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월드 토픽] 교황-주교 회의에 등장한 ‘성교육 강의’

딸기21 2014. 10. 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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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성관계를 통해 표현되는 성적인 성찬(聖餐)입니다. 결혼한 사람들이라면 성적인 결합도 영적인 관계 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는다면 하고, 인간 생명(Humanae Vitae)‘에 대한 가르침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이해하기가 힘들 거라고 믿습니다.”

호주 시드니에 사는 론 피롤라, 메이비스 피롤라가 지난 6일 단상에 올라서서 ‘성생활의 즐거움’과 가족관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이슈들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히 털어놨다. 청중들은 크게 당황하는 분위기였지만, 이내 이해심을 가지고 부부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라면 별다를 것 없는 주제였지만 이날의 분위기는 좀 달랐다. 청중들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주교들이었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단상 가운데 흰 옷)이 세계 곳곳에서 온 주교 200여명과 동성애, 피임, 이혼 등 가족과 관련된 주제를 놓고 6일 바티칸에서 회의를 열고 있다. 가톨릭뉴스서비스(CNS/Paul Haring)

전 세계에서 모인 주교 200여명은 지난 5일부터 바티칸에서 ‘시노드’라 불리는 주교회의를 열고 있다. 이번 회의의 주제는 가족을 둘러싼 사회적 이슈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다. 지금까지 가톨릭이 죄악시해온, 그리고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조차 금기로 여겨온 동성애·이혼·피임 같은 문제들을 ‘솔직하게 논의하는’ 자리다. 가톨릭 고위 성직자들이 모여 토론하는 이 행사에 참석한 메이비스 부부는 일상생활에서 겪는 여러가지 문제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으며 사제들의 이해와 공감을 촉구했다.

“게이 아들을 둔 친구가 있는데, 아들이 크리스마스 때 동성 파트너를 집에 데려오겠다고 했답니다. 이 친구는 교회의 가르침을 믿지만, 동시에 아들과 아들의 파트너를 가족으로 맞아들이고 싶어합니다. (동성애자여도) 아들은 아들이니까요. 우리 친구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응답을 줄 것인지가 교회의 복음화를 가늠케하는 모델이라고 생각해요.”

“이혼한 친구가 있어요. 교회에서 자기를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친구는 아이를 데리고 미사에 꼬박꼬박 참석합니다. 이 친구야말로 적대적인 태도에 맞서 용기를 보여주는 사례가 돼야 한다고 봅니다.” 부부는 이런 이야기들을 소개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에 와닿는 새로운 방식의 논리적인 언어가 필요하다”며 교리와 생활 사이의 긴장이 해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청은 평범한 가톨릭 신자 가정의 실생활과 의견을 듣기 위해 이 부부를 회의에 초청했다.

고위 성직자들은 다소 당황한 듯했지만, 부부의 이야기를 듣고 기꺼이 토론을 벌였다. 미국 가톨릭매체 내셔널가톨릭리포터(NCR)는 이번 시노드가 “가족에 대한 대화를 진전시켜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교황은 오는 19일 폐막되는 이번 시노드에서 가족 문제에 대해 주교들의 의견을 듣고, 내년 10월 여러 이슈에 대한 가톨릭의 의견을 정리해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보수적인 종교단체들은 “동성애·낙태·이혼을 바티칸이 나서서 포용하려 하고 있다”며 교황이 주도하는 이런 논의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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