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 목숨이 걱정된다. 내 삶을 소중하게 여기니까. 보호복을 입어도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고 있다.”
서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들을 치료하던 의사 셰이크 우마르 칸이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치사율이 최고 90%에 이르는 에볼라 바이러스는 백신도 치료법도 없는데다 사람 간의 접촉을 통해서도 감염된다. 의사로서 환자들과 계속 함께 있는 것이 두렵지 않으냐는 물음에 칸은 자신도 겁이 난다는 걸 인정했다. 하지만 올 2월부터 늘기 시작한 환자들을 돌보지 않을 수 없었다.
39세로 숨진 시에라리온의 '에볼라 의사' 셰이크 우마르 칸.
시에라리온의 유일한 에볼라 전문의로서 100여명의 감염자들을 치료해온 ‘에볼라 박사’ 칸은 결국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어니스트 코로마 대통령까지 그를 방문해 쾌유를 빌었지만 칸은 29일 39세로 목숨을 잃었다. 이 나라 보건부가 ‘국민영웅’이라고 칭송했던 의사의 사망 소식에 나라 전체가 충격을 받았다. 미아타 카그보 보건장관은 칸의 사망이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라며 애도했다.
칸은 수도 프리타운에서 260km 떨어진 동부 내륙의 케네마에 있는 국립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봐왔다. 1990년대 극심한 내전을 겪은 시에라리온은 세계 최빈국 중에서도 특히 보건·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나라이지만 케네마의 병원은 에볼라 진단·치료시설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20일 칸이 감염된 것으로 드러난 이후 케네마 주민들은 패닉에 가까운 공포에 빠졌다고 현지언론 어웨어니스타임스는 보도했다. 지금까지 케네마 병원 의료진 중 칸을 비롯해 4명이 목숨을 잃었다. 며칠 만에 병원은 기능을 잃었고, 정부도 “의료진을 감염으로부터 보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월부터 계속된 에볼라 확산으로 서아프리카에서 673명이 숨졌다면서 그 중 50명 이상이 감염자를 치료하던 의료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에볼라 공포는 걷잡을 수없이 번지고 있다. 지난 25일 나이지리아의 라고스에서 패트릭 소여라는 남성이 에볼라 출혈열로 사망했다. 미국 국적인 소여는 라이베리아 재무부의 컨설턴트로 일하다가 항공기를 타고 라고스에 들어왔다. 그를 태운 항공기는 중간에 가나와 토고에 기착했다. 소여는 라고스를 거쳐 미국으로 갈 예정이었다. 항공여행이 일상화된 21세기의 질병이 어떻게 순식간에 전파될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나이지리아 보건부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소여는 라이베리아에서 감염된 채 입국했으며 현재까지 나이지리아에서 확인된 감염자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구 2500만명의 대도시 라고스는 에볼라 공포에 휩싸였다.
토고와 가나에도 비상이 걸렸다. 토고의 아스키항공과 나이지리아의 아리크에어 등 서아프리카 항공사들은 에볼라 사망자가 대거 발생한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취항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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