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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D-30 판세와 변수들

딸기21 2008. 10. 2.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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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다음달 4일 사상 첫 흑인 후보와 베트남전 베테랑 출신 최고령 후보 간 ‘역사적 대결’을 앞두고 민주·공화 양당은 한 치를 내다볼수 없는 승부를 벌이고 있습니다. 양당 전당대회를 전후해 엎치락뒤치락하던 버락 오바마, 존 매케인 후보 지지율은 금융위기 이후로는 오바마 우세로 굳어지는 양상이네요. 그러나 아직 표차가 크지 않은데다 막판 어떤 변수가 터질지 몰라 승패를 단정짓기엔 일러 보입니다.


지난달 중순 이후 각 여론조사기관과 언론들이 실시한 지지도 조사에서는 오바마가 우위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론조사를 집계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닷컴(www.realclearpolitics.com)에 따르면 최근 실시된 10개 여론조사의 지지율 평균은 오바마가 48.9%, 매케인이 43.6%로 5.3%포인트 차이가 났습니다. 이 웹사이트에서 두 후보 간 우위를 보여주는 지지율 변화표는 보름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의 파란색과 공화당의 빨간색이 뒤섞여있었으나 이달 들어서는 파란색 일색으로 바뀌었더군요.



가장 큰 계기는 금융위기입니다. 지난달 15일 리만브라더스의 파산신청이 매케인에게 최대 악재가 됐습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재정파탄, 경제정책 실패가 월가의 충격으로 나타나자 상당수 유권자들이 등을 돌린 거지요. 


특히 최근 CNN이 “지금까지 투표하지 않았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투표를 할 것”이라 대답한 사람들 즉 ‘신규투표자’들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60% 이상이 오바마 찍겠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위기가 ‘무투표층’까지 정치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고, 이들은 오바마 쪽으로 쏠리고 있다는 건데요. 


오바마 지지율이 꾸준히 5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도 민주당에겐 희소식일 듯합니다. 한달 전까지만 해도 부동층이 20%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크게 줄었다는 뜻이죠. 다만 오바마 지지층 중 젊은 세대가 많기 때문에, 이들이 반드시 투표소에 가도록 만드는 것은 민주당의 과제가 되겠지요.


이변이 없는 한 한달 뒤 ‘본선’에서 최대 이슈는 경제문제가 될 겁니다. 경제 쪽으로 이슈가 이동해간 것은 오바마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겠지요. 1일 발표된 CBS 조사에서 ‘두 후보가 금융위기를 잘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는데 오바마에 대해서는 44%가 “잘 하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반면 매케인은 겨우 35%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오바마가 “못하고 있다” 32%, 매케인이 “못하고 있다” 46% 였고요. 


특히 부시 행정부와 거리를 두는데 실패한 것이 매케인에 큰 타격이 된 것 같습니다. 경제문제를 중시하는 유권자들일수록 오바마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위스컨신, 펜실베이니아, 미시건주 등 경합지역, 이른바 ‘스윙스테이트’에서 오바마 우세가 굳어진 것도 눈에 띕니다. 오바마가 근소하게 우위를 보였던 오리건주는 확실한 우세로 돌아섰습니다. 매케인이 조금 앞섰던 미주리주는 지난달말 여론조사에서 백중세로 바뀌어 역시 오바마의 상승기류를 입증했습니다. 


미국 대선은 간접선거여서, 일반 유권자 지지율보다는 선거인단 확보 수가 더 중요합니다. 다소 변동은 있지만 꾸준히 오바마가 우세를 점하고 있습니다. 


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부시 공화당 후보보다 일반 유권자 투표에서 더 많은 표를 얻고도 선거인단 수에서 밀렸던 것과 반대로, 이번 대선에서는 오바마가 일반 유권자 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거인단을 더 많이 얻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전체 유권자 지지도에서 박빙 승부가 벌어지고 있는 것과 달리 선거인단 수에서는 ‘큰 주’를 확보한 오바마 쪽(259명)이 매케인쪽(163명)을 꽤 많이 앞서가고 있기 때문인데요.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 후보가 확보해야 할 선거인단 수는 270명. 두 후보가 각기 269표씩을 얻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경우엔 하원에서 대통령을, 상원에서 부통령을 뽑게 됩니다. 현재 상·하 양원 모두 민주당이 다수당입니다.


아직 변수는 많이 남아있습니다. 당장 2일 밤(한국시간 3일 오전) 이뤄질 민주당 조지프 바이든, 공화당 세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 토론이 큰 관심거리입니다. 매케인은 지난달초 전당대회에서 페일린 붐 덕을 톡톡히 봤었지요. 하지만 페일린 카드는 경제위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페일린을 선택한게 매케인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부통령 토론에서 페일린이 예상 밖의 ‘자질’을 보여주고 바이든이 말 실수를 한다면 공화당은 다시 한번 ‘페일린 효과’ 기대할 수도 있겠지요.


경제위기 외에 다른 돌발 변수가 터져나올 수도 있습니다. 


워싱턴에서는 대선 직전에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돌발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뜻하는 ‘10월 충격(October Surprise)’이라는 말까지 있습니다. 원래 이 말은 1980년 지미 카터-로널드 레이건 승부 때 워싱턴포스트의 잭 앤더슨 기자가 “카터 행정부가 이란 폭격을 계획하고 있다”고 폭로하면서 처음 사용했던 용어인데, 지금은 워싱턴의 속어로 굳어졌습니다. 92년 레이건과 빌 클린턴이 맞붙었을 때 불과 대선 나흘 전에 이란-콘트라 스캔들이 터져나왔고, 결과는 클린턴 승리였습니다. 2000년엔 폭스뉴스가 젊은시절 부시의 마약 사용 사실을 터뜨렸는데 부시는 그래도 이겼지요. 4년 뒤 선거 직전에는 오사마 빈 라덴의 육성 테이프가 나타나 ‘대테러전쟁 승리’를 주장해온 부시의 체면을 구겼지만 부시는 이 때에도 승리했습니다.


돌발변수 외에 빌-힐러리 클린턴 부부가 여성·백인노동자 표를 오바마에 끌어다줄지, 알래스카 주지사인 페일린의 권력 남용 스캔들이 더욱 확산될지도 주목됩니다. 아직 물밑에 감춰져 있기는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인종 문제’가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많습니다. 워낙 민감한 이슈여서 양 진영이 입을 다물고는 있지만 백인 유권자들이 투표 때가 되면 결국엔 백인 후보에 표를 몰아주는 소위 ‘브래들리 효과’가 재연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성질 잘 내는 매케인, 장광설로 유명한 바이든, 정치경력이 일천한 페일린에게서 뜻밖의 말 실수가 나와 표를 갉아먹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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