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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난사범의 '멀티미디어 선언'

딸기21 2007. 4. 19.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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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사건을 저지른 조승희(사망 당시 23세)씨가 범행 와중에 부유층과 불특정 다수에 대한 극도의 적개심을 드러낸 자필 메모들과 동영상, 사진기록들을 만들어 NBC 방송에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NBC는 18일 1800단어 분량의 선언문 형식으로 작성된 조씨의 자필 기록과 동영상, 사진들을 소포로 전달받았다고 밝히고 동영상과 사진들을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했다. 연방수사국(FBI)은 조씨가 방송사에 보낸 것들을 넘겨받아 수사를 벌이고 있다.
방송사가 공개한 소포 포장에는 발신인의 이름 대신 `이슈마엘(Ishmael)'이라는 말만 적혀있었으며 반송 주소는 버지니아공대가 위치한 버지니아주 블랙스버그로 되어 있었다. `16일 오전 9시1분'이라는 시간이 찍힌 우체국 소인을 통해 조씨가 1차, 2차 범행 사이의 시간을 이용해 만들어 보낸 것임이 확인됐다. 조씨는 이날 오전 7시15분쯤 기숙사에서 에밀리 힐셔 등 2명을 사살한 뒤 기숙사 방으로 올라와 방송사에 보낼 기록들을 만들어 9시쯤 우체국에서 부치고, 9시45분쯤 공대 건물로 들어가 총기를 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언론들이 `선언문(manifesto)'이라 이름붙인 이 소포의 내용물들이 조씨의 범행 동기와 구체적인 행적을 알려줄 핵심적인 증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씨가 기숙사와 강의실 총기난사 사이 2시간반 동안 무엇을 했는지는 이 소포를 통해 분명히 드러난 셈이다. NBC 방송의 스티브 케이퍼스 사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우편물을 받아 경찰에 전했다고 발표하면서 "그가 어째서 우리 방송을 수신자로 택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DVD에 저장된 10분 분량의 동영상에서 조씨는 방탕함과 쾌락주의 등을 비난하는 선언문을 읽으며 부유층에 대한 적개심을 표출하고 "너희가 나를 몰아붙여 피를 흘리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또 8년전 컬럼바인 총기난사 사건 범인들을 `순교자'로 지칭했으며 자신이 사회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 범행을 결심했음을 강조하는 듯한 말을 남겼다.
동봉된 사진 속의 조씨는 범행 당시 입었던 `보이스카웃풍 조끼' 차림 그대로이며 카메라를 향해 총을 겨눈 모습, 자신의 목에 흉기를 들이댄 모습, 양 손에 권총을 쥔 모습 등이 들어있다.


■ 소포 내용 무얼까

"때가 왔을 때 나는 그 일을 했다. 나는 그렇게 할수밖에 없었다."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사건을 저지른 조승희(사망 당시 23세)씨가 NBC뉴스에 보낸 자필 메모들과 동영상, 사진 등의 기록들은 조씨가 심각한 정신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NBC뉴스는 18일 1800단어 분량의 선언문 형식으로 작성된 조씨의 자필 기록 내용을 소개하고 조씨의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진 일부를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했다. 이 소포의 내용물들은 우체국 소인을 통해 조씨가 1차, 2차 범행 사이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멀티미디어 선언문'

미국 언론들이 `멀티미디어 마니페스토(manifesto.선언문)'라 이름 붙인 이 자료들은 장황하고 혼란스러운 내용으로 돼 있다. DVD에 저장된 동영상은 애플의 퀵타임 재생프로그램을 이용해 만든 27컷의 비디오파일들로 구성돼 있으며 전체 분량은 10분 정도다. 조씨는 때때로 촬영상태를 알려는 듯 카메라를 확인하려 몸을 움직였기 때문에 모두 혼자 촬영한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고 방송사 측은 설명했다. 43장이나 되는 사진들도 모두 혼자 카메라를 바라보며 찍은 것들로 보인다.
조씨는 구체적으로 총격 과정에 대해 말하진 않았지만 동영상에서 선언문을 낭독하듯 자기의 글을 읽으며  "내가 그 일을 했다"고 말해 범행 사실을 분명히 했다. 그는 ""때가 왔을 때 나는 그 일을 했다. 나는 그렇게 할수밖에 없었다." "이런 짓을 저지르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해 범행을 간접적으로 지칭했다. 그는 "내가 떠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더이상 달아나지 않을 것이다, 내 아이들, 나의 형제 자매들을 위해 한 일이다"라고 말하면서 "에릭과 딜런 같은 순교자들"을 언급했다. 에릭과 딜런은 8년전 콜로라도주 리틀턴의 컬럼바인 고교에서 총기를 난사, 12명의 목숨을 앗아간 에릭 해리스와 딜런 클리볼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너희가 피를 뿌리게 만들었다"

조씨는 동영상에서 부유층에 대한 적개심과 자신의 `사명감' 등을 주장해 `사회적 범죄'임을 강조하려 애썼다. "벤츠나 금목걸이로는 충분치 않아, 이 속물들아""너희들의 방탕함도 쾌락주의를 모두 채워주지는 못했지""너희들은 모든 것을 가졌어"라면서 쾌락주의와 부유층에 대한 반감을 표출했다.
그는 "너희(You)는 오늘과 같은 일을 피할 수천억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내 피를 뿌리게 만들었다"며 "너희가 나를 코너로 모는 바람에 내겐 선택할수 있는 길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너희가 결정한 것이었으니 이제 너희 손에 씻겨나가지 않을 피를 묻혀야 한다"고도 말했다. 조씨는`에릭과 딜런' 외에 선언문 전체에서 특정인의 이름을 거명하지는 않았다. 이로 미뤄볼 때 앞서 경찰이 입수한 조씨 기숙사 방의 메모에 들어있던 `네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어'라는 문구도 옛 여자친구라든가 특정 인물이라기보다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것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스티브 케이퍼스 NBC뉴스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조씨의 말에는 군데군데 욕설이 섞여 있고 목소리의 높낮이가 일정치 않아 잘 알아듣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총칼 겨눈 사진들

동봉된 사진들 속의 조씨는 범행 당시 입었던 검은 셔츠와 `보이스카웃풍 조끼'를 그대로 입고 있다. 공개된 사진들에는 총을 겨눈 모습, 양 손에 권총을 하나씩 움켜쥔 모습 등이 들어있으며 종교지도자처럼 양 팔을 들어올린 것도 있다. 케이퍼스 사장은 "소포에 들어있던 첫번째, 두번째 사진은 평범한 대학생의 모습이었지만 뒷장으로 갈수록 엽기적인 표정과 동작의 모습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사진을 보는 이들을 겨냥하듯 카메라를 향해 총과 칼을 번갈아 겨눴으며, 자신의 목과 머리에도 칼과 총을 들이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임을 보여줬다. 테이블 위에 총알들을 나란히 세워놓고 찍은 사진은 편집증적인 심리상태를 반영하고 있다.
조씨가 기숙사에서 2명을 먼저 총기로 살해한 뒤 자기 방으로 돌아가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만들어 소포로 부쳤다는 사실은, 이 사건이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며 조씨의 정신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몇몇 사진들에 나타난 조씨의 표정은 마치 게임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이며 냉소를 머금고 있는 것들도 있다. 전날 조씨의 기숙사 룸메이트 2명은 CNN 방송에 출연해 조씨가 여학생들을 스토킹하면서 "여학생들의 괴로움에 아랑곳없이 게임을 즐기는 듯 행동했다"고 말했었다.
조씨의 소포는 더 일찍 배달될수 있었으나 주소와 전화번호를 잘못 적어넣어 17일 오후에 방송사에 도착했으며 다음날 오전에 개봉됐다. 우체국측 확인 결과 소포의 반송 주소지는 버지니아공대가 있는 블랙스버그로 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포 겉봉에는 `이슈마엘(Ishmael)'이라고만 적혀있었다. 이는  조씨의 메모와 몸에 적힌 `이스마일 액스(Ishmael Ax)'와 같은 의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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