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멕시코의 진실은.

딸기21 2006. 7. 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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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하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다. 어쩌면 노무현이라는 사람은, ‘김영삼=IMF’ ‘김대중=6·15’인 것처럼, ‘노무현=FTA'로 가는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FTA해서 나라를 수렁에 빠뜨린 역사적인 인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일 수도 있는데, 언론에 종사하고 있는 나는 FTA와는 상관없는 부서에서 일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몸담고 있는 회사가 워낙 꼴통인 관계로, 이렇게 부도덕한 집단에서 나라 망치는 일에 무기력하게 동참하고 있다는 자괴감이 많이 든다.


멕시코 대선이 지금 막 치러지고 있다. 세계 언론의 관심은 ‘중남미 좌파열풍이 멕시코에서도 이어질 것인가’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여기 지구 반대편에서 멕시코 대선을 보는 사람의 시각은 ‘FTA가 심판을 받을 것인가’ 하는 점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을 수 없다.




소노라주 노갈레스에서 투표를 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는 유권자들. /로이터


현지시간으로 2일 실시된 멕시코 대선에서 좌파 민주혁명당 소속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52) 후보가 우파 국민행동당의 펠리페 칼데론(43)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BC방송 등 외신들과 현지 언론들은 이날 치러진 대선에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가 조금 앞서고 있고, 비센테 폭스 현대통령 이전에 장기집권을 했던 제도혁명당의 로베르토 마드라소(53) 후보는 한참 뒤쳐진 3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투표는 이날 오후 9시(한국시간 3일 오전 11시)까지 계속된다. 유권자 7000만명의 투표결과를 취합해 몇시간 내에 선거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라고(어떻게 그런 초고속 개표가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1, 2위 후보 간 표 차이가 오차 범위 내에 있을 경우 공식 선거결과 발표는 조금 미뤄질 수도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대선과 함께 멕시코에서는 연방 상·하원 선거와 멕시코시티 시장 선거, 3개 주 주지사 선거가 동시에 실시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율이 60% 정도일 것으로 내다봤다. 선거 전 주요도시에서는 극심한 좌·우 대립으로 충돌이 잇달았다. 유럽연합 선거참관인단은 이번 선거에서 심각한 부정이나 폭력사태는 없었다고 밝혔지만, 대선 결과에 따라 부정선거 시비 등 후유증이 있을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펠리페 칼데론(왼쪽)과 로페스 오브라도르(오른쪽) 후보


당초 투표는 오후 8시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일부 투표소가 늦게 문을 열어 투표시간이 연장됐다. 젊은 유권자들은 투표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한 것에 대해 부정투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집권 가능성이 높은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 본인조차 이날 오전 멕시코시티의 아파트를 나와 투표소로 향했다가 투표소가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문을 열어 1시간 가량 대기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는 "우리는 할 만큼 했다"며 "유권자들의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혁명당과 노동당, 수렴당 등 3개 정당이 연합한 `모두의 행복을 위해'라는 이름의 선거캠프를 구성해 좌파 돌풍을 일으켰었다. 잡화상집 아들로 태어나 멕시코시티 시장을 지낸 그는 여전히 시내 서민주택가의 아파트에 살고 있다. 우파 정권의 부패와 대비되는 청렴, 검약한 이미지의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를 가리켜 한 전기 작가는 `멕시코의 구세주'라고까지 표현했다.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인 경제문제에서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측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의 부작용을 가장 심각한 현안으로 지적하면서 FTA 전면 재검토를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다. 멕시코시티 시장 재직시절 빈민구제와 복지 확충 사업을 적극 실시해 빈민·서민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그는 "자유시장경제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FTA에 대해서는 재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언론들마다 미국-멕시코 FTA가 멕시코에 가져다준 영향력을 평가하는 내용이 다르다. 얼마전 KBS에서 멕시코의 실태를 담은 다큐를 방영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돈데보이 노래만 들었지 내용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실제 멕시코는 어떨까. 가보지 않았으니 잘 모르겠고, 이런 상황에서 이 글의 의도를 의심받지 않기 위해,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제공한 정보들만 가지고 멕시코 경제 현실을 수치상으로나마 들여다보자.


1994년 FTA 실시 이후 멕시코에서 농촌이 무너져 사파티스타 농민전쟁 같은 반세계화의 물결이 일어난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사파티스타는 이번 선거에서 좌-우 어느 쪽 후보도 지지하지 않았으며 멕시코시티 등지에서 별도로 ‘제3의 정치’ 운동을 벌였다). 또 실직자가 늘고 공공서비스가 무너지는 등 극심한 부작용이 나타났다.

지난해 공식 실업률은 3.6%이지만 실제로는 노동인구의 25%가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실질경제성장률은 3%로 인플레율(3.3%)에 못 미쳤고, 1억700만명의 인구 중 40% 이상이 빈곤선 이하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일자리를 찾기 위한 멕시코인들의 불법 월경을 막기 위해 미국 정부가 국경에 분리장벽을 세우기로 결정하면서 미-멕시코 간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People throw their voting cards and copies of them into a fire during a protest in the town of San Salvador Atenco, Mexico, Sunday, July 2, 2006. The town of San Salvador Atenco is a farming town which has repeatedly confronted the government since the peasants brought down plans to build an international airport for Mexico City on their lands. /AP



이번 대선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국경을 넘어 미국 영토 내에 살고 있는 멕시코인들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졌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는 "미국과의 관계를 계속 중시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FTA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그가 당선될 경우 대미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미국이 재협상 요구에 어떻게 응할지도 관심거리다). 멕시코는 전체 수출의 87%, 수입의 55%를 미국과 하고 있을만큼 대미 의존도가 높다. 1990년대 중반 멕시코를 강타한 금융위기가 지나가고 인플레가 잡히긴 했지만 여전히 농업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지난해 산업생산증가율은 2.5%에 그쳤다.


폭스대통령의 지지 속에 보수파와 부유층 표를 얻고 있는 칼데론 후보는 상대적으로 젊고 강력한 지도자의 이미지로 선거전 막판에 기세를 올렸다.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엘리트로, 아버지가 하원의장을 지낸 정치명문가 출신인 그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를 `포퓰리스트'로 몰아붙이고 있다. 그는 로페스 오브라도르의 주장과 달리 FTA는 멕시코 경제 실패의 주요인이 아니라면서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자유무역 원칙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번 선거로 멕시코 여론이 좌-우로 갈리면서 과거 우파 정권의 버팀목이었던 중산층마저 분열되고 있다고 전했다. 남의 일 같지 않은 일들이 세상에 이렇게 많은걸 보면 글로벌 소사이어티 맞긴 맞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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