통신
기도를 하는 하메네이와 참석자들 /이란 하야트 통신
하메네이의 사진을 든 친정부 여성 시위대 /로이터통신
기도를 하는 하메네이와 참석자들 /이란 하야트 통신
하메네이의 사진을 든 친정부 여성 시위대 /로이터통신
하메네이는 아마디네자드와 무사비 등 대선 후보 4명 모두에게 이날 예배에 나오도록 요구했으나, 무사비가 참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온건 개혁파 후보였던 메흐디 카루비는 아예 지지자들에게 “연설을 들으러 가지 말라”고 촉구했다. 혁명수호군 사령관 출신의 보수파 후보 모흐센 레자이조차도 “일부지역에서 투표율이 140%로 나타났다”며 부정선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전날 시내에서 검은 옷을 입고 유혈진압 희생자 추모행진을 했던 무사비 측은 이날은 집회를 열지 않았으나 20일 다시 대규모 시위를 할 계획이다. 테헤란 시 당국은 이 집회를 불허하고 불법집회로 규정,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AP통신 등은 하메네이의 연설이 지금까지 시위 강경대응을 자제해온 보안당국에 무력 진압 허가권을 내준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지도자들은 "하메네이의 연설은 국민들의 정당한 요구를 짓밟는 것"이라 비난했다.
하메네이의 강경 대응은 최근 시위 사태로 인한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시위대는 이슬람 신정에 도전하기보다는 주로 선거 부정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하지만 18일 시위에는 “독재자(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가 등장했다. 보수파 내부에서 하메네이에 대한 불신이 제기되는 등 권력 누수현상이 나타난 것이 오히려 그를 강경론으로 밀어붙였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구정은기자 ttalgi21@kyunghyang.com
시위대 폭력진압 '바시지 민병대'
테헤란 시내 본부 건물 옥상에서 시위대를 향해 돌을 던지는 바시지 민병대원/AP
이란의 이슬람 ‘바시지’ 민병대가 개혁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의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19일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의 테헤란대학교 금요예배 연설에 맞춰 테헤란 시내 곳곳에서 이슬람 ‘바시지’ 민병대가 결집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바시지는 전날 밤 테헤란대학을 습격해 학생들에게 흉기와 곤봉을 휘두르며 난동을 부렸다. 앞서 시위대에 총격을 해 8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도 이들로 추정된다. 대학생들은 바시지의 난동으로 테헤란과 시라즈 등지에서 7명이 추가로 숨졌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도 “바시지가 밤마다 시위대를 폭행하거나 약탈을 자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바네템 필레이 유엔인권기구 대표는 19일 “이란 정부는 민병대가 시위대를 폭력 진압하지 않도록 할 책임이 있다”는 성명을 냈다. 유엔 인권담당 특별보고관들도 이란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바시지는 이번 사태 이전에도 정부 보안당국을 대신해 시위를 폭력으로 저지하는 역할을 해 왔다. 미국 워싱턴 이란현대연구소의 모흐센 사제가라 소장은 “바시지는 특별한 군대”라며 “그들은 젊은 시위자들을 체포해 살해하기도 한다”말했다. 정권이 시위 진압에서 빚어지는 인명살상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민병대에 진압 역할을 떠맡기고 있다는 것이다.
2003년 테헤란대 학생들이 개혁을 촉구하는 시위를 했을 때에도 바시지가 오토바이와 군용차량을 타고 나타나 곤봉으로 학생들을 진압했다. 개혁파들은 “군복을 입지 않은 군인들이 거리에 배치돼 있는 꼴”이라며 바시지가 활개치도록 내버려두는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바시지는 1979년 아야툴라 호메이니가 이라크의 공격을 앞두고 시민 지원병들을 모집하면서 창설됐다. 당시 호메이니는 “라이플총을 든 2000만명의 젊은 시민군이 있는 나라는 누구도 침탈할 수 없다”며 민병대 출범을 격려했다. 하지만 이후 바시지는 외적이 아닌 내부의 반정부세력이나 개혁파, 민주화 운동가들을 탄압하는 준군사조직으로 변질됐다. 외신들은 이번 시위가 확대될 경우 바시지가 더 커다란 유혈사태를 일으킬 우려도 적지않다고 지적했다.
김향미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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