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위기의 신흥시장

딸기21 2008. 10. 28.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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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위기 여파가 세계의 신흥시장으로 퍼지고 있다.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인 브라질에 또다시 증시·환율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남미는 물론이고 오일달러가 넘쳐나던 중동까지 유동성 위기를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발등의 불이 떨어진 동유럽에서는 ‘구제금융 도미노’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은 27일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금융위기 대책을 논의했다. 이 회의에는 정회원국인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와 준회원국인 콜롬비아, 칠레 등 10개국이 참석했다. 이 회의는 금융위기에 대한 남미권 공동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브라질의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이 소집한 것이었다. 
참가국들은 공동성명에서 “무역보호조치보다는 역내 시장통합을 통한 성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동성 공급을 늘리기 위해 선진경제권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금융위기를 해소할 효과적인 공동방안을 내놓지 못해, 시장의 의구심만 더 키웠다는 지적도 있었다. 

앞서 세계은행은 “식량·유가 급등으로 중남미 지역에서 올들어 최소 1000만명의 빈곤층이 새로 발생했다”면서 “멕시코, 콜롬비아,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등은 해외 거주자의 송금이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5.6%를 기록했던 중남미 경제성장률은 올해 4.5%, 내년 2.5~3.5%로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대 관심사는 브라질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구매력기준) 규모에서 세계 9위였던 브라질 경제는 올들어서도 계속 탄탄한 성장을 하는 것 같더니 지난달 중순부터 금융위기 여파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올들어 상파울루 증시 상장기업 주식총액은 절반으로 떨어졌다. 건설, 에너지, 금융, 광업 등 전분야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상파울루 증시는 신흥시장 중 금융위기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증시 가운데 하나다. 블룸버그통신은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브라질 중앙은행이 곧 금리인상을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동도 금융위기 ‘무풍지대’는 아니다. 쿠웨이트 중앙은행은 27일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해 민간은행 예금을 지급보증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도 국영은행에 27억7000만달러를 예치, 저소득층 무이자대출을 확대하기로 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재무부는 이미 지난주 신용경색을 막기 위해 시중에 68억달러를 풀었다.
중동 국가들은 대부분 고정환율제(페그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곧 환율 자유화를 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이 때문에 달러 약세를 틈타 외국자본이 많이 들어갔으나 각국의 페그제 폐지가 늦어지자 다시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배럴당 140달러대에 이르렀던 국제유가가 절반으로 떨어진 것도 중동 시장불안의 요인이 되고 있다.

동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가 IMF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으며, 헝가리도 구제금융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벨로루시와 세르비아도 IMF 앞에 줄을 섰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앞서 불가리아, 러시아의 성장전망을 하향조정하고 헝가리, 우크라이나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데 이어 27일 루마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낮췄다.  S&P는 또 아직 신용등급 안정권인 폴란드와 크로아티아, 에스토니아에 대해서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영국 텔레그라프는 “러시아에서는 신용카드 결제를 중단하는 상점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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