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내 책, 옮긴 책

카페에서 읽는 세계사

딸기21 2017. 4. 24.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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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승자와 패자, 강자와 약자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일상의 이면에 숨어 있는 역사를 소개한다. 역사는 지금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늘날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를 돌아봐야 한다. 이 책은 오늘의 현실이 잘 이해되지 않는 이들, 내게 꼭 필요한 역사만 골라 보고 싶은 이들, 나와 내 주위의 삶을 좀더 명확히 이해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사소하지만 무겁고, 재미있지만 진지한 세계사 책이다. 먼 고대부터 가까운 과거까지, 뉴욕 한복판에서 지진으로 무너진 히말라야 산맥까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세계의 역사를 훑어보고 그 역사를 오늘 우리의 삶과 연결지어 생각해보도록 도와준다.

커피 한잔 마시듯 술술 읽히는, 
평범한 일상에 숨겨진 범상치 않은 에피소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가끔 찜질방에 가서 땀을 내고 목욕을 하는 것, 1퍼센트 특권층도 99퍼센트 흙수저도 똑같이 5년마다 1표를 행사해 대통령을 뽑는 것, 전염병이 돌거나 미세먼지가 심하면 국가에서 심각하게 여기고 관리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지금은 당연한 일이지만, 과거에는 전혀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 지금 당연한 것들이 언제부터 당연해졌으며, 그렇게 되기 위해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돌아본다. 


커피는 한때 ‘이교도나 마시는 사탄의 음료’였으며 여자는 카페에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에밀리 뒤 샤틀레라는 여성은 카페에 들어가기 위해 남장을 해야 했다. 왕과 황제들은 사람들이 카페에 모여 이야기 나누는 것이 꼴 보기 싫어 카페 금지법을 만들기도 했다.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카페의 분위기는 프랑스혁명과 미국독립전쟁을 촉발시켰다. 근대과학도, 벨에포크 시대의 예술도 카페에서 발전했다. 


조선 시대만 해도 다른 사람과 함께 벌거벗고 목욕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조선 시대 사람들은 집에서도 옷을 입은 채로 목욕을 했다. 신윤복의 <단오풍정>에 나온 것처럼 벗고 목욕하는 것은 일 년에 몇 번 허락되지 않았다. 서양의 경우, 중세 때까지만 해도 목욕을 하면 병이 옮는다고 생각해, 목욕을 하지 않았다. 대신 한밤중에 등을 켜놓고 앉아 몸에 있는 벼룩을 잡았다. 그에 비해 로마시대 황제들은 목욕탕을 권력 과시의 도구로 이용하기도 하고, 공중목욕탕에서 시민들과 함께 벌거벗고 목욕을 하기도 했다. 


수조 원이 넘는 재산을 가진 대기업 회장님도, 그 대기업에서 만든 편의점에서 간신히 최저시급 받으며 일하는 아르바이트 학생도 똑같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더 놀라운 일도 있는데, 민주주의의 산실이라는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제비뽑기로 지도자를 뽑았다. 제비뽑기에서 민주주의가 시작된 셈이다.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한동안 납세 능력이 있는 백인 남성만 투표 권한이 있었다. 여성들은 건의도 해보고 서명도 받아봤지만 남성들이 들은 척도 하지 않자 유리창을 깨고, 쇠사슬로 몸을 묶고, 왕 앞에서 달리는 말에 뛰어들기도 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비극적인 대형사고 역시 역사 안에서 반복된다. 해상사고와 항공사고, 전염병과 환경 재앙 등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큰 사건, 사고들을 돌아보면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인간의 욕심, 특히 맹목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이기심과 국가의 방조는 대형 사건의 기본 조건이다. 피해는 사건과 상관없는 약자에게 집중된다는 점도 비슷하다. 수많은 재앙들을 종류별로 돌아보면 국가와 사회가 제몫을 하지 못하고, 힘 있는 자들이 약자와 환경, 공동체에 대한 고려를 잊었을 때 무서운 사건이 벌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복되는 해상사고들은 거친 자연보다 인간의 이기심이 무섭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세 잉글랜드 왕 헨리 1세가 선물 받은 ‘하얀 배’는 배의 속도를 자랑하고 싶던 선원들의 욕심, 일단 나라도 살고 보자는 탑승객들의 이기심 때문에 침몰했다. 이 사고로 왕의 후계자가 죽고, 잉글랜드는 무정부 상태로 치달았다. 대항해시대 노예무역선 역시 노예라는 ‘상품’에 눈먼 백인 상인들 때문에 종종 침몰했는데, 상 조제호의 선원들은 자기만 살겠다고 노예들을 갑판 아래 가두고 못질을 해 그대로 대서양에 수장시켜버렸다. 타이태닉호 침몰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널리 알려졌다. ‘여성과 아이들을 먼저 살린다’라는 구조 원칙에 따라 숭고한 희생이 이어졌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때도 가난한 삼등실 승객은 일등실 승객보다 많이 희생되었다. 


환경 재앙은 대기업의 윤리의식 문제와 강대국의 횡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984년 인도 보팔에서 일어난 참사는 미국의 석유화학 기업 유니언 카바이드가 세운 살충제 공장에서 유독성 가스 40톤이 누출되면서 발생했다. 즉사한 사람만 2,259명, 사고 후유증으로 사망한 사람이 지금까지 2만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유니온 카바이드는 제대로 된 사과도, 보상도 하지 않았고 책임자들은 처벌을 가볍게 피해갔다. 나이지리아의 니제르 델타 지역에서는 다국적 석유회사 셸이 원유 시추를 하고 있다. 셸은 오고니족 땅을 파헤치고 원유가 유출되는 것도 방치했다. 켄 사로위와라는 원주민 활동가가 이에 항의하자, 나이지리아 정부는 사로위와를 체포해 사형에 처했다. 셸이 당시 군사독재 정권에 돈을 댔다는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정치와 국제 뉴스, 색다르게 보기 

정치와 국제 뉴스는 지겹고 뻔한 것일까? 종종 정치와 국제 뉴스는 새롭지도 않고 재미있지도 않지만, 그 이면에 깔린 역사를 되짚어보면 예상치 못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마주하게 된다. 때로는 역사의 변두리에서 일어난 일들이 현재 정세를 더 깊이 읽게 도와준다. 


2014년 6월 5일,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은 저녁을 연달아 2번 먹어야 했다. 같이 저녁을 먹은 상대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었다. 시치미 뚝 떼고 먹었던 저녁을 또 먹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2011년 프랑스가 러시아에 미스트랄급 상륙함을 판매하기로 했는데, 마침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하자 미국이 이를 못마땅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오바마와 푸틴을 따로 부르지 않고 동시에 초청해서 불편한 자리를 만들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시가 노르망디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이 열리던 때라, 제2차 세계대전의 주요 참전국인 미국과 러시아 대표를 모두 부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올랑드의 불편한 2번 식사 해프닝에는 상륙함 판매, 크림반도 문제, 멀리는 제2차 세계대전 등 과거와 현재의 많은 일이 얽혀 있었다.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서도 가장 문제적인 테러 단체 IS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역사 여행이 필요하다. IS 이전에 알카에다가 있었고, 알카에다의 뿌리는 미국에 닿아 있다. 9·11테러를 저지른 알카에다의 리더 오사마 빈라덴은 사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무장 조직원이었다. 미국은 소련을 경계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무장 조직들을 지원했는데, 전쟁 후 괴물 취급을 받고 버려진 이 무장 조직원들이 모여 만든 단체가 알카에다다. IS는 알카에다의 아들뻘 되는 과격 무장 단체로, ‘아랍의 봄’ 등 중동의 정치 혼란을 타고 세를 불렸고, 알카에다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2013년 IS는 알카에다의 특사를 죽였고, 2014년 알카에다는 IS와 절연을 선언했다. IS는 이슬람 무장 단체 중에서도 돌연변이 테러 조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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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하우스는 혁명을 잉태한 공간이기도 하다. 파리의 커피하우스는 볼테르와 장 자크 루소 등 계몽주의 사상가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볼테르가 즐겨 찾았다던 르 프로코프는 1686년 문을 열었는데, 아직도 파리에서 영업 중이다. 귀족들의 폐쇄적인 살롱 문화와 달리, 누구나 찾아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커피하우스는 평등과 공화주의를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커피하우스에서 민중을 만나고 치열하게 토론하며 개혁 의식을 키워간 부르주아 계급의 성장은 프랑스혁명으로 이어졌다.
 28
목욕탕이 중요한 문화시설이 되자 황제들도 궁전에 있는 더 좋은 목욕탕을 두고 일부러 공중목욕탕에 다녔다고 한다. 2세기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세신사에게 지불할 돈이 없어 벽에 등을 문지르던 퇴역 군인에게 돈과 노예를 내렸다. 이 소식은 금세 퍼졌다. 다음날 시민들은 너도 나도 ‘황제가 떴다’고 알려진 목욕탕으로 향했고 황제 앞에서 벽에 등을 문질렀다. 이를 본 황제는 서로 등을 밀어주라는 지혜를 발휘했다고 한다. 이 일화는 황제와 시민들이 함께 벗고 같은 공간에서 목욕을 할 만큼 공중목욕탕에서만큼은 신분의 차이에서 자유로웠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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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환경 참사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기름 유출도 있고, 지진도 있고, 폭발도 있다. 공통점은 영리를 위해 움직이는 기업을 정부가 제대로 감시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기업과 정부가 결탁했다는 것이다. 피해는 온전히 주민들 몫이었다. 특히나 정치적으로 힘없고 약한 이들의 짐이 되었다. 책임을 묻는 작업이 지지부진하다는 것도 비슷하다.
 140
1952년 12월 5일 낮까지만 해도 런던의 하늘은 평소와 비슷했다. 워낙 흐린 날씨에 익숙한 런던 시민들은 “오늘도 안개가 낀 날이네”라고 생각했다. 밤이 되면서 안개는 눈에 띄게 짙어졌다. 몇 미터 앞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9일까지 런던은 온통 잿빛이었다. 짙은 안개와 먼지가 세상을 온통 뒤덮었고 사람들은 제대로 걸어 다닐 수도, 숨을 쉴 수도 없었다. 들판의 소들도 맥없이 쓰러졌다. 스모그가 할퀴고 간 상처는 처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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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 속에서 사유재산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자력구제를 위한 해결책을 찾게 된다. 거래를 관리해줄 중재인, 재산을 지켜줄 보호자가 필요했다. 이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초기 마피아들이다. 경찰이 없는 시골 마을에서 지역의 부유층은 도둑을 잡기 위해 젊은이들을 모집해 사병 조직을 만들었고 이 조직이 마피아의 유래가 되었다.
 217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물러나고 남겨진 ‘전사’들은 고국에서 괴물처럼 여겨졌다. 각종 살상 훈련을 받고 전쟁을 경험한 이들이 고국 입장에서는 불안하고 불편한 존재였다. 각국 정부는 이들의 귀환을 반기지 않았고, 빈라덴은 갈 곳이 없는 조직원들을 모아 1988년 알카에다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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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베르튀르의 투쟁 소식에 영향을 받은 파리의 자코뱅 혁명 정부는 프랑스의 모든 영토에서 노예제를 폐지했다. 아이티혁명은 비록 작은 나라에서 벌어진 일이고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사적인 의미가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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