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보기술(IT)업계의 두 거인인 구글과 페이스북의 ‘무한경쟁’이 대기권 밖으로 향하고 있다.
구글과 투자회사 피델리티가 최근 ‘우주 인터넷’ 사업 계획을 발표한 미국 기업 스페이스엑스에 1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20일 발표했다. 구글 부사장 돈 해리슨은 “우주에 기반을 둔 위성 같은 장비는 사람들이 좀더 쉽게 중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우리는 스페이스엑스가 신기술을 개발하고 성장하는 것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이번 투자로 스페이스엑스의 지분 10%정도를 보유하게 된다. 해리슨 부사장은 향후 스페이스엑스 이사회에 결합할 계획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스페이스엑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엘런 머스크. AP 자료사진
스페이스엑스는 전기자동차로 유명한 테슬라의 창업자인 벤처기업가 엘런 머스크가 2002년 세운 우주개발 회사다. 스페이스엑스는 2008년 9월 대서양에서 팰컨9 로켓 시험발사에 성공했으며, 미 항공우주국(NASA)과 계약해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하는 화물선을 개발하고 있다. 대서양에 ‘떠 있는 발사기지’를 만들어 팰컨9보다 발전된 형태의 팰컨헤비로켓을 올해 안에 띄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16일 통신망이 없는 지구 곳곳은 물론 우주에서도 마음껏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우주 인터넷 구상을 발표했다. 저궤도 위성 수백개를 띄워 지구 전체를 인터넷으로 연결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머스크는 태양광을 이용한 인공위성을 통해 통신 인프라가 없는 지역에서도 빠른 속도로 인터넷을 쓸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계획이 추진되는 데에는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더 장기적으로는 화성에서도 인터넷 통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머스크는 설명했다. 스페이스엑스는 화성 유인기지, 화성 농업기지 등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만 스페이스엑스로서는 자금 조달이 문제였다. 머스크의 우주인터넷 구상에는 100억달러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내다봤다.
태양광으로 움직이는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의 무인기(드론). 구글은 지난해 4월 이 회사를 인수했다. 사진/Titan Aerospace
검색엔진으로 출발해 세계 지식산업의 플랫폼으로 성장한 구글은 이미 구글어스, 구글마스(Mars), 구글문(Moon) 등 위성사진을 이용한 지도서비스를 갖고 있음. 지난해 구글은 고해상도의 이미지를 공급하는 스카이박스이미징이라는 위성회사를 5억달러에 매입했다. 구글어스를 통해 제공하는 이미지들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구글은 토양상태를 확인하고 삼림을 감시하는 등의 산업적 용도를 위한 위성이미지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글어스나 구글마스 등이 기본적으로 지도 사업인 반면, 스페이스엑스의 우주 인터넷은 기존 통신 인프라가 없는 지역도 온라인 접속이 가능하게 해 지구 전역을 서비스 대상으로 삼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전 지구를 구글의 사업권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인터넷이 보편화된 지 오래돼 개발된 나라들은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으나, 여전히 세계 전체로 보면 인터넷 보급률은 40%에도 못 미친다. 이 때문에 온라인 접속이 가능한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 간 ‘디지털 격차’가 새로운 불평등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프라가 깔리지 않은 저개발 지역까지 새로운 시장으로 만들겠다는 구글의 목표와 스페이스엑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10억달러 투자로 이어진 셈이다.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개인적으로도 우주개발에 큰 관심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뿐 아니라 페이스북 역시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지상 인프라 없이도 세계 어디에서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모색해 왔다. 높은 고도에 기구를 띄워 인터넷을 연결하는 방안, 드론(무인기)을 띄우는 방법, 인공위성을 이용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구글은 2013년에는 태양광으로 움직이는 원격 조종 풍선을 띄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하는 ‘룬(Loon)’ 프로젝트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구글과 페이스북은 나란히 드론 회사를 인수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3월 영국의 어센타(Ascenta)라는 고고도 태양광 드론 제작업체를 인수했고, 구글도 곧이어 미국 드론 회사인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를 사들였다. 블룸버그통신은 구글이 드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스페이스엑스에 투자함으로써, 페이스북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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