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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가스카르의 비극

딸기21 2009. 2. 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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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영화로 더 유명한 나라, 마다가스카르. 예전에는 <말라가시 공화국>이었다가 섬의 이름을 딴 <마다가스카르>로 국명이 바뀌었지요.
아프리카 동남부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 반정부 시위와 강경 진압으로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정치인들 간의 권력투쟁에서 시작된 싸움이 반정부 시위로 비화되면서 정부군과 시위대 간 유혈 충돌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마다가스카르 사태는 식민통치의 유산과 정부의 실패, 신자유주의적 경제구조조정과 부패 등이 총체적으로 맞물려 일어난 비극입니다.


CNN방송과 AP통신 등은 7일 마다가스카르 수도 안타나나리보의 대통령궁을 지키던 군부대가 시위대에 발포해 23~40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다쳤다고 보도했습니다. 이곳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반정부 지도자 안드리 라조엘리나(34)를 따르는 시위대가 마르크 라발로마나나 대통령(59)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여왔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양측에 폭력 종식을 촉구하며 이른 시일 내 특사를 파견할 것이라 밝혔지만 소요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안타나나리보 시장을 지낸 라발로마나나 대통령은 2001년 대선에서 옛 독재자 디디에 라트시라카를 누르고 당선돼 큰 기대를 모았으며, 2006년 재선됐습니다. 그러나 정치개혁과 부패 척결에 실패하고 경제발전이 늦어지면서 국민들의 반발을 사기 시작했습니다. 


기독교 신자인 그는 몇년 전에는 마다가스카르를 기독교 국가로 개조하겠다고 공언해 위헌 논란을 불렀다고 합니다. 2006년에는 그가 유럽순방을 떠난 동안 쿠데타가 발생해 귀국이 미뤄지기도 했습니다.

반정부 시위를 이끄는 라조엘리나는 DJ 출신으로, 2007년 말 안타나나리보 시장에 당선됐습니다. 정부의 부패와 실정을 공격하면서 인기를 얻은 그는 지난달 말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며 ‘임시정부’를 꾸려 수반을 자처했다고 합니다. 


반정부 시위로 약탈·방화가 일어나자 대통령 측은 이를 기화로 강경 진압에 나섰으며 지난 3일에는 라조엘리나를 아예 시장직에서 해임했습니다. 그러나 이 조치는 오히려 더 큰 반발만 불렀습니다. 지난달부터 계속된 소요 사태 희생자는 줄잡아 100~120명에 이릅니다.

Bodies lie outside the offices of Madagascar President Marc Ravalomanana in Antananarivo. Twenty-eight people were killed in protests violently put down by the security forces, the police in Madagascar said Sunday in a revised toll that put the number of injured past 200 (AFP/Walter Astrada)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섬인 마다가스카르는 전세계 생물종의 5%가 서식하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
로 유명하지요. 그러나 자연의 낙원으로 알려진 이 나라의 국민들은 굴곡진 역사와 정정불안, 경제 실패로 고통받아왔습니다.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마다가스카르는 1960년 ‘아프리카의 봄’ 때 독립했습니다. 수십년간 사회주의 성향의 독재정권이 이어지다가 90년대 들어 다당제 민주선거가 도입됐습니다.


마다가스카르는 임업, 어업, 농업에 경제를 의존하고 있습니다. 주요 작물은 커피, 바닐라, 사탕수수, 코코아, 벼, 카사바 등이며 특히 바닐라는 세계 최대 생산국입니다. 그러나 식민지 시절부터 이어져온 플랜테이션 농업 비중이 높다보니 서방 시장의 등락에 국가경제가 휘둘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 85년 코카콜라가 바닐라 함량을 낮춘 ‘뉴코크’를 내놓자 마다가스카르 전체 경제가 휘청였고, 이듬해 코카콜라사가 다시 바닐라 함량을 높인 ‘코크 클래식’ 생산라인을 늘리자 간신히 마다가스카르도 되살아났다는 일화가 있지요. 이 때문에 이 나라 경제에는 ‘코카콜라 경제’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마다가스카르의 해안. (사진 www.wohoo.co.uk)

 근사하지요? <사람들>의 삶을 빼면, 마다가스카르는 한번 꼭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사진은 wikipedia 에서)


80년대 들어 이 나라는 사회주의 경제노선을 버리고 세계은행의 지도에 따라 구조개혁에 나섰습니다. 정부는 88~93년 민영화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수출촉진구역(EPZ)을 만들어 개발에 앞장섰고요. 그러나 기대했던 성장 대신 경기침체만 이어졌습니다. 정부는 2차 민영화를 실시, 97년 이후 외국투자를 유치하면서 외견상 성장을 이루는데 성공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은 최빈국들을 대상으로 한 빈곤감소전략계획(PRSP)을 마다가스카르에 적용하기로 하고 재차 고강도 개혁을 요구했습니다. 라발로마나나 정부는 토지소유 관련법을 정비하고 서구식 경제 기법을 도입하면서 해외투자 유치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동시에 생태관광(에코투어리즘) 상품을 만들고 고부가가치 플랜테이션 농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서방 간 투자유치·경제개혁 협상이 진행되는 이면에서 정부 관리들의 부패는 극에 달했고 경제 양극화만 심해졌다고 합니다. 경제개혁·개방의 성과는 국민들에게는 별로 돌아가지 않았으며 특히 농촌 빈곤은 갈수록 심해졌습니다. AP통신은 인구 2000만명의 절반이 하루 1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극빈층이라고 전했습니다. 성인인구의 30%는 문맹이라고 합니다. 


정부는 자원 개발을 추진한다며 최근 몇년 새 세계적인 광물업체 리오틴토에 광산개발권을 주고 해안유전 시추를 위해 외국 기업들을 끌어들였습니다. 그러나 세계 경제침체로 인해 에너지·광물자원 개발이 예정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합니다. 현재 마다가스카르에는 한국 교민과 주재원 등 250여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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