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기업이 생기는 이유’ 설명한 경제학자 로널드 코스 사망

딸기21 2013. 9. 3. 17:31
728x90

‘거래비용’이라는 개념을 창안하고 기업이 형성되는 이유에 대한 본질적인 통찰을 던졌던 미국 경제학자 로널드 코스(사진)가 2일 별세했다. 향년 102세.


시카고대 석좌교수를 지낸 코스는 1937년 ‘기업의 본질’이라는 에세이를 펴냈다. 그 이전까지 애덤 스미스 식의 ‘보이지 않는 손’과 비용 개념으로 시장을 해석해온 경제학자들은 기업이 현대 경제의 핵심 행위자가 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기존 논리대로라면 기업이 아닌 자유로운 개인 대 개인 간의 거래에서 더 낮은 비용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코스는 기업이 생기는 이유를 비용 효율성으로 설명했다. 타인을 고용하고 조직을 운영하는 데에는 비용이 들지만, 시장에 참여하려면 그보다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를 얻고, 연구를 하고, 가격협상을 하고, 거래상의 비밀을 유지하는 등의 모든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 등을 따지면 기업을 만드는 편이 더 적게 든다. 시장에서의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시장 활동의 일부를 ‘내부’에서 조직화함으로써 비용을 줄이기 때문이다. 

 

코스는 이전에 포착하지 못했던 이 모든 비용을 통틀어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이라 불렀다. 시장 참여를 늘리면서 거래비용을 줄이려 하다보면 기업들은 점점 규모가 커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코스는 설명했다. 

 

1960년 코스는 ‘사회적 비용의 문제’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그는 목장의 소가 이웃 농장의 농작물을 짓밟을 경우 목장주와 농장주 중 누가 울타리를 세워야 하는지를 예로 들며, 사회적 비용도 ‘재산권’ 개념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산권 손실이 큰 쪽이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환경오염이나 교통혼잡 같은 문제도 정부 규제가 아닌 재산권을 통해 당사자 간 합의로 해결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코스는 이 같은 업적으로 199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또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주파수 할당에 대해 조언하면서, 자연에 존재하는 전파에도 재산권을 도입하면 더 효율적인 배분이 가능하다고 주장해 ‘주파수 거래’의 틀을 만들었다.

 

영국 런던 근교의 윌스든에서 태어난 코스는 어릴 적 다리에 이상이 생겨, 철제 보조기구를 낀 채 장애인 학교에 다녔다. 전화국 직원이던 부모의 노력 덕에 상급학교에 진학한 그는 런던경제대학(LSE)에서 공부하고 미국으로 유학했으며 1950년대 미국 시민권자가 됐다. 버지니아대학 등을 거쳐 시카고로 옮긴 뒤 1979년까지 시카고대 교수를 지냈다.

 

코스는 시장만능주의를 신봉한 시카고학파의 일원으로 분류되지만, 경제학에서 ‘실증’이 중요하다는 것과 ‘적절한 제도’가 시장경제의 기본 전제임을 늘 강조했다. 스스로도 “모든 규제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현실을 악화시키는 규제에 반대하는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시장의 힘이 거래 행위를 넘어 경제제도 자체와 사회의 틀까지 규정한다고 보았던 코스의 통찰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