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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글리츠 “미국도 세계 금융규제 협력하라”

딸기21 2008. 10. 21.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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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숭상하고 월스트리트의 큰손들을 존경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 미국의 과제는 금융위기를 겪은 나라들에게서 교훈을 얻는 것이다.”


진보적인 경제학자로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던 조지프 스티글리츠(사진)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가 미국 정부에 금융위기를 해소하고 장기적인 경제발전의 토대를 만들기 위한 ‘5단계 해법’을 제시했다. 핵심은 돈을 푼 만큼 규제를 강화하고, 글로벌 금융공조체제에 협력하라는 것이다.


스티글리츠는 27일자 시사주간지 타임에 실은 기고문에서 “이번 미국 금융위기는 규제 완화와 저금리가 결합돼 일어난 것”이라면서 조지 W 부시대통령과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거품을 만든 두 장본인’으로 꼽았다. 스티글리츠는 “미국의 실책이 특히 위험한 것은 그것이 세계로 퍼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이번 위기를 유동성 문제, 금융기관의 지급능력 문제, 거시경제의 문제 등 세 가지 차원에서 접근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단기적 금융위기와 장기적인 경제침체에 맞서 미국 정부가 반드시 취해야할 5가지 조치를 꼽았다. 


첫번째는 은행 등 금융기관의 ‘자본 재구성(recapitalization)’이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의회에서 승인받은 7000억달러 구제금융 예산 중 3분의1 가까이를 털어 주요 은행 지분을 인수해 부분국유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스티글리츠는 “첫단추를 잘끼운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은행들을 살리기 위해 납세자들에게 부담을 지워서는 안 되며 반드시 규제·감독 강화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수준의 구제금융으로 충분한지도 의문이라면서 은행들의 손실규모가 아직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두번째로는 서민·중산층을 위해 주택차압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세번째는 효과적인 경기부양책을 찾는 것이다. 그는 “미국 경제가 심각한 침체로 가고 있다”면서 경기부양책도 되고 미래를 위한 투자도 되는 인프라·첨단기술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네번째로는 금융산업 규제시스템을 정비하고 신뢰를 재구축할 것, 마지막으로 국제금융관리감독 기구를 만들 것을 주문했다.

스티글리츠는 이번 위기 때문에 미국 은행들이 투자에 조심스러워질 것이고 일반인들도 대출을 줄일것이며 가계대출은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런 것들이 장기적으로는 좋은 영향을 미치겠지만 단기적으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는 데에는 방해가 될 것이라면서 경기부양과 장기적 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티글리츠는 아시아 금융위기 때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바 있는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이 아시아에 신자유주의적 해법들만 강요했던 점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그는 “미국인들에게는 금융위기가 생소할지 모르지만 1997~98년 호된 위기를 겪었던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나 80년대 이래 금융시장 혼란에 시달려온 아르헨티나·터키·멕시코 사람들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은 상황일 것”이라며 이들 나라들의 경험을 배우라고 미 당국에 충고했다. 또 “미국인들이 돈을 숭상하고 월가 지배자들을 존경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차기 대통령을 향해 ‘월가에 휘둘리지 말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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