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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깊이보기]IS 전투원들 '송환' 시작한 터키…유럽 '비상'

딸기21 2019. 11. 12. 23:46

시리아 북부 하사카에 있는 이슬람국가(IS) 전투원 수용소. 붙잡힌 IS 전투원들과 그 가족들은 쿠르드민병대가 지키는 감옥에 갇혀 있었으나 지난달 터키가 쿠르드를 공격한 틈을 타 상당수가 도주했다. 하사카 AFP연합뉴스

 

2014년 8월 미국 기자 2명이 이슬람국가(IS)에 무참히 살해됐다. 이라크·시리아 북부를 장악한 IS는 그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잔혹성을 세계에 각인시켰다. 미국 못잖게 충격을 받은 곳은 영국이었다. 인질에게 흉기를 겨눈 검은 복면의 무장조직원이 ‘완벽한 영국식 영어’를 구사했기 때문이다.

 

이슬람 성전의 전사들을 가리키는 지하디스트에서 따온 ‘지하디 존’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지하디 존은 영국의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모함메드 엠와지라는 당시 26세의 청년으로 드러났다. 영국 출신 조직원들이 인질 학대와 살해를 도맡아 IS 안에서 ‘비틀스’라 불렸다는 증언들도 나왔다. 지하디 존은 이듬해 미군 공격에 사망했지만 유럽은 IS 지망자들 때문에 곤경을 치러야 했다. 프랑스 파리 동시다발 테러, 벨기에 공항·도심 테러 등 IS 추종자들이나 연계세력의 공격도 잇따랐다.

 

터키가 11일 독일, 프랑스, 아일랜드, 덴마크 출신 IS 전투원 20여명을 출신국으로 추방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인도 1명 있었다. IS는 이라크와 시리아를 근거지로 삼았지만 출발 때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리비아, 이집트 등 외부에서 온 지하디스트들과 유럽 출신들이 많이 가담했다. 2014년 IS가 “칼리프 국가를 세웠다”고 선언한 이래 최소 4만명의 ‘외국인’이 가담했고 그중 5000명 정도가 유럽 출신으로 추정된다.

 

미국 싱크탱크 수판센터가 2017년 집계한 자료에선 러시아 출신이 3000명이 넘었고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이 3200여명, 요르단과 튀니지 출신이 각각 3000명 가량, 프랑스인이 1900여명이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은 “다에시(IS)를 위해 싸우는 자들은 프랑스와 싸우는 자들이며 우리의 적들”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검은 복면을 쓴 이슬람국가(IS) 전투원이 미국 기자 제임스 폴리를 살해하겠다며 위협하고 있다. IS가 공개한 살해 동영상 속의 복면 전투원은 영국 중산층 가정 출신의 20대 청년 모함메드 엠와지로 드러나 영국 사회에 충격을 줬다. 동영상 캡처

 

현재 터키가 구금하고 있는 유럽 출신 지하디스트가 몇 명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국영 TRT하베르 방송에 따르면 2500여명을 추방할 계획이고 그 중 상당수가 유럽국 출신이라고 한다. 쿠르드가 주축이 된 시리아민주군(SDF)은 자신들이 장악했던 지역의 수용소 7곳에 IS 조직원 1만2000명을 가둬놨다고 했었고 그중 4000명이 시리아·이라크 출신이 아닌 외국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올초 SDF가 비정부기구들에게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코소보 등을 포함해 유럽 출신들은 200명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유럽외교관계협회(ECFR)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본다. 벨기에 브뤼셀의 에그몬트연구소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출신 IS 성인 조직원 400~500명이 시리아에 구금돼 있었고, 그들의 아이들이 700~750명에 이른다. 그중 가장 많은 것은 프랑스 출신으로 성인 130명 정도에 아이들 270~320명으로 추산했다. 그밖에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스웨덴인들도 상당수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자국 내에 남아 있는 2500명 외에 “102개국 출신 7600명을 그동안 터키 밖으로 내보냈다”고 발표했다. 이미 추방한 사람들 일부는 IS 전투원이지만 지난달 시리아 북부 공격 때 잡아들인 IS 조직원 가족들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IS 조직원 가족 중 여성과 아이들은 시리아 쿠르드 지역의 알홀, 알로지, 아인이사 3개 캠프에 총 1만1000명 정도가 갇혀 있었다. 터키는 쿠르드 공격으로 IS조직원들이 풀려날 것이라는 우려가 일자 “우리가 책임지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결국 짐더미를 맡기 싫어 내보내는 꼴이 됐다.

 

영국에서 시리아로 가 이슬람국가(IS) 전투원과 결혼한 샤미마 베굼. 영국은 베굼이 시리아의 IS 포로 수용소에 수감돼 있는 사이에 베굼의 국적을 박탈했다. 베굼은 법에 규정된 항소 절차를 밟을 수 없었기 때문에 영국 내에서 적법성 논란이 일었다.  사진 ITV NEWS

 

이미 자국민 송환을 받아들인 나라도 있다. 프랑스 외교부 관리는 AFP통신에 “2014년 터키와의 협정에 따라 우리 국민을 보내오면 받아왔다”고 보도했다. 터키가 송환 사실을 알리면 기내에서 보안요원이 비공개로 체포해, 시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조사를 한 뒤 풀어주는 식이었다. 이탈리아도 최근 몇 달 사이에 1명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ECFR에 따르면 다른 유럽국들은 ‘극소수의 IS 전투원 자녀들’만 귀국하도록 허용했다.

 

더 큰 문제는 영국처럼 국적을 박탈하는 경우다. 영국은 지금까지 100명 이상의 국적을 박탈했다. IS 신병모집 광고에 등장해 ‘포스터 걸’이라 불린 영국 여성 샤미마 베굼(19)이 그런 예다. IS에 자원했다가 ‘지하디스트의 아내’가 된 베굼은 BBC 인터뷰에서 “포스터걸이 될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영국은 방글라데시계 영국인인 베굼의 국적을 박탈했는데, 방글라데시는 베굼이 자국과 무관하다며 “방글라데시로 온다면 교수형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국적자가 된 지하디스트들은 그늘 속에서 다시 극단주의로 치닫거나 범죄로 향하는 수밖에 없다. 특히 IS 조직원의 아이들도 관련돼 있어, 이들의 인권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유엔은 지난달 유럽국들을 향해 “자국 국적자들을 받아들여서 국제 기준대로 처리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