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로 각국의 구제금융 요청이 속출하는 가운데 세계 통화의 안정성을 관리·감독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돈이 바닥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브라질, 터키 등 ‘신흥경제대국’들로 위기가 확산될 경우 IMF가 ‘실탄 부족’을 겪게 될 수 있다고 28일 경고했다.
IMF는 아이슬란드에 20억달러, 우크라이나에 165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제공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파키스탄에도 3년간 100억달러 가까이를 빌려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헝가리와도 100억달러 구제금융 패키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10여개국이 구제금융을 신청해왔거나 신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IMF는 현재 2000억달러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보유액을 늘려왔다. 그러나 이런 추세대로라면 곧 바닥날 수 있다. 각국으로부터 긴급 조달할 수 있는 돈도 500억달러에 불과하다. IMF 수석경제학자 출신인 사이먼 존슨 미국 MIT 경제학교수는 “경제규모가 큰 나라들이 쓰러질 경우에는 IMF도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며 “IMF가 세계 경제의 핵심 플레이어로 기능을 발휘하려면 2조달러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긴급구제금융을 받은 우크라이나는 내년에 550억~600억달러가 추가로 필요하다. 아이슬란드도 40억달러를 더 조달해야 한다며 주변국들에 손을 벌리고 있다.
역시 IMF 수석경제학자를 지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브라질, 터키, 아르헨티나가 쓰러지면 IMF는 어디서 돈을 빌릴 수 있겠느냐”며 더 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너지 수출을 통해 기반을 탄탄하게 다진 듯했던 브라질 경제는 점점 위기로 향해가고 있다. 상파울루 증시의 보베스파 지수는 27일 3년 만에 최저치인 30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상파울루 증시는 이달 들어서만 40%가 떨어졌다. 달러대비 헤알화 가치는 일주일새 17.5% 폭락했다.
터키는 이미 2001년 부실 대출로 인한 자체 금융위기를 겪어 은행 40%가 무너졌다. 터키는 지난 5월에야 빚을 다 갚아 가장 최근에 IMF체제를 ‘졸업’한 나라가 됐는데 유동성 부족으로 다섯달 만에 다시 구제금융을 받을지를 고민하는 상황이 됐다. 정부는 구제금융에 큰 정치적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중앙은행은 “국가신용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이견을 보이고 있다.
돈을 빌려 쓰려는 나라는 많지만 IMF의 재정을 메워줄 수 있는 나라는 없다. IMF 재정의 60%는 미국·유럽·일본에서 나오는데, 미국과 유럽은 자체 구제금융에 바쁜 처지다. 그나마 재정이 건전한 일본은 “러시아나 중국에 직접 대출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 올지 모른다”며 현금을 쌓아두려 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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