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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이

딸기21 2003. 9. 2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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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된다면?

유엔 개혁이 이번 유엔총회 화두다. 코피 아난이 게거품을 물고 유엔개혁을 외치고 있는데, 핵심은 '안보리 개편'이다. 내용인즉슨, 결국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늘리자는 거다.
미.영.프.러.중.의 횡포야 뭐 더이상 설명할 것도 없지만, '뜨거운 감자'인 거부권 문제는 정말 건드리기가 쉽지 않다. 그치만 이미 오래전부터 '거부권 없는 상임이사국' 얘기는 나왔었던 것이고, 이라크전 거치면서 유엔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공론화됐으니 조만간(물론 당장은 아니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가시화될 거다. '눈에 보이는 개혁'이라면 젤 쉬운것이 제3세계 몇나라한테 안보리 방석을 주는 것이 될테고.

그럼 그 방석의 주인은 누가 되느냐. 몇나라가 앉을지 알수 없지만 가장 유력하게 꼽히는 건 역시 브라질과 인도다. 어쩜 이집트도 속으로 꿈을 꿀지는 모르겠다. 외교로 먹고 사는 나라이니깐. 글구 어디까지나 이런 문제에서는 '지역 배분' 즉 '나눠먹기'가 정치의 요체이니깐.

브라질이 상임이사국이 되면 아르헨 멕시코가 배가 아플 것이고 인도가 상임이사국이 되면 파키스탄이 지랄을 떨 것이다. 그렇지만 인도-파키스탄은 당장 분쟁국인 반면에, 브라질은 좀 신세가 편하다. 멕시코 아르헨이 브라질하고 대면 누가 봐도 좀 딸리자나. 게다가 이미 브라질이 쌓아놓은게 많다.

오늘 아침에 로이터통신을 보니 룰라 소식이 3건이 떴다.

1. 룰라가 콜롬비아 내전 중재에 나서서, 아마존에서 회의를 열 계획
2. 유엔총회에서 빈곤구제 캠페인 주도, 대대적인 기아퇴치 프로그램 제안
3. 부시 연설 맹비난


그리고 BBC방송 유엔총회 quote & script (일종의 발언록)에는 부시-시라크-룰라의 발언요지가 쪼르륵 나와있는 거다. 실은 룰라네 나라인 브라질 출신의 세르지우 데 멜루 이라크특사가 지난달에 바그다드에서 테러로 숨진 것도 있고 해서 룰라의 '이라크 발언'이 더 주목받은 것도 있겠지만 여하튼.
룰라는 이라크전 반대한다고 '공식' 주장했었다. 그리고 전쟁 끝나고 요새 미국이 파병해달라 하는 것도 거절했다(아직은 브라질 관리들 입을 인용해서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브라질은 이렇게 전쟁을 반대했는데, 평화활동과 구호활동에 앞장섰던 불쌍하고 거룩한 브라질의 고위 외교관은 이라크에서 희생됐다. 이번 총회에서 유엔은 추모행사를 벌이고 난리가 났다. 각국은 유엔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직소퍼즐이 착착 들어맞는다. 룰라가 꼼수를 쓴게 아니라, 상황이 그렇다는 거다.

미국이랑 프랑스가 이라크전 놓고 유엔에서 이를 갈며 왝왝거렸지만 제3세계들이 경제적인 사안이나 뭐 그런 것에서 시라크를 믿고 따를 리가 없다. 그치만 룰라는 다르다. 칸쿤회의에서 '제3세계의 대변인'으로 목청 높였고, 이번 총회에서는 부시가 전쟁 따까리 모집하고 있는 동안에 기아 퇴치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당선될 때까지만 해도 어찌될까 싶었는데, 룰라가 보통 인물은 아닌 것 같다. 솔직히 부럽다. 부러워. 부럽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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