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발리 회의 결산

딸기21 2007. 12. 1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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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렸던 제13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발리 로드맵' 채택과 함께 지난주말 막을 내렸다. 2012년 시한이 끝나는 교토의정서 이후의 기후변화 대응체제를 만들기 위한 범지구적인 과정은 이제 비로소 시작됐지만, 논의의 출발에서부터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기후변화의 장벽'이 무너졌다

발리 회의 참가국들은 지난 15일 ▲모든 선진국들은 2009년까지 교토의정서 의무감축국가 수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협상에 나설 것과 ▲개발도상국들은 측정ㆍ검증가능한 방식으로 자발적 감축을 하기 위한 협상을 할 것을 규정한 기후변화 로드맵을 채택했다.
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해놓고서도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한채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나몰라라 해왔던 미국과 호주 등은 발리 로드맵에 따라 `포스트 교토' 체제 안으로 들어와 감축협상을 벌여야만 하게 됐다. 교토의정서 체제에서 개도국으로 분류돼 유예기간을 누려왔던 한국이나, 역시 감축 의무를 면제받았던 중국과 인도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나갈 의무를 지게 됐다.

백악관 `볼멘 소리'

교토의정서가 지지부진한 논의 때문에 2005년에야 발효될 수 있었음을 감안, 환경기구들과 유럽연합(EU) 등은 `포스트 교토' 체제를 둘러싼 협상과정을 앞당기려 애썼다. `2009년까지는 협상을 시작한다'고 규정한 것은, 일단 1차 시한을 정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을 협상 테이블에 앉게 만들고 중국과 인도 등 거대 개도국들을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체제 안으로 끌어들인 것도 큰 의미가 있다. 회의 참가자들은 발리 로드맵이 온실가스 문제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간, 미국과 여타 선진국들 간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것과 같은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태평양 섬나라 파푸아뉴기니의 케빈 컨래드 협상대표는 미국을 향해 "세계를 이끌어갈 뜻이 없다면 다른 나라들이 이끌어가게 비켜주기라도 하라"며 맹공을 퍼부어 눈길을 끌었다. 회의 내내 걸림돌이 돼왔던 미국은 결국 15일 전격적으로 합의를 받아들이겠다고 선언, 시한을 하루 넘기고서 로드맵이 간신히 채택될수 있었다. 그러나 백악관은 로드맵 서명 뒤에도 "개도국들도 똑같은 의무를 져야한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숫자 없는 로드맵'

각국의 구체적인 감축 목표와 방법은 내년 3월 첫 회의를 시작으로 2년간의 협상기간을 거쳐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15차 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번 로드맵에 정작 온실가스 배출량을 얼마나 줄일지 명시되지 않았다는 것.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회의의 핵심은 2, 445, 25, 그리고 40이라는 네 개의 숫자였다. 지구 평균기온이 2℃ 이상 오르지 않게 하려면 대기중 이산화탄소는 445ppm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 이를 막는 해법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후변화협약 기준년도인 1990년보다 25∼40% 줄여야 한다는 것이 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IPCC) 같은 유엔 전문기구들과 환경단체들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 러시아의 거센 반대로 이 모든 숫자들은 로드맵에서 빠졌다.
따라서 본격적인 협상의 고비들은 앞으로 2년에 달렸다는 지적이 많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알맹이는 없고 명목상으로만 진전을 보인 회의"라고 평가절하했다. 로이터는 "어려운 협상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2009년 미국 백악관의 새 주인이 정해질 때까지는 아무것도 정해지지 못할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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