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63

[2000 가을, 홍콩] 트램, 더블데커, 봉고차들

☆ Tram 저더러 홍콩에서 가장 맘에 드는 것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야경'과 '트램'이라고 하겠습니다. 트램은 홍콩 섬 북쪽을 오가는 2층 열차입니다. 요금은 홍콩달러로 2달러, 현재 환율로 치면 우리 돈으로 300원 정도 합니다. 저는 아침에 이걸 타고 센트럴에 나가서 밥을 먹고, 또 놀다가 호텔에 돌아올 때에도 이걸 애용했습니다. 일단 뭐가 좋냐면, 2층이라는 겁니다. 또 하나 트램의 특징은, 에어컨이 없다는 점이라고나 할까요. 다시 말해 열린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도시 풍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가 있습니다. 특히 이 트램 2층에서 보면 땅바닥에 붙어서 다니는 빨간 택시들이 꼭 게처럼 귀엽게 보입니다. 거리의 건어물 가게나 행인들이 다 보이죠. 트램은 아침 6시30분부터 밤..

[2000 가을, 홍콩] 홍콩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 홍콩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홍콩에 도착한 순간까지, 사실 별로 즐겁지는 않았습니다. 혼자 하는 여행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고, 또 심심함에 대한 우려가 무엇보다 컸기 때문이죠. 그런데 역시나 홍콩의 야경은 죽여주더군요(이런 속물적인 표현을...). 이런 노래가 절로 떠올랐습니다.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 별들이 소곤대는 대신에 네온불빛이 반짝이는 것이긴 했지만, 정말 멋진 풍경이었습니다. 첫날밤, 홍콩섬의 북쪽에서 건너편 구룡반도를 바라보면서 감탄을 했던 것은 제가 너무 촌스러웠기 때문이었습니다! 둘째날 구룡반도의 남쪽 끝에서 홍콩섬을 바라봤습니다. 구룡반도 남쪽에 리젠트 호텔과 르네상스 호텔이 있는데, 그 두 호텔 앞에 해안을 마주하고 산책길이 쭉 뚫려 있습니다. 일종의 다리인데 따로 이..

[2000 가을, 홍콩] 홍콩에서의 첫날밤

9월23일 토요일, 오전 8시50분 서울발 홍콩행 대한항공 603편에 몸을 실었습니다. 비행기에는 빈 자리가 더 많더군요. 9월에, 토요일 아침에 홍콩에 가는 사람은 많지 않은 모양입니다. 앞자리에서는 동남아인 부부가 어린 아들 둘을 데리고 탔는데 아이 둘이 3시간의 비행 동안 줄곧 떠들고 소리지르거나 아버지한테 야단맞아 울었습니다. 무지하게 시끄러웠다고 봐야죠. 이번 여행의 목적은 '관광'과 '휴식'이었습니다. 홍콩엔 보통 쇼핑하러들 간다지만, 저야 뭐 쇼핑할 돈이 없으니까요. 관광 계획을 잡아놓긴 했지만 불안한 것은 여전했습니다. 특히, 예약한 호텔의 바우쳐를 받지 못한 채로 출발한 거였거든요. 드디어 홍콩에 도착한 것은 오전 11시40분. 친절한 홍콩 사람들의 안내로 호텔에까지 오기는 왔는데,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