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측이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서 변호인단을 선임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1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알다시피 이 전 대통령은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서울시장 재임 4년 동안 월급도 한푼도 안 받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하는데요. 변호인단에 큰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약간 어려움이 있다”면서 재정적인 문제를 얘기했다고 합니다.
지난 1월 17일 오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의 특수활동비 수사와 관련된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권도현 기자
이 전 대통령의 ‘전 재산 사회환원’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10년도 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7년 12월 7일,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였던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 당락에 관계 없이 우리 내외가 살 집 한 채만 남기고 가진 재산 전부를 내놓겠다”고 말했습니다. KBS 선거방송연설에서 했던 말입니다.
그는 “어렵게 살아가는 고마운 분들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진작부터 그러고 싶었지만 그동안 여러 의혹이다 뭐다 해서 보류했는데 이제 모두 정리됐기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국민 앞에 고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이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등록을 하면서 신고한 재산은 353억8000만원이었습니다.
▶이명박 후보 “전재산, 사회에 환원하겠다”
대통령이 된 뒤인 2008년 4월, 그는 300억원가량을 출연해 공익재단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사회환원 방식을 구체화했습니다. 서초동 영포빌딩과 서초동 상가, 양재동 영일빌딩, 부인 김윤옥 여사 소유의 논현동 대지 등의 자산과 채무를 합쳐 354억여원의 재산을 신고하면서 밝힌 내용이었습니다.
▶‘354억 재산신고’ 李대통령, 300억안팎 공익재단 검토
이명박 대통령의 사회 환원 재산으로 꼽히는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
▶환원한다던 ‘MB빌딩’ 어떻게 됐지?
하지만 약속은 1년이 지나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기자메모]실천 없는 ‘李대통령 재산환원 약속’ 1년
▶[사설]차마 전하기 두려운 대통령의 허언(虛言)
그러다가 사회에 되돌려주겠다는 뜻을 밝힌 지 1년 2개월여 만에 ‘재산환원추진위원회’를 만들면서 본격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장학재단이나 소외계층 복지재단 설립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MB재산 사회환원 25일 전후 입장 발표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잘 알려진 ‘청계재단’이죠. 2010년 이 전 대통령은 청계재단 출연으로 재산 307억원이 줄었고, 보유하고 있는 것은 본인 명의의 논현동 단독주택 33억1000만원, 부인 김윤옥 여사 명의의 논현동 대지 13억1100만원 등 49억1353만원이라고 신고했습니다.
▶이 대통령, ‘장학재단 출연’ 재산 307억 줄어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 내 청계재단 사무실. 정용인 기자
▶안철수 1500억 기부…MB청계재단은 재산보전용?
이듬해인 2011년에는 퇴임 후 거주할 서초구 내곡동 사저 부지도 본인 명의로 바꾼다고 밝혔습니다. 아들 시형씨 이름으로 돼 있던 것을,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매입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자택은 이 대통령이 2009년 재산 331억원을 청계재단에 출연할 때 기부목록에서 제외한 것이었습니다.
▶내곡동 땅 이 대통령 명의로 이전키로
하지만 청계재단은 명목상 장학재단임에도 장학금을 주기보다는 빚을 갚는 데에 돈을 더 많이 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단을 만들 때 이 대통령이 재단에 부채까지 함께 넘겼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실은 2012년 8월 서울시교육청이 ‘청계재단 사업실적’ 자료를 공개하면서 드러났습니다. 청계재단이 그 전 해에 중·고교생 408명에게 지급한 장학금 총액은 총 5억7865만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3억원은 한국타이어의 기부금이었던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청계재단 ‘빚 갚는 돈’이 장학금보다 많아
청계재단의 빚 문제는 이후에도 여러 차례 거론됐습니다. 2014년 10월 서울시교육청은 부채를 2015년 11월까지 상환하지 않으면 재단 설립을 취소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당시까지도 이 재단은 이 전 대통령 빚을 갚고 있었고, 그 탓에 장학사업은 줄여나가고 있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의 건물 담보대출 30억원을 떠안은 재단 측은 은행에서 50억원을 대출받아서 이 전 대통령 부채를 갚아나가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은행 대출받아 MB 빚 갚는 청계재단
결국 청계재단은 채무를 갚지 못해 설립취소 위기에 몰리자 재단 소유 빌딩까지 급매물로 내놨습니다.
▶MB 청계재단, 설립취소 위기에 건물 급매
청계재단으로 넘어간 것은 부채만이 아닙니다. 그 말 많은 ‘다스’의 주식도 일부 청계재단으로 넘어갔습니다.
▶청계재단과 국고로 넘어간 다스 주식의 운명은?
서울중앙지검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소환 조사 계획을 예고한 가운데 지난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민중민주당 관계자가 구속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기남 기자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했고, 환원했다고 했고, 재단을 만들었는데 이렇게 말이 많이 나오기도 참 힘들 것 같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이 전 대통령과 다스의 관계를 둘러싼 의혹이 다시 불거지면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지요. 지난달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의 ‘재산관리인’으로 불리던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을 긴급체포하면서 ‘MB 재산문제’가 다시 물 위로 떠올랐습니다.
▶검찰, ‘MB 재산관리인’ 이병모 긴급체포
▶아들 이어 사위까지…MB 턱밑까지 온 수사
검찰청 포토라인에 곧 서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 이 전 대통령 측은 다시 ‘전 재산 사회환원’을 부각시키면서 변호인 구할 돈도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과연 이를 믿어줄까요.
▶[정리뉴스]MB의 재산이 ‘뇌물 100억+재산 1조+α’가 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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