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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무장집단, 주민 학살... 혼돈 계속

딸기21 2013. 11. 1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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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이 끝난지 2년이 지났지만 리비아의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무장조직들이 서로 총격전을 벌이다못해,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발포해 ‘학살’을 저질렀다. 정부는 무기력하고, 지역에서는 ‘자치’를 원하는 부족 연합집단이 할거하는 양상이다.



지난 15일 수도 트리폴리 시내에서 무장조직들이 평화와 안정을 원하는 시위대를 공격해 43명이 숨지고 460여명이 다치는 비극이 일어났다. 발단은 앞서 벌어진 무장조직들 간의 싸움이었다. 지난 7일 인근 해안도시 미스라타에 기반을 둔 무장조직원들이 트리폴리로 대거 진입하려 하자, 트리폴리의 무장조직이 이를 막아선 것이었다. 검문소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고 민간인들이 숨지자 트리폴리 시내에서 15일 무장조직들의 횡포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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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이슬람의 예배일인 금요일이었다. 주요 모스크에서는 이맘(성직자)들이 무장조직의 횡포에 맞서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고, 그랜드무프티(최고 성직자) 사디크 알가리아니도 무장조직을 규탄했다. 시의회격인 트리폴리지방위원회는 무장조직을 불법화하는 조례를 발표했다. 인권단체 활동가들과 성직자들을 필두로, 1500여명이 시내 중심가에 모여 평화를 상징하는 흰 깃발을 들고 행진을 했다. 퇴역군인과 퇴직 경찰들도 합세하면서 행진하는 이들의 숫자는 수천명으로 늘었다.

 

시위대가 미스라타 무장조직의 근거지가 있는 가르구르 지역에 이르렀을 때 무장조직이 시민들에게 발포했다. 칼라시니코프 소총이 불을 뿜었다. 무장조직은 시민들을 공격하는 데에 지대공 무기까지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쫓겨난 무아마르 카다피의 관저였던 바브알아지지야 궁 앞 교차로에서도 2년만에 다시 시민들의 피가 흘렀다고 리비아헤럴드는 전했다. 이튿날인 16일, 사망자들을 애도하려는 이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무장조직의 공격으로 이날도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자지라방송은 리비아 정부가 48시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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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카다피 투쟁에 나섰던 무장조직들은 총을 내려놓지 않은 채 여전히 곳곳에서 주민들을 위협하고, 정국을 어지럽게 만들고 있다. 인권운동가 출신인 알리 제이단 총리가 이끄는 과도정부는 무장조직들 사이에 끼어 무기력하기만 하다. 지난달에는 제이단 총리가 트리폴리 치안을 맡고 있다고 주장하는 무장조직에 납치됐다 풀려나는 일까지 있었다. 제이단 총리는 15일의 참사에 대해서도 “희생자들을 애도한다”며 무장단체들에 자제를 촉구했을 뿐,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물리력을 장악한 게 무장조직들이기 때문이다.

 

리비아에서 요사이 일어난 일들

10월10일 알리 제이단 총리,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석방

10월28일 중앙은행 현금수송차량 무장강도들에 강탈

11월3일 동부지역 ‘자치정부 수립’ 선언

11월10일 동부 지도자들 ‘석유 독자적 개발’ 발표

11월13일 동부 주민들 시위로 국영석유회사 폐쇄

11월15일 트리폴리, 미스라타에서 무장조직이 시민들에게 발포


제이단 정부의 행정력이 미치는 공간은 나라의 절반에 불과하다. 카다피 축출을 주도한 것은 트리폴리가 아닌 동부 벵가지의 부족연합세력이었다. 이들은 이달초 아예 자치를 선언했다. 지난 11일에는 카다피 시절 석유시설 경비군 사령관이었던 이브라힘 자트란이 휘하 민병대를 이끌고 동부 진영에 합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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