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복제 쇠고기' 괜찮을까요

딸기21 2008. 1. 1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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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복제된 소나 돼지 등의 고기와 젖을 식품으로 먹어도 인체에 무해하다는 최종보고서를 내놨습니다.

FDA는 15일 웹사이트(http://www.fda.gov)를 통해 "복제된 동물에게서 생산된 먹거리들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습니다. FDA는 "몇년에 걸쳐 복제된 소, 돼지, 염소의 고기와 젖, 또 복제된 동물들에게서 태어난 새끼의 고기 등의 안전성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재래식으로 생산된 축산물과 마찬가지로 식품으로 삼아도 아무런 위험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복제된 양의 경우는 안전성을 평가할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판단을 보류한다고 FDA는 설명했습니다.

수년간에 걸친 검토 끝에 FDA가 이같은 결정을 내림으로써, `복제 목축업'이 활성화될 길이 열렸군요. 유럽과 미국 언론들은 이르면 5년 내에 복제 쇠고기와 복제 소에서 나온 우유 등이 식탁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FDA 결정에 대해 당장 미국 농무부가 시장을 교란시킬 우려가 있다며 `모라토리엄(유예조치)'을 촉구하고 나서는 등 반발도 만만찮습니다. 이번 결정으로 복제 식품의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에 불이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 최초의 복제 망아지 '아이다호 젬(Gem)', 복제 고양이 '씨씨(Cc)', 복제 양 '돌리'(윗줄 왼쪽부터),
복제 원숭이 '앤디(ANDi)', 복제 개 '스너피', 복제 소 '사이애그라'와 '제네시스'(아래 왼쪽부터)



"복제 식품 안전하다"

FDA가 복제된 동물의 식품안전성에 대해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2001년부터입니다. FDA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복제 양, 복제 소, 복제 고양이, 복제 돼지 등이 잇달아 탄생해 식품 안전성 논란이 일자 일단 복제 동물이나 그 부산물을 식용으로 쓸 수 없게끔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후 복제된 동물의 식품안전성에 대해 본격적으로 검토한 FDA는 2006년12월 발간한 1차 보고서에서 "안전성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밝혔었습니다. 이번 결정은 그동안 FDA가 드러내왔던 견해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FDA는 이번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복제 축산물 문제를 ▲위험성 평가 ▲위험성 관리 계획 ▲산업계를 위한 가이드라인의 세 가지 측면에서 접근했습니다. 과학적, 기술적 측면에서 볼 때 복제 동물이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단순합니다. 복제된 동물은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일란성 쌍둥이와 전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유전정보가 모체와 같다는 것 뿐, `재래식 방법'으로 태어나고 키워진 동물들과 복제된 동물들 사이에 차이는 없지요. 따라서 생산 과정만 잘 관리해준다면 안전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FDA의 판단입니다.

앞서 11일에는 유럽 식품안전국(EFSA)이 복제된 소와 돼지의 고기 및 젖이 식품으로서 안전하다는 1차 보고서를 낸 바 있습니다. 식품안전성 문제에서 미국보다 훨씬 엄격한 입장을 보였던 유럽이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는 "유전자변형(GM) 식품에 격렬히 반대하다가 생명공학기술 발전을 놓친 경험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풀이했습니다. 경제적인 이유가 생명윤리 우려를 압도했던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죠.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구성된 유럽 과학윤리자문단이 복제 동물을 식용으로 쓰는 것과 관련된 윤리적, 도덕적 견해를 16일 발표할 예정이지만, 어떤 견해를 밝히든 미국과 유럽 양측 식품안전 관리기구의 공식 입장을 뒤집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복제 목축업 시대' 열리나

복제 축산물이 이번 결정으로 당장 내일부터 소비자들의 식탁에 오르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현재 미국 내 복제동물 수는 약 650마리. 그 중 대부분은 바이아젠(ViaGen)과 트랜스오바(Trans Ova), 사이애그라(Cyagra)라는 두 생명공학회사가 키우고 있는 소들이라고 합니다. 이 업체들은 복제 소 한마리를 생산하는데에 평균 1만3500달러(약1300만원)씩을 들였으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 비용이 훨씬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들은 질병 없는 우량 소에게서 복제해낸 질 좋은 쇠고기를 공급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5년 뒤에는 복제 축산물이 유통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비즈니스위크는 미국 뿐 아니라 세계적인 축산 국가인 아르헨티나와 호주 등에서도 복제 목축업을 시작하려는 움직임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라벨링부터 실시하라

하지만 반발도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미국 농무부는 15일 FDA 발표가 나오자마자 성명을 내고 복제축산물과 가공품 생산의 모라토리엄(유예조치)을 취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농무부와 축산업계는 `복제 고기 논란' 때문에 오히려 소비자들의 축산물 소비가 줄어 시장이 위축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 복제 축산물 생산을 관리하기 위한 지침이나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 없는 상태에서 벤처기업들이 축산업계를 휘젓게 되는 상황이 올까 걱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스크림 회사 `벤&제리'를 비롯, 발빠르게 "복제 축산물, 유제품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내건 식품회사들도 있다는군요.

소비자단체들은 미국 정부가 거대 생명공학기업들의 이해관계를 좇아 GM 식품 표시(라벨링)를 하지 못하도록 각국에 압력을 넣었던 것을 지적하면서 "소비자들이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반드시 복제 여부를 식품에 표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미국 소비자단체 식품안전센터(CFS)의 앤드루 킴벨은 "FDA의 결정이 과연 인체 위험성 여부를 판단할만한 충분한 자료를 바탕으로 내려진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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