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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은의 '수상한 GPS']‘유럽 쓰레기' 몸살 앓는 아시아, “컨테이너 가져가라”

딸기21 2020. 9. 28. 11:42

스리랑카 콜롬보 항구에서 적발된 영국발 쓰레기 컨테이너.  스리랑카 세관·AFP

 

지난 26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콜롬보 항구에서 컨테이너 21개가 영국으로 실려갔다. 영국이 보낸 쓰레기 260t이 들어 있는 컨테이너들이 반송된 것이다. 2017~2018년 콜롬보 항구에 도착한 이 컨테이너들에는 원래 재활용에 쓰일 중고 양탄자와 매트리스 등이 들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영국 업체는 생활쓰레기에 의료폐기물까지 잔뜩 집어넣어 보냈다가 세관에 적발됐다.

 

스리랑카 당국과 업체 측이 협상하는 2~3년 동안 컨테이너는 항구에 적치돼 있었다. 마침내 합의가 이뤄져 영국으로 돌려보내지게 됐지만 이 사건은 아시아에 버려지는 유럽 쓰레기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1989년 채택된 유엔 바젤협약은 유해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과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돈을 주고 빈국에 유독성 쓰레기를 떠넘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유럽국들과 미국, 캐나다를 비롯한 부국들은 쓰레기를 다른 나라에 떠넘기기 예사다. AFP에 따르면 스리랑카에서 적발된 영국발 쓰레기 컨테이너만 260개가 넘는다. 이번에 돌려보낸 것들 외에 나머지도 반송하려고 스리랑카 당국이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다.

 

통계사이트 월드카운츠닷컴에 따르면 세계에서 해마다 쏟아져나오는 쓰레기의 양은 20억t이 넘는다. 미 외교관계협회(CFR) 5월 자료를 보면 그 중 국가 간 거래로 국경을 넘는 것이 10분의1인 2억t 정도다. 주로 임금이 싸고 환경규제가 약한 개발도상국에 부국들이 재활용 명목으로 쓰레기를 내보낸다. 주로 수출되는 것은 플라스틱 폐기물이다. 2018년 미국이 수출한 플라스틱 쓰레기는 4000만t으로 거래 규모는 200억달러에 이르렀다. 세계 ‘쓰레기 시장’의 전체 규모는 수백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CFR은 추정했다.

 

유럽연합(EU)의 쓰레기 수출.   EU 환경청

 

재활용 쓰레기 처리를 맡아온 것은 중국과 주변 아시아 국가들이었는데, 2018년 1월 중국이 더 이상 안 받겠다며 수입을 중단했다. 그러자 풍선효과처럼 주변 동남아시아로 가는 쓰레기가 더 늘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2018년 동남아국가연합(ASEAN) 소속 6개국의 쓰레기 수입량은 226만t으로, 2016년의 1.7배로 증가했다.

 

리사이클링은 세계 환경을 지키는 데에 꼭 필요한 산업이지만, 문제는 스리랑카 사례처럼 재활용할 수 없는 쓰레기를 불법 투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것이다. 비용 처리와 반송 절차가 복잡해 적발된 쓰레기들은 도착한 항구에 방치되기 일쑤였다.

 

결국 아시아 국가들도 “세계의 쓰레기장이 될 수는 없다”며 수입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13개국에서 보내온 불법 폐기물 4120t을 돌려보내고 자국 내 불법 재활용센터 200여곳을 없앴다. 말레이시아는 플라스틱 재활용 업체가 많고 연간 산업규모가 72억달러에 이른다. 태국은 2018년 유독물질이 많이 들어있는 전자제품 쓰레기 수입을 금지했으며 2021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도 중단하기로 했다. 베트남도 2018년 쓰레기 수입을 90% 줄였고 2025년까지 모두 금지시키겠다고 발표했다.

 

필리핀은 오래전부터 캐나다와 쓰레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2014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온 쓰레기 컨테이너 50개가 마닐라 항구에서 적발됐다. 필리핀 세관은 ‘환경 유해물질’ 딱지를 붙이고 하역을 거부했다. 이 사건은 필리핀에서 정치적인 이슈가 됐고 캐나다와의 외교 마찰로 이어졌다. 캐나다 정부는 “개별 기업의 문제”라며 책임을 부인했으며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2015년 폐기물관리법을 강화하라는 필리핀 측의 요구도 거부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쓰레기를 가져다가 캐나다 영해에 쏟아버리겠다”고 선언했고, 지난해에 2700t을 돌려보냈다.

 

베트남 하노이 외곽의 쓰레기 하치장에서 2018년 11월 한 여성이 페트병들을 분류하고 있다.  로이터

 

유럽연합(EU)은 지난해 5월 바젤협약을 강화했고 올초부터는 회원국들이 쓰레기를 내보낼 때 수입국 당국의 승인을 반드시 받도록 했다. 양측 업체들간의 밀거래를 막기 위해서다. 올 3월엔 ‘순환형 경제’ 전략에 따라 폐기물 분류를 세분화하고 역내 리사이클을 늘리도록 했다. 하지만 이 방침이 적용되는 것은 2022년부터다.

 

국제오염물질제거네트워크(IPEN)에 따르면 중국의 조치 뒤 EU의 쓰레기 수출은 2016년 300만t에서 지난해 190만t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특히 올해 코로나19 봉쇄로 가정 쓰레기가 크게 늘어난데다 유럽 내 쓰레기 처리비용이 비싼 탓에 수출규제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동남아시아로 가던 쓰레기들이 터키로 방향만 바꾸고 있다고 IPEN은 지적했다.

 

올 6월말 국제환경저널에 실린 아일랜드 골웨이대학 연구팀의 조사 결과 유럽의 플라스틱 쓰레기 중에서 절반 가까운 46%가 외국으로 보내진 것으로 나타났다. 쓰레기 떠넘기기도 문제지만, 이동하는 과정에서 상당량이 바다로 흘러나가는 것도 큰 문제다. 연구팀은 2017년 이후 유럽에서 배를 통해 수송된 폴리에틸렌 쓰레기 가운데 3만2000~18만t이 바다에 유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전체 수출량의 1~7%에 이르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진 셈이다. 특히 영국,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쓰레기 선박에서 흘러나간 게 많았다.

 

바다에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은 해양생태계 오염의 주범이다. 쓰레기 수출이 수입국 ‘땅’만이 아니라 세계의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연구를 이끈 조지 비숍은 “바다의 플라스틱이 늘어나게 만드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쓰레기의 이동임을 보여준다”며 대양·연안생태계 오염을 우려했다.

 

필리핀 마닐라의 관세청 앞에서 주민들이 한국발 플라스틱 쓰레기 반송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연구에 참여한 데이비드 스타일스는 유럽에서 외국으로 수출하는 플라스틱도 ‘재활용’으로 분류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스타일스는 사이언스데일리에 “재활용 목적으로 수출된다지만 실제로 리사이클링되는 것은 31%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플라스틱의 ‘진짜 재활용’ 비율은 유럽 국가들이 발표하는 것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도 쓰레기 수출 오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한국의 플라스틱 소비량은 플라스틱 생산시설을 갖춘 세계 63개국 중 3위다. 재활용이 되지 않는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의 70% 가량은 소각·매립하거나 국외로 내보낸다. 2018년 한국의 폐플라스틱 수출량은 6만7441톤이며 그 중 80%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5개국으로 향했다.

 

그 과정에서 생활쓰레기를 불법으로 떠넘기는 일도 있었다. 2018년 7월 필리핀 민다나오섬으로 수출됐던 6500톤의 한국발 불법 폐기물이 적발됐다. 악취와 침출수, 유독가스 때문에 현지에서 이슈가 됐고 주민들이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 쓰레기 일부는 지난해 한국으로 되돌아왔고 나머지 중 5100t도 가져와 환경부가 소각하기로 올초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