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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이라크

딸기21 2003. 4. 1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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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거의 끝났지만 이라크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라크가 석유부국의 대열에 끼어있던 시절 막대한 오일달러를 투입해 만들었던 기간시설은 모두 파괴됐다. 남은 것은 부서진 발전소와 급수망, 종족 갈등과 폭력의 잔재들 뿐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 측면에서 인프라를 복구하고 과도정부를 순탄히 구성하는 일, 일상화된 집단간 갈등을 해소하고 국가재건의 보루인 파이프라인을 다시 살리는 일 등 중대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과도정부 구성


망명자그룹을 비롯한 반체제 단체들은 15일 남부 우르에서 과도정부 구성을 위한 첫 회의를 갖고 "새 정부는 법치(法治)에 기반한 민주 정부여야 한다"는 성명을 채택했다.
그러나 몇몇 시아파 단체들이 참석을 거부한데 이어 회의장 밖에서는 반미시위가 벌어지는 등 반체제그룹의 회동은 첫발부터 삐걱거렸다. 이라크의 최대 시아파 반체제 단체인 이슬람혁명최고평의회(SCIR)는 미국이 주도하는 과도정부 구성방안에 불신을 표출하며 참석을 거부했고, 미 국방부의 지원을 받아온 아흐메드 찰라비 이라크국민회의(INC) 의장조차 불참했다. 90년대 중반 사담 후세인의 장남 우다이를 공격한 세력으로 알려진 시아파 알 다와당(黨)도 군정실시에 반대하며 회의에 나오지 않았다.
"누가 이라크를 통치할 것인가"라는 첨예한 문제에서 어느 쪽도 원만한 타협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프라 복구


바그다드에서 요르단 국경까지 이어지는 탄탄대로는 미군의 폭격으로 패이고 손상됐다. 방송통신시설은 미군의 집중 공습으로 손대기 힘들 정도로 부서졌다. 걸프전 때 파괴된 발전시설은 십수년째 복구가 안 되고 있다. 주요 관공서들은 다 무너진 상태다. 급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국제구호단체들은 이라크 어린이들의 영양실정과 질병의 주원인을 급수 문제에서 찾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인력부족 문제다. 오랜 금수조치와 전쟁 위기로 전문인력은 대부분 이라크를 빠져나가거나 전문기능을 포기해버렸다. 병원에는 의약품과 병상 뿐 아니라 의사와 간호사도 모자라고, 무너진 건물에서나마 아이들을 가르칠 교사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집권 바트당은 식량배급은 물론,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를 실시했으나 바트당 조직이 붕괴된 지금은 기초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체계가 없다.


석유라도 파내야


재건을 위한 막대한 자금은 결국 석유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군정청을 대신해 임시로 이라크를 통치할 미국 재건인도지원처(ORHA)의 제이 가너 대표는 15일 이라크 석유로 복구자금을 마련할 계획임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그러나 걸프전 이전 한때 1일 산유량이 약 700만 배럴까지 갔었던 이라크의 산유용량은 금수조치 이후 점점 축소돼 현재는 300만배럴에도 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복구자금으로 쓸 수 있을 만큼 석유를 수출하려면 파이프라인 복구에만 최소 몇달은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내부 갈등 해소


쿠르드족과 아랍족, 시아 무슬림과 순니 무슬림 간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북부 키르쿠크에서는 친(親)이란계 시아파 쿠르드족과 주류 아랍족 사이의 갈등이 유혈분쟁 양상으로 가고 있다.
모든 갈등을 해소하기는 힘들겠지만 최소한 유혈 분쟁이라도 진정되도록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국민통합형 정부'로 가는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이라크 복구 주사업자 벡텔그룹 선정


미국의 벡텔그룹이 이라크의 기초인프라 복구를 맡을 주계약자로 선정됐다. 유럽 등에서는 미국이 이라크 전후복구를 독점하려 한다며 반발하는 등 막대한 규모의 복구사업을 둘러싼 기업들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국제개발국(USAID)은 17일 이라크의 도로와 교량, 발전소, 급수시설 등 기간시설 복구사업 주계약자로 벡텔그룹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1차 계약액은 3460만달러 규모이지만 앞으로 18개월 동안 6억8000만달러로 확대될 것이라고 USAID는 밝혔다.
이번에 벡텔이 따낸 것은 이라크 복구사업의 핵심부문으로, 어느 기업에게 돌아갈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돼왔다. 이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플로어 코포레이션, 파슨즈 코포레이션, 루이스 버거 그룹, 핼리 버튼, 워싱턴 그룹 인터내셔널 등 미국 기업들이 전쟁 전부터 열띤 경쟁을 벌여왔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벡텔은 108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 1위의 건설ㆍ엔지니어링 업체. 미국이 자랑하는 콜로라도강의 후버댐과 영-프 해협 해저터널 철도, 사우디아라비아 주바일 산업단지 등이 벡텔의 작품이다. 지난해 경제전문지인 포브스는 벡텔을 세계 6위의 기업으로 꼽기도 했다. USAID는 "미국 정부는 전쟁 이후 이라크 재건 노력을 선의(善意)의 상징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벡텔을 선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벌써부터 잡음도 들려오고 있다. USAID 외에도 미 국방부와 국무부 등이 각각 관련분야 복구사업자를 고르고 있는데, 유럽 기업들은 미 정부기관들이 미국기업들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심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USAID는 영국군이 점령하고 있는 남부 쿠웨이트 접경지대 움 카스르항 재건프로젝트를 유럽측 반발을 무릅쓰고 미국 기업인 스티브 로딩에 넘긴 바 있다. 유럽연합은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조지 W 부시 행정부 고위관료들과 연관된 기업들이 수주전에 뛰어들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딕 체니 부통령이 회장으로 있던 핼리 버튼이 이라크 남부 유전 화재진압 계약을 따냈다가 특혜시비 때문에 중도포기하는 일도 있었다. 불공정 시비가 계속되자 미 의회가 최근 USAID에 선정과정에서 투명성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벡텔의 경우도 논란의 대상이다. 벡텔은 최근 파슨즈와 공동으로 건설중인 보스턴의 빅딕 고속도로공사와 관련해 11억달러 규모의 회계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 USAID 고위 간부가 빅딕 공사와 관련있는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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