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전 세계가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형 산불이 남유럽 곳곳을 휩쓸었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등... 이탈리아 사르데냐 섬에서는 1000여명이 이재민이 됐다. 정부는 유럽연합에 도움을 요청했다. 우리도 마찬가지이지만, 유럽도 올해 열파가 계속되고 있다. 기온이 높고 건조하니 곳곳에서 산불이 나는 것이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28일 기자회견에서 “24시간 새 50여곳에서 산불이 났다"며 "8월에도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다행히 스페인은 불길이 잡힌 모양이지만.
미국은 대형 산불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데, 유럽도 요즘 산불이 잦은 듯하다. 2007년 그리스에서 대화재가 났다. 그때 산불 피해가 너무 심각해서 각국이 진화작업을 돕고 금융지원까지 해줬는데, 그 후로 초대형 산불 즉 메가파이어가 한 해가 머다 하고 유럽을 습격하고 있다. 이듬해인 2008년 스페인 북동부 화재에 군대가 투입됐고,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등 남유럽국들은 미국 못잖은 산불 다발지역이 돼버렸다. 기후변화로 여름철은 더 건조해지고 기온은 더 올라간 탓이 크다.
올해는 남유럽뿐 아니라 터키 남부에서도 대규모 산불이 났다. 한국인도 많이 갔던 지중해 휴양도시 안탈랴 동쪽 마나우가트 일대에 산불이 번져서 주민들이 대피했다. 소방차 100여대에 헬기들을 동원해 끄고 있지만 28일 강풍이 불어 화재가 크게 번졌다. 올여름의 이례적인 더위와 연관 있을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터키에서는 이달 초 흑해 연안에 홍수가 났는데, 그러고 나서 곧바로 이상고온에 산불이 일어난 것이다. 29일까지 최소 3명이 사망했다.
지중해 지역 전체에서 올해 산불 피해가 크다. 레바논은 북부 산악지대에서 28일부터 불길이 솟더니 주거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레바논은 국기에 나무가 그려져 있다. 백향목(cedar)이라 불리는 나무다. 이 나라는 백향목 숲과 솔숲 등 나무가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한데, 레바논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 중의 하나가 불길에 휩싸였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레바논에서는 2019년에도 대형 산불이 수도 베이루트 근교까지 들이닥친 적 있다.
터키와 그리스 사이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도 올해의 산불에서 예외가 아니다.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 대통령은 트위터에 “아주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며 "국가 기구 전체가 동원돼 불을 끄고 있지만 위기 상황"이라고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키프로스 정부는 유럽연합에 도움 요청했으며 터키, 그리스, 이스라엘 등이 소방 지원 인력을 파견했다.
더 무시무시한 것은 시베리아의 화재다. '세계에서 가장 추운 도시'라고 불리는 러시아 시베리아의 야쿠츠크. 해마다 겨울에는 추위 때문에 고생하는데, 요 몇년 사이에는 여름마다 산불로 연기에 고통을 받고 있다. 시베리아 일대 추운 지역의 타이가 삼림지대가 거의 해마다 타들어가고 있다. 2015년과 2018년, 2019년 연달아 대형 산불이 나더니 올해에도 화재가 반복됐다.
야쿠츠크라는 도시는 연평균 기온이 영하 8.8도다. 겨울에는 영하 40도까지 내려간다. 7월에는 평균 20도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올해는 기록적인 고온을 보이고 있다. 야쿠츠크 일대의 올해 최고기온이 무려 39도를 기록했다. 6월 말부터 도시 밖 타이가 지대에 불이 나면서 연기가 치솟아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야쿠츠크 인구가 30만명이 조금 넘는데, 당국이 주민들에게 집 밖 나오지 말라며 외출금지조치를 내렸다. 타이가 산불에서 솟아오른 연기가 바다 건너 미국 알래스카까지 가고 있는 상황이다.
원래 해마다 번개 등으로 타이가에서 자연적으로 화재가 일어나지만, 민간인 거주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러시아 당국이 별도로 화재를 진압하지는 않았다. 자연적으로 꺼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호주도 비슷해서, 건조지대에 산불이 나면 방치한다. 숲의 순환을 돕는 자연적인 현상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런데 재작년 호주 산불이 대도시 외곽까지 번지면서 난리가 났다.
시베리아도 비슷한 상황이다. 늘 나던 산불인데, 여름 기온이 계속 올라가면서 산불 규모가 너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불법 벌목이 많아져서 토양이 대기에 노출되고, 그래서 건조해지고, 홍수와 산불이 잦아진 영향도 있다. 야쿠츠크 같은 시베리아 도시 주민들은 그로 인한 건강 문제가 심각하다.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가고 생활이 불가능해질 지경이 됐다.
[구정은의 '수상한 GPS']남극 바람이 바뀌니 불길이 치솟는다
얼어붙은 북극권에서 숲은 없고 이끼들이 많은 지역을 툰드라라 부르고, 그 바로 밑에 있는 것이 타이가 침엽수림이다. 러시아, 캐나다, 스웨덴 등 북극 아래에 빙 둘러쳐져 드넓은 지역에 펼쳐진 삼림이다. 지구 상에서 숲의 밀도는 아마존이나 보르네오가 높지만, 면적으로 따지면 러시아 북부의 아(亞)한대 타이가가 세계 최대 규모의 숲이라고 한다. 타이가가 불에 타면 땅 속의 온실가스가 대거 풀려나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다시 영향을 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2019년 러시아 북극권 일대에 산불이 심했을 때, 한 조사에서 2003년 이래 온실가스 방출량이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에는 시베리아에서 여름 최고기온 38도가 기록됐고, 재작년보다 방출량이 35%가 더 늘었다. 야쿠츠크 일대에서는 올들어서만 숲 263헥타르, 약 80만평이 타들어갔다. 기후전문가들은 타이가의 화재가 점점 잦아지고, 산불 시즌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는 것을 크게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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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산불 상황은 어떨까.
미국과 캐나다 서부는 올해 열돔으로 유례 없는 더위를 맞았다. 산불도 번졌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산불이 잇따랐다. 미국에선 캘리포니아, 오리건, 네바다 등 서부 주들 피해가 심각하며 북부 몬태나까지 산불이 번졌다. 연기가 대륙 반대편 동부 해안의 뉴욕까지 날아가 대기오염을 높였다고 CNN 등은 보도했다.
캘리포니아는 26일까지 산불 5566건이 기록됐다. 이제 이 지역에는 '산불 시즌'이 없다고 보는 편이 맞겠다. 캘리포니아는 강우량이 줄고 기온이 높아지면서 올해 1월에만 산불 약 300건이 났다. 과거 5년간 1월 평균 산불 건수의 20배였다고. 올들어 7월 11일까지 산불로 재가 된 숲의 면적이 작년의 3배다.
미 임업국 추정에 따르면 2015년에 서부 산불 시즌은 1970년대보다 두 달 반이 길어졌다. 산불의 규모가 커지는 것은 해마다 나오는 보도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캘리포니아 산불 가운데 규모가 컸던 9개 산불이 2005년 이후에 일어났다.
산불만일까. 요새 홍수도 많았다. 이달 12일부터 시작해서, 유럽 몇몇 지역에서는 홍수 피해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물난리 난 나라가 한둘이 아니다. 오스트리아, 벨기에, 체코, 크로아티아,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루마니아, 스위스, 바다 건너 영국까지.
인명피해도 컸다. 독일에서만 180명 가까이 목숨을 잃었고 150여명이 실종상태다. 벨기에에서도 40여명이 사망했다. 리에주 지역에서만 28명이 숨졌는데 대피령 등 경보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법원이 당국의 실책에 따른 사망으로 판단하고 조사를 명령, 책임소재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달 중순에는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와 우간다 일대에도 물난리가 났다. 중국과 방글라데시도 일부 지역이 물에 잠겼다. 미얀마에서 넘어간 로힝야 난민촌이 방글라데시에 있는데, 가뜩이나 고통 받는 난민 수천명이 집을 잃었다. 기후재앙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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