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이란판 천안문' 될까

딸기21 2009. 6. 19.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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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판 ‘톈안먼 사태’가 될 것인가. 이란 대통령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가 수도 테헤란과 전국 주요 도시에서 엿새째 이어지고 있다. 이미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유혈사태로 번진 상태다. 이란 정부는 정치인, 언론인, 인권운동가 등 200여명의 개혁파 인사를 검거하는 등 강경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대선에서 패한 개혁파 후보 미르 호세인 무사비 측은 이에 굴하지 않고 18일 시위 희생자 추모를 위한 대규모 집회를 소집했다. 19일에는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금요 예배를 주관하고, 20일에는 혁명수호위원회가 무사비 등 낙선 후보 3명을 초청해 대선의 문제점에 대한 견해를 청취하겠다고 밝혀 이번 주말이 이란 사태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CNN 방송 등 외신들은 18일 이란 시위가 계속되면서 톈안먼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외신들은 1989년 베이징과 2009년 테헤란을 비교·분석한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가장 큰 공통점은 젊은이와 지식인 중심의 대규모 시위대가 민주화를 요구하며 거리로 몰려나왔다는 것, 그리고 당국이 언론을 통제하며 강경 진압으로 희생자를 냈다는 것이다. 고립된 사회에서 벌어지고 미국 등 국제사회가 개입을 꺼렸다는 점도 비슷하다. 이틀간 침묵하던 무사비는 18일 다시 반정부 집회를 소집하며 ‘평화시위’에 무게를 뒀지만, 정부의 시위 금지령에 맞서는 것이어서 강경 진압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란 전문가들은 “섣부른 비교는 금물”이라고 말한다. 먼저 유혈사태 규모가 다르다. 중국에서는 정부군이 탱크를 동원해 시위대를 짓밟아 수천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테헤란에서는 군이 동원되지 않았고, 지금까지 숨진 것으로 확인된 7명도 이슬람 민병대에 희생된 것으로 전해졌다.
두 나라 정부의 성격도 다르다. 공산당 일당독재 국가인 중국과 달리 이란은 신정국가이면서도 개혁파가 8년이나 집권한 적이 있다. 이번 대선에서 이긴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어쨌든 국민 절반 이상의 지지를 얻고 있어, 굳이 군을 동원해 사태를 악화시킬 이유가 없다. CNN은 “이란 정부는 20년 전 중국에 비해 선택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와 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을 비교하기도 한다. 하지만 두 사건도 저항의 성격과 강도가 다르다. 영국 인디펜던트의 중동전문기자 로버트 피스크는 “30년전 샤(팔레비 국왕)의 탄압은 지금과는 비교도 안되게 잔혹했다”면서 “지금의 ‘녹색 바람’ 세대는 샤를 몰아낸 군중에 비해 교육수준이 높고 요구사항이 다양하다는 것도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가 이란의 보수적 신정 체제에 미칠 영향은 클 것으로 관측된다. 이란의 전직 외교관 메흐르다드 혼사리는 알자지라 방송 인터뷰에서 “개혁을 바라는 사람들의 수는 무사비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수보다 훨씬 많다”면서 “투표에서는 아마디네자드가 이겼을지 모르지만 이번 사태로 지배체제의 균열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겉으로 드러난 것은 무사비 지지·재선거 실시 요구뿐이라 해도 그 밑에는 사회문화적 억압을 걷어내고 자유화를 하라는 요구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로 신정 체제 내부의 권력투쟁도 표면화했다. 이슬람 혁명 이후의 대통령 중 유일하게 성직자 출신이 아닌 아마디네자드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개혁파들을 공격하면서 ‘부패한 성직자들’을 거론했다. 이 일로 성직자들의 반감을 샀고, 일부 중도파 성직자들이 비판 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각기 수천명씩의 학생들을 거느린 지방의 중도보수파 고위 성직자들이 아마디네자드에 반대하고 나서면 사태의 향방이 바뀔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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