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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일기/물고기가 변하여 새가 되고

딸기21 2006. 3. 1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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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가 변하여 새가 되고


1. ‘북쪽 깊은 바다’에 물고기 한 마리가 살았는데, 그 이름을 鯤이라 하였습니다. 그 크기가 몇천 리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이 물고기가 변하여 새가 되었는데, 이름을 鵬이라 하였습니다. 등의 길이가 몇천 리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한번 기운을 모아 힘차게 날아오르면 날개는 하늘에 드리운 구름 같았습니다. 이 새는 바다 기운이 움직여 물결이 흉흉해지면, 남쪽 깊은 바다로 가는데, 그 바다를 예로부터 ‘하늘못(天池)’이라 하였습니다.


2. 이상한 일을 다룬 「제해(齊諧)」라는 책에도 이 새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붕이 남쪽 깊은 바다로 갈 때, 파도가 일어 삼천리 밖까지 퍼진다.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그것을 타고 여섯 달 동안 구만리 장천을 날고 내려와 쉰다.”


3. [저 아래 땅 위에는]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고, 티끌이 날고, 생물들이 서로 숨을 불어 주고, 하늘은 푸른데, 그것이 하늘의 본래 색깔입니까? 끝없이 멀기 때문에 푸르게 보이는 것은 아닙니까? 붕새가 높이 떠서 내려다보니까 이처럼 까마득하고 푸르게 보일 뿐입니다.


4. 괸 물이 깊지 않으면 큰 배를 띄울 힘이 없습니다. 물 한 잔을 방바닥 우묵한 곳에 부으면 그 위에 검불은 띄울 수 있지만, 잔을 얹으면 바닥에 닿아버리고 맙니다. 물이 얕은데 배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바람이 충분하지 못하면 큰 날개를 띄울 힘이 없습니다. 구만리 창공에 오른 붕새는 큰 바람을 타야 푸른 하늘을 등에 지고 거침이 없이 남쪽으로 날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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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강남 풀이 장자를 사놓고 읽네읽네 하면서 못 읽었다. 하루하루 조금씩 장자를 읽으려 한다. 장자를 '읽는다'는 것이 어째 좀 이상하단 생각이 들지마는, 장자를 보려고 하다가 첫머리 붕, 에서 몇장 못 넘기고 스르르 잊어버린 것이 한두번이런가.


곤이 변하여 새가 되었다고 했는데, 곤은 큰 물고기다. 덩치가 크면서 변하여 새가 될 수 있는 고기라면 틀림없이 가오리다. 곤의 정체는 내가 보기엔 아무래도 거대한 가오리 만타 레이가 틀림없다. 만타 레이가 물속에서도 날듯이 헤엄을 치는데, 한번 기운을 모아 힘차게 날아오르면 분명 날개가 하늘에 드리운 구름 같았을 것이다. 한 가지 걸리는 점은 ‘북쪽 깊은 바다’라고 되어있다는 것인데, 물결이 흉흉해지면 남쪽 깊은 바다로 간다는 것에서 모순은 해결된다.

큰 새 하면 붕하고, 가루다하고, 신드바드가 타고 갔던 락이 있다. 그런데 가루다는 생긴 것이 영 사람 같고 락은 뭍에다 알을 낳는 것이 확인이 되었으니, 분명 붕하고는 다른 종류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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