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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의 이란 대사관에 사우디 미사일이... 중동 어디로

딸기21 2016. 1. 8. 11:00

사우디아라비아가 결국 이란과의 무력 충돌을 택한 것일까. 예멘을 공습하던 사우디 전투기들이 7일 예멘 수도 사나에 있는 이란 대사관을 폭격했다고 이란 측이 주장했다.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가 친이란 시아파 성직자를 처형하면서 촉발된 두 나라의 갈등이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더욱 커졌다.


프레스TV 등 이란 언론들은 사우디 전투기가 사나의 이란 대사관에 미사일을 투하했다고 보도했다. 호세인 자베르 안사리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국영TV에 나와 “사우디가 고의적으로 대사관을 폭격해 직원들이 다쳤다”며 “이는 외교사절을 보호하는 국제 관례를 어긴 것이며, 사우디 정부는 대사관이 입은 피해 등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 연합군 전투기들은 사나 시내 10여곳을 공습했다. 아랍 연합군 대변인은 “반군의 미사일 발사대들을 타깃으로 삼아 공격을 했다”면서 “반군들이 이란 대사관을 근거지로 삼고 있다가 도망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동 정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 대사관의 피해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중동 두 맹주 간 갈등이 치솟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인데다, 사우디의 ‘도발’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예멘에서는 ‘아랍의 봄’ 혁명으로 2011년 독재정권이 붕괴된 뒤 압드라부 하디가 이끄는 새 정부가 출범했다. 그러나 하디 대통령은 시아파 등 여러 종파와 부족, 정치집단들과 권력을 분점하겠다는 약속을 어겼고, 시아파 후티 반군은 이에 반발해 지난해 초 하디를 축출했다. 그러자 사우디는 지난해 3월 예멘 공습에 나섰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아랍국들도 동참했다. 사우디는 이란이 예멘을 비롯해 이라크·시리아·레바논 등 시아파가 다수를 차지하는 국가들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경계해왔다. 지난해 즉위한 살만 국왕과 그 아들인 무함마드 국방장관은 유가하락과 이란의 부활이라는 안팎의 위기를 맞자 예멘 친이란 반군을 공격함으로써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그러나 공습은 인도적 위기를 불렀을 뿐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궁지에 몰린 사우디 왕정의 무리수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란이 핵협상을 타결짓자 사우디의 경계심은 더욱 커졌다. 지난 2일 사우디는 이란에 오랜 기간 유학했던 저명한 시아파 성직자 님르 알님르를 ‘국가안보에 위배되는 활동을 했다’며 처형해버렸다. 그러자 이란 테헤란 주재 사우디 대사관에 시민들이 몰려가 불을 지르며 시위를 했고, 사우디는 이란과의 교역을 전면 중단했다. 반면 핵합의 뒤 유엔과 서방의 제재에서 벗어나 경제를 복구하는 것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이란은 사우디를 비롯한 아랍국들과 대립이 격화되는 것을 피하려 애써왔다.

 

양측이 군사적 충돌을 벌일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으나, 대사관을 공습당하고도 이란이 인내심을 보일 지는 알 수 없다. 안사리 대변인은 배상 요구와 함께 “법적 조치로 대응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무력 대응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란 내부의 상황이 변수다.


이란에서는 2000년대 이후 보수파와 개혁파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2013년 집권한 중도온건파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오랜 고립에서 탈피하기 위해 핵 협상에 적극 나섰고, 지난해 7월 협상을 완전히 타결지었다. 지난해 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고 저농축우라늄을 러시아로 이전시켰으며, 이르면 이달 내로 유엔과 서방의 제재가 풀리기 시작할 예정이다. 

 

핵 협상에는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필두로 하는 보수파와 개혁파 모두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시리아·이라크 문제 등 역내 현안을 놓고 내부 강경파들과 로하니 정부 간 이견이 끊이지 않는다. 최정예부대인 혁명수비대는 이라크 시아파 정권을 지원하고 있으며, 수니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와 서방 양측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돕기 위해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이란 강경파들은 로하니 정부의 유약함 때문에 사우디 등이 도발을 하는 것이라며 볼멘소리를 내왔다. 이런 강경파들이 이번 공습을 들어 로하니 정권에 맞서면서 독자적으로 돌출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군다나 이란은 다음달 총선과 함께,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전문가위원회 선거를 앞두고 있다. 당초 핵합의 효과로 온건파가 총선에서 압승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사우디와의 갈등 탓에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다. 사우디에 매년 무기를 팔면서 군사적, 정치적 지원을 해온 미국은 갈수록 사우디의 부패한 왕정을 짐으로 여기고 있고, 이란과의 화해를 서둘러왔다. 이란 핵합의를 최대의 외교 치적으로 삼아온 버락 오바마 정부는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반발을 무마하려 애써왔는데 더욱 더 곤혹스런 처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