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넷플릭스 세계사>

딸기21 2023. 9. 13.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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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세계사

오애리, 이재덕. 푸른숲. 

 

나야 뭐 영화라는 장르와도, 넷플릭스라는 플랫폼과도 거리가 멀지만 이 책은 정말 재미있었다. 책 나오고 2주 만에 2쇄 들어간다는 얘기 듣고 저자 선생님^^께 축하를 보냈는데, 읽다 보니 진짜 흥미로웠다.

솔직히 말하면 국제뉴스에서 다뤘던 사건들 몇 개 말고는 나로서는 몽땅 모르는 얘기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오선배의 애정, 그리고 역사와 문화사를 비롯한 전방위적인 지식이 아주 제대로 담겼다. 오선배가 써야만 하는 게 바로 이 책이었다.

 

 

블루스가 쏘아 올린 차별을 향한 저항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1914~1950년은 미국 남부 시골에서 북부 도시로 600만 명 이 상의 흑인들이 이주한 현상을 가리키는 '흑인 대이동 Great Mgration' 이 일어난 시기다. 이들은 인종차별을 피해 일자리와 더 나은 생활환경을 찾아 도시로 이동했다. 역사학자들은 북부나 중서부 공업지대로 약 160만 명이 이주한 제1차 대이동(1910~1930)과 대공항 이후 500만 명 이상이 캘리포니아와 기타 서부 도시로 이주한 제2차 대이동(1940~1970)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1900년경까지만 해도 흑인 인구의 무려 90퍼센트가 남부지역에서 살고 있었지만, 1910년경부터는 흑인들의 북부 이동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1차 세계대전으로 군수산업이 성장하면서 흑인들에게 많은 일자리를 제공한 것도 이동을 가속화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22-23

 

아 그런데, 출판사에서 웬만하면 사진 좀 사다가 넣을 것이지... 영화와 드라마 이야기인데 사진이 단 한 장도 읎다.

너무 한 거 아님? 돈을 너무 아꼈자나.

 

'킬링필드'의 악몽 <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

1969년 3월 18일 밤. 전략폭격기 B-52 60대가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날아올랐다. 작전명은 '아침 식사‘. 북베트남에서 라오스-캄보디아-남베트남으로 이어지는 호치민 트레일을 공격하기 위해서다. 60대 중 48대가 캄보디아 국경을 넘어 2400톤의 폭탄을 투하했다.
미군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캄보디아 남쪽과 동쪽을 대상으로 폭격을 이어갔고, 작전명도 하나씩 추가됐다. 점심 식사, 저녁 식사, 디저트, 만찬 등이다. 1969년 3월 18일부터 1970년 5월 26일까지 미군이 캄보디아를 융단폭격한 전술폭격작전 일체를 '메뉴 작전'이라고 부르는 건 이 때문이다.
-86-87

 

영화 '시민 케인'의 탄생과 배경 <맹크>

이런 분위기 속에서 1934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가 치러진다. 민주당 후보는 사회주의 성향의 작가 업튼 싱클레어, 공화당 후보는 현직 주지사인 프랭크 메리엄이었다. 싱클레어는 시카고 육가공 공장의 비위생적인 환경과 열악한 노동환경을 폭로한 <정글>, 석유 백만장자의 삶을 통해 미국 자본주의를 비판한 <석유> 등의 작품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캘리포니아 빈곤 종식 운동'이라는 풀뿌리 진보 정치운동을 열성적으로 펼친 인물이다. 캘리포니아 자본가들은 실업 구제정책들로 저소 득층을 파고드는 '싱클레어 돌풍'을 극도로 경계했다.
MGM 등 영화사들은 직원에게 메리엄을 위한 선거자금 기부를 강요했고, 싱클레어를 공격하는 정치광고를 만들어 배포했다. 메이어는 허스트와 손잡고 반싱클레어 선전전을 신문으로 확대했다. 메이어 등 대형 영화사 사주들은 싱클레어가 당선되면 영화사를 플로리다로 옮긴다고 위협해 영화계 종사자들은 물론 시민들의 실업 공포를 더욱 부채질했다.
1934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전은 결국 메리엄의 승리로 끝난다. 싱클레어의 주지사 도전은 좌절됐지만 그가 제시했던 정책들은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싱클레어 바람은 할리우드 작가와 배우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시나리오작가조합과 배우조합이 처음으로 결성돼 메이저 스튜디오의 부당한 요구와 노동환경에 저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58-159

 

드뎌 내가 본 작품이 나오나 했더니... <시민 케인>은 봤는데 증말 재밌었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하지만 이 영화가 아니라 다른 영화 얘기자나. 젠장.

 

지적이고 아름다운 공존 <두 교황>

역사상 가장 긴 콘클라베는 1268년의 콘클라베였다. 무려 3년 동안이나 투표가 계속됐지만, 추기경단은 번번이 교황 선출에 실패했다. 참다못한 로마 시민들이 추기경단이 머물고 있던 건물의 문을 걸어 잠그고 직접적인 압력을 행사했다. 이것이 바로 콘클라베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184대 교황으로 선출된 그레고리오 10세는 콘클라베가 3일 내 새 교황을 선출하지 못하면 점심과 저녁 식사량을 반으로 줄이고, 5일이 지나면 빵과 물, 와인만 제공하는 식으로 규정을 바꾸기도 했다.-192

 

이 책 읽고 처음으로 <두 교황> 보고 싶어짐. 근데 콘클라베 일화 넘 웃기다. 추기경들을 굶기겠다며 압박...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

벌리종 담뱃잎은 버지니아종과 달리 생산과 가공 단계에서 복잡한 설비가 필요하지 않아 아프리카의 농장에서 인기를 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은 전 세계 담뱃잎 무역량의 20퍼센트(생산량은 11.4퍼센트)를 담당한다.
주로 말라위, 짐바브웨 등 영국 식민지배 시절부터 플랜테이션 농장이 발달한 국가에서 독립 이후에도 담배 재배를 이어갔다. 다른 대륙의 담배 농사는 줄어들거나 겨우 현상 유지 수준이지만,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담배 농사에 뛰어드는 농부들이 늘고 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종일 담뱃잎만 만지는데, 특히 비에 젖은 담뱃잎을 만지면 니코틴이 피부를 통해 흡수돼 메스꺼움, 구토, 위경련, 현기증을 느끼는 녹색 담배병에 시달리기도 한다. “시장성 있는 수확량을 위해서는 자녀가 3살 때부터 일하게 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또 늘어나는 담배 농가는 이 지역의 사바나를 사라지게 하고 황폐하게 만드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담뱃잎은 수확 후 건조하는데, 말라위에서는 사바나 지역의 나무를 잘라 만든 건조대에서 담뱃잎을 말린다. 하지만 비가 많이 내리고 흰개미가 많다 보니 건조대가 자주 썩어 벌목이 계속된다.
-222-224

가뭄이 본격화하기 직전 IMF와 세계은행은 말라위 정부에 비축한 곡물을 시장에 내다 팔 것을 요구했다. 말라위 정부는 당시 옥수수 16만 7000톤을 비축하고 있었는데 IMF 등의 요구대로 이를 시장에 팔기 시작했다. 일부 관리들은 비상시 쓰일 곡물까지 팔아 뒷돈을 챙겼다. 비축량 대부분이 사라졌다.
영국 식민지 시대를 종식하고 30년 동안 말라위를 통치 했던 헤이스팅스 반다 대통령이 1994년 5월 물러나고, 바킬리 물루지가 새 대통령이 되면서 말라위 정부는 IMF 등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했다. 비료 가격이 뛰었고 농업 생산성은 떨어졌다. 농민들은 더 가난해졌고 매번 식량 부족에 시달렸다. 최악의 기아 사태마저 벌어졌다. 하지만 IMF와 세계은행 등은 말라위 정부에 비축 곡물을 팔도록 요구한 행위에 대해 변명으로 일관했다.
-226-227

미국의 GMO 옥수수 원조를 끝까지 거부한 나라는 잠비아뿐이었다. 당시 잠비아는 EU 시장에 베이비콘과 쇠고기 등 유기농 농축산물을 수출하는 국가이기도 했다. GMO가 국내로 유입되면 자칫 EU 시장을 잃을 우려가 있었다. 잠비아의 레비 음와나와사 대 통령은 2002년 10월 미국의 옥수수 원조에 대해 "독이 든 식량“이라고 비난했다.
당시 유엔의 식량특별보고관이었던 장 지글러는 기자들에게 이 렇게 말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무어라고 단정할 수가 없다. 하지만 유럽 연합은 유전자 변형 생산물의 유통을 금지하고 있다. (중략)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에게 유전자변형 생물의 무독성을 의심할 권리가 있다면, 잠비아 대통령에게도 같은 권리가 있다."
결국 미국의 GMO 옥수수 원조 계획은 진행되지 않았다. EU가 미국을 대신해 이들 국가를 상대로 원조를 늘렸기 때문이다. WFP도 옥수수를 빻아서 아프리카 국가에 지급하는 방 법을 썼다.
-231

기아 사태와 GMO 옥수수 원조 논란은 몇몇 아프리카 국가들을 변화시켰다. 대표적인 곳이 말라위였다. 2004년 말라위 대통령이 된 빈구 와 무타리카는 "다른 나라에 음식을 구걸하러 다니고 싶지는 않다"라며 농부들에게 비료와 종자를 싼값에 구입할 수 있도록 보조금을 풀었다. 농업 보조금을 줄여나가기로 한 WTO나, 관련 정책을 폐지하도록 압박한 IMF와 세계은행의 방침과는 정반대 행보였다. 보조금 정책으로 옥수수 생산량은 2004년 200만 톤 수준에서 2014년 400만 톤 수준까지 늘었다.
2007년에는 유니세프가 “말라위에서는 어린이 기아가 해결됐다"라며 말라위에 보내려던 분유를 우간다로 돌렸다. 세계은행은 자신들이 추진했던 아프리카 국가들의 비료 보조금 정책 폐지가 비료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고 농업 생산성을 악화시켰다며 내부 감사를 통해 뒤늦게 실수를 인정했다.
-232

 

나는 국제뉴스에 해당되는 것들만 스크랩했지만, 그건 진짜 책의 일부분일 뿐이고. 주제가 주제이다 보니, 미국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잘 몰랐던 미국사의 장면 장면들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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