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유령의 도시'로 변한 뉴올리언스

딸기21 2008. 9. 1.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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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부의 루이지애나, 플로리다, 미시시피, 텍사스주 등이 허리케인 ‘구스타브’의 상륙을 앞두고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2005년 카트리나 대재앙을 맞았던 루이지애나를 비롯한 해안가 저지대에서 주민 약 200만명이 긴급 대피했다. 이 과정에서 이송 중이던 환자 3명이 숨지는 등 간접적인 인명피해도 벌써 발생했다.

구스타브는 아이티, 자메이카, 도미니카공화국 등지에서 94명의 목숨을 빼앗는 등 카리브해 지역을 초토화한 뒤 쿠바를 지나 1일 미국 멕시코만 연안 지대로 북상 중이다. 미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구스타브가 루이지애나주 해안을 향해 북서쪽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오후 2시(한국시간 2일 오전 4시)쯤 뉴올리언스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NHC는 이날 구스타브가 뉴올리언스에 도달하기 직전 3등급 허리케인에서 위력이 약해져 “다행스럽게도 2등급 허리케인으로 내려섰다”고 밝혔다. NHC는 또 “구스타브는 육지에 상륙하기 전 더 강력해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1600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간 2005년의 카트리나는 3등급이었다.

기상당국은 구스타브로 인해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아칸소주 일대에 150~200㎜의 비가 내릴 것이며 지역에 따라 최고 500㎜의 폭우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토네이도(회오리바람)가 일어나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안의 파고는 카트리나 때의 8~10m보다는 낮은 4~5m 정도로 예보됐다. 뉴욕타임스는 카트리나 피해에서 아직도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미시시피 하구 서쪽 제방이 무너질 염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카트리나 사태 때 도시 전체의 80%가량이 물에 잠긴 뉴올리언스는 사실상 ‘유령 도시’로 변했다. 레이 네이긴 시장은 지난번과 같은 막대한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아예 도시 전체를 비우기로 결정하고, 30만명에 이르는 주민들을 거의 모두 내보냈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1일 현재 뉴올리언스 시내는 시민 95% 이상이 떠나고 상점들도 모두 닫혔다. 시내 중심가 세인트버나드 거리에는 주인 잃은 닭이 돌아다니고 있을 뿐 인적이 끊긴 상태다. 피난민들을 실은 마지막 열차와 버스도 떠났다. 뉴올리언스 한인 교포 1500여명도 대부분 조지아주 애틀랜타나 텍사스주 휴스턴 등지로 대피했다.

당초 시 당국은 저지대 빈민들을 강제 대피시키다가 마찰이 일어날까 우려했으나 대피 작업은 비교적 순조롭게 이뤄졌다. 하지만 끝까지 집을 떠나지 않겠다는 주민 수천명이 시내에 남아 있어, 시 당국은 주 방위군과 무장경찰 2700여명을 동원해 설득하고 있다. 몇몇 주민들은 홍수에 떠내려갈 정든 집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뒤 눈물 속에 발걸음을 옮기기도 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네이긴 시장은 3년 전 카트리나 때와 같은 약탈 사태가 일어날까 우려해 주민들에게 “약탈을 저지르는 사람은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간접적인 인명피해는 벌써 시작됐다. 보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주내 27개 병원과 8000여개 요양시설의 환자들을 긴급 대피시키던 중 중환자 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뉴올리언스 아동병원의 중환자 80여명은 움직일 수가 없어 의료진과 함께 병원에 남기로 했다.

루이지애나 전체에서 구스타브를 피해 떠난 사람은 190만명에 이른다. 당국은 이동식 주택 등에 사는 빈민 1만8000명을 버스에 실어 멤피스 등지로 옮겼다. 미시시피주에서는 3000명이 대피했고 추가로 2만명가량이 긴급 대피 명령을 받은 상태다. 텍사스주에서는 3개 카운티 7000명이 피난길에 올랐다. 앨라배마주에도 강제 대피령이 발령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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