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이겨야 하는' 민족주의와 식민주의의 두 얼굴

딸기21 2009. 4. 1. 20:27
728x90
민족주의와 '자본의 식민지'

 글 김재중·사진 정지윤기자

ㆍ방한한 日 진보학자 니시카와 나가오

ㆍ야구 한·일전은 민족주의·상호이해 키워
ㆍEU는 내부격차 있지만 바람직한 공동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세계피겨선수권대회 등 최근 한국과 일본이 대결한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가 온국민의 관심과 응원 아래 치러졌다. 경기가 열리는 동안 사람들은 “일본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며 흥분했다. 인터넷은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비방으로 홍수를 이루며 공격적 민족주의의 맨얼굴을 드러냈다.


니시카와 나가오(西川長夫·75) 일본 리츠메이칸대학교 명예교수(국제관계학)는 근대 국민국가와 민족주의, 식민주의를 준열하게 비판해온 진보적 학자다.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초청으로 석학강좌를 하기 위해 방한한 그를 지난 30일 만났다.

한·일 간 스포츠 경쟁부터 화제에 올렸다. 니시카와 교수는 “나도 야구를 볼 때 정신을 잃고 일본팀을 응원하게 된다”면서
“나는 왜 민족주의로 빨려들어가고 있는가를 자각하면서 현상을 직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간 스포츠 경기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호승심이 분출하면서 민족주의가 부추겨지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심화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철저한 연구가 상대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지만 동시에 적대적 민족주의를 극단화시킵니다. 상대방을 분석하고 승리를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스포츠는 전쟁의 메커니즘과 똑같습니다.”

니시카와 교수는 특히 한국 야구팀 선수들이 경기에서 이겼을 때 마운드에 미니 태극기를 꽂는 장면에서 전쟁의 이미지를 강하게 떠올렸다면서 이 장면이 한국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궁금해했다. 2차대전 당시 미군이 사이판에 주둔한 일본군을 격퇴하고 성조기를 꽂는 장면, 러·일전쟁에서 일본군이 뤄순항을 함락시키고 일장기를 꽂는 장면 등이 겹쳐졌다는 것이다.

그는 국가와 자본의 운동을 신식민지주의, 내부 식민주의 등의 개념으로 해석해 왔다.
구식민주의가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지배하는 민족지배였다면, 신식민주의는 국경과 민족 안에서 자본의 지배가 강화되는 현상으로 규정된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최근에 출간한 <지방은 식민지다> 책 제목이 떠올랐다. 니시카와 교수는 “나도 10년 전쯤 논문을 통해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면서 “마치 외국을 식민지로 삼 듯 중앙이 지방을 식민지화하고 있는데 이러한 내부 식민지화는 현대 국가가 국민을 통합하는 방식으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어법을 확장하면 ‘여성은 최후의 식민지다’ ‘국민이 국가의 식민지다’라고 말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니시카와 교수는 특히 미국발 세계경제 위기로 인해 식민지화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국가가 형성되면서 국가와 자본은 항상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복지국가는 국가가 자본을 컨트롤하는 것인데, 세계화는 거꾸로 자본이 국가를 컨트롤합니다. 그런데 이 컨트롤 방식이 파탄나면서 경제위기가 왔습니다.” 그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격차가 커질수록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한 사람을 혐오하고 억압하는 등 약자를 향한 민족주의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니시카와 교수의 분석에선 아나키즘적 분위기가 풍긴다. 그는 이런 지적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니시카와 교수는 현실에서 실현할 수 있는 바람직한 공동체의 모습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그는 “유럽연합(EU)은 내부 격차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기존의 강력한 국민국가에서 벗어나 연합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아니키즘 사상을 어느 정도 실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니시카와 교수의 <국민이라는 괴물>을 재밌게 읽었는데, 오늘 우리 신문에서 인터뷰 기사를 보니 반가웠다. 내용도 좋았고... 새겨 들어야 할 이야기인 듯 해 옮겨놓는다.
728x90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녀의 꿈  (6) 2009.04.20
<유튜브 오케스트라> 성공적 데뷔(?)  (0) 2009.04.17
이 노래 아시나요  (4) 2009.03.28
욕할 자격  (6) 2009.03.25
떡실신... 존니스트 웃김  (11) 2009.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