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운명의 핸들’ 어디로

딸기21 2009. 6. 4. 16:53
728x90
GM 파산보호 신청… 세계 유명 자동차 브랜드 매각설 솔솔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가 결국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GM은 이제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의 영광을 뒤로한 채 ‘작지만 탄탄한 회사’로의 변신과 갱생을 시도해야 하는 처지다. 허머, 사브, 캐딜락, 시보레 같은 GM의 유명 브랜드들도 모기업과 함께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다. 이 회사뿐 아니라 독일 포르쉐-폭스바겐 합병협상, 이탈리아 피아트의 크라이슬러 인수협상, 미국 포드의 볼보 매각설 등이 잇달아 흘러나오면서 수많은 자동차 브랜드의 명암이 엇갈리는 처지가 됐다. 


■ 허머

강인한 외모로 ‘美 남성의 로망’… 효율·안전성 낮아 애물단지 전락
 



자동차 애호가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가장 인기있고 비효율적인 차”라는 평판을 받아온 허머의 미래다.
군용차량 험비(HMMWV·고기동성 다목적 차량)를 민수용으로 바꿔 크기를 줄이고 디자인을 개량한 허머는 원래 AMC지프의 자회사인 AM제너럴이라는 회사가 만들던 것이다. 지금도 이 회사가 생산을 맡고는 있지만 1999년 GM에 상표권과 판매권이 넘어가면서 ‘GM 허머’로 이름이 바뀌었다.


허머가 태어난 것은 92년으로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지만, 특징적인 ‘강인한 외모’ 때문에 순식간에 유명해졌다. 어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보다도 큰 몸체 때문에 차고에 집어넣기 힘들고 주차장에서도 흰 칸 밖으로 삐져나오는 골칫거리이지만 그 압도적인 크기 때문에 ‘남성적인 차’를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꿈의 모델이다.
그러나 다른 SUV보다 안전도가 떨어지는 등 ‘덩치 값’도 못하는 데다 결정적으로 연료 효율성이 엄청 낮아, 인지도만큼 많이 팔리지는 않았다. 허머의 연비는 최신형 H3모델의 경우도 갤런당 14마일(리터당 약 6㎞)에 그칠 정도다. 이 때문에 ‘환경파괴와 에너지 낭비’의 상징이 되다시피 했다.
초창기 군용모델을 이름만 바꿔 출시했던 H1은 이미 단종됐고, 이어 만들어진 개량형 H1알파도 생산이 끊겼다. GM은 크기를 줄인 H2와 H2SUT, H3T와 H3x, H3알파 등의 모델을 꾸준히 만들어 왔지만 ‘기름 먹는 괴물’이라는 비아냥을 면치 못했다.
결국 허머는 GM의 구조조정안에서 ‘매각 혹은 폐기 대상’으로 분류됐다. GM은 미국 자동차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이 브랜드를 없애기 아까워 여기저기에 매수 제안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에 매수 의사를 타진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높은 허머에 선뜻 손을 뻗치려는 회사는 별로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 캐딜락

‘21세기 친환경 자동차’ 변신… 앞으로 3년간 GM 주력모델로


GM의 대표적인 고급차 캐딜락은 시보레, 뷰익, GMC와 함께 ‘4대 브랜드’로 남아 구조조정 뒤에도 명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1902년 ‘캐딜락 자동차 회사’라는 이름으로 설립돼 7년 뒤 GM에 넘어간 캐딜락은 미국 자동차의 역사를 보여주는 산증인이다. 1915년 70마력 V8엔진을 처음 장착해 엔진 혁명의 시발점이 됐고, 27년에는 포드에서 시작된 대량생산 시스템과 거꾸로 가는 ‘디자이너 보디(차체)’를 선보였다. 자동차 지붕을 철판으로 만든 것은 이 차가 처음이었다. 이전까지는 나무 뼈대에 천을 덮어 만들었다. 

하지만 캐딜락은 70년대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시대에 뒤떨어진 공룡 브랜드로 전락했다. 75년과 76년 연달아 크기를 줄인 세빌 모델을 내놨지만 두 차례 유가 충격을 뛰어넘는 데 실패했다. 젊은층을 공략하려고 내놓았던 소형차 시머런도 88년 판매부진 속에 단종됐다. 캐딜락을 살려준 것은 ‘예술과 과학의 만남’으로 호평을 받았던 CTS였다. 포드의 선더버드와 폭스바겐의 뉴비틀 같은 복고풍이 유행할 때에 캐딜락은 유려한 디자인에 연료효율을 높인 ‘21세기형 자동차’ CTS를 내세워 부활했다. CTS쿠페는 앞으로 3년간 GM의 주력 모델이 될 예정이다.

캐딜락의 ‘친환경 차량으로의 거듭나기’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이 브랜드의 유일한 SUV인 에스컬레이드의 하이브리드 개량형 모델에 이어 지난 1월 북미오토쇼에서는 컨버지 콘셉트카도 내놨다. ‘셰비’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시보레도 캐딜락과 함께 살아남았다. 여기서도 핵심은 ‘친환경 미래 디자인’이다. 전기자동차 시보레 볼트는 GM 전체의 미래를 짊어진 친환경 모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GM은 2011년까지 전기충전방식(플러그인) 볼트와 시보레 크루즈, 시보레 카마로, 시보레 에퀴녹스 등을 계속 내놓을 계획이다.


■ 사브

강력한 힘·안전성·높은 인지도… 세계 각국 유명회사들 눈독


GM이 인수했던 사브는 고향인 스웨덴에서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사브는 허머, 새턴과 함께 GM의 매각대상 리스트에 올라 있다. GM의 다른 브랜드들과 달리 유럽 출생인 사브는 터보차저(배기가스의 압력을 재활용해 출력을 높이는 장치)를 이용한 강력한 힘과 안전성, 그리고 친환경 기술로 유명하다.
58년 차량에 세계최초로 안전띠를 장착한 것도 사브였다. 원래 비행기 엔진을 만드는 스웨덴항공제작사(SAAB)의 자회사로 출발했으나 경영난 끝에 89년 GM에 인수됐다. 


GM은 93년 독일 오펠공장 생산시설을 활용해 일명 ‘신세대 사브’로 알려진 사브900 모델을 내놓았고, 95년에는 이 브랜드를 흑자로 바꾸었다. 사브 9-3, 9-4x SUV, 9-5 등의 모델이 독일 뤼셀스하임과 트롤하탄 공장에서 계속 생산되고 있다. GM은 지난 2월 스웨덴 정부에 50억크로나(약 8200억원)의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매각 계획을 발표했다. 

높은 인지도에 이미지도 좋은 사브가 누구의 손으로 들어갈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세계 각국의 유명 자동차회사 대부분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스웨덴 자동차회사 커닉세그, 미국 투자회사 렌코그룹, 이탈리아 피아트, 중국 지리(吉利·Geely)자동차 등이 입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BMW와 프랑스의 르노닛산, 현대-기아차그룹, 인도 타타모터스, 캐나다의 자동차부품회사인 마그나 인터내셔널 등도 거론된다. 사브가 다시 유럽으로 갈지, 미국을 거쳐 아시아로 넘어올지가 관심사다.


■ 볼보

평균 폐차연한 19.8년 명성… 흑자전망 부정적 매각설도


미국 자동차3사 중 1·3위인 GM과 크라이슬러가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은 것과 달리 2위인 포드는 이번 파고를 그럭저럭 잘 넘기고 있다. 하지만 포드의 프리미어자동차그룹(PAG)에 속해 있는 볼보의 운명은 미지수다.
사브와 함께 스웨덴에서 출발한 볼보는 세계 유수의 자동차들 중에서도 안전성으로 이름 높았다. 자동차 성에제거장치(54년)와 도어락(66년)을 처음 장착한 것도 볼보로 알려져 있다. 평균 폐차연한이 19.8년으로, 메르세데스벤츠에 이어 세계 두 번째다. 2007년에는 66년식 볼보가 미국에서 360만㎞의 주행 끝에 퇴역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99년 포드의 식구가 된 볼보는 현재 PAG에 남아 있는 유일한 브랜드다. 포드는 ‘영국 왕실의 스포츠카’로 불리던 재규어와 역시 고급 스포츠카인 애스턴마틴, 다목적차량 랜드로버를 사들여 볼보와 함께 PAG라는 이름으로 묶었다.
하지만 이 차들은 이름값을 못했고, 재규어와 랜드로버는 지난해 인도 타타모터스에 팔렸다. 타타는 재규어랜드로버(JLR)라는 이름의 법인을 만들어 두 브랜드를 묶어 경영하고 있다. 애스턴마틴은 그 전 해에 영국·쿠웨이트 합작 투자회사에 매각됐다.
 

포드 측은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팔면서 “볼보만은 지키겠다”고 했다. BMW 같은 유럽 차회사들과 경쟁을 하기 위해서도 볼보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보 매각설’은 끊이지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볼보자동차가 올 1·4분기 손실을 기록했다”면서 “당분간 흑자로 돌아오긴 힘들 것 같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일어나자 포드 측이 당초 입장을 뒤집어 볼보 매각을 여러 회사에 타진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얼마전 중국의 자동차회사들과 유럽 컨소시엄이 볼보에 ‘입질’을 하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람보르기니·마세라티 가속페달 누가 먼저

미국차들이 운명의 기로에 놓인 반면, 유럽차들은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피아트가 크라이슬러를 인수하고 포르쉐와 폭스바겐이 합쳐지면 피아트그룹과 포르쉐-폭스바겐그룹은 세계 자동차업계의 수위에 올라서게 된다. 

마세라티(사진 위)와 람보르기니

그렇다면 자동차 업계의 변화가 스포츠카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스포츠카 팬들의 눈은 폭스바겐그룹 자회사 아우디에 속해 있는 전통의 스포츠카 람보르기니와 피아트가 자랑하는 고급 스포츠카의 대명사 마세라티에 쏠려 있다.
워낙 유명한 차들이기도 하지만, 공교롭게도 두 브랜드가 미국 크라이슬러와 GM에 넘어갔다가 되살아온 전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1968년 탄생한 람보르기니는 오일쇼크를 못 이기고 78년 파산선언을 했다. 오랜 협상 끝에 84년 스위스 밈란에 넘어갔다가, 87년에는 리 아이아코카 최고경영자의 지휘 아래 성장 정책을 펼쳤던 크라이슬러의 휘하가 됐다. 하지만 94년 크라이슬러에서 다시 잘려나가 인도네시아의 메가테크에 매각됐다.
메가테크는 인도네시아 옛 독재자 수하르토의 막내아들 토미가 운영하던 회사다. 인도네시아 경제가 악화되면서 람보르기니는 다시 아우디로 넘어갔다. 아우디의 모기업 폭스바겐은 2000년대 들어 한때 휘청거렸지만 지금은 포르쉐와의 합병을 통해 세계 1위의 꿈을 키우고 있다. 


역시 볼로냐 태생인 마세라티는 68년 프랑스 시트로앵에 넘어갔다가 93년 피아트로 들어갔다. 피아트는 97년 이 브랜드를 라이벌인 페라리에 팔았지만 계속 경영관계를 유지했다.
한때 마세라티를 폭스바겐에 보내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폭스바겐에 람보르기니가 있어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아트는 2005년 페라리에 내줬던 마세라티를 다시 가져와 GM에 팔려 했다. 하지만 GM이 20억달러 대금을 내지 못해 무산됐다. 그때 팔렸더라면 마세라티는 또다시 대륙을 넘나들며 떠도는 처지가 될 뻔했다. 람보르기니와 마세라티는 폭스바겐과 피아트의 대표적인 스포츠카로서 진검승부를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728x90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찾아가볼 맛집들  (13) 2009.06.19
대통령도 데이트는 해야...  (8) 2009.06.17
[펌] 예쁘네.  (8) 2009.06.02
'붉은 로자' 시신 찾았나  (5) 2009.06.01
영어공부 비법 모음!  (17) 2009.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