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간디 손자 "네루는 지금의 인도를 수치스러워했을 것"

딸기21 2013. 8. 15.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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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가 지금의 인도를 봤다면, 탐욕과 부패를 몹시 수치스러워했을 것이다.”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마하트마 간디의 손자인 고팔크리슈나 간디(67)가 15일 인도 일간지 ‘더힌두’에 정치권의 부패를 통탄하는 기고를 실었다. 8월 15일은 한국 뿐 아니라 인도에게도 영국 식민통치로부터 벗어난 독립 기념일이다.


고팔크리슈나는 독립된 인도의 초대 총리를 맡은 자와할랄 네루가 1947년 이 날 뉴델리의 랄킬라(붉은 궁전) 앞에서 국민들에게 연설했던 것을 상기시키면서 “만일 네루가 지금 레드포트 앞에 서서 다시 연설한다면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며 질타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하트마 간디의 손자 고팔 크리슈나.  사진 www.topnews.in


그는 이 기고에서 네루의 연설을 패러디한 ‘2013년의 가상 연설’을 선보였다. 


“의회가 돌아가는 것을 보면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디서나 돈이 왕입니다. 유권자들도, 헌법도 아닌 돈이 말입니다. 그럼 대체 공화국(인도)은 뭐가 됩니까? 몇백 루피를 집어넣으면 되는 거리의 자판기에서부터 계약을 따내기 위해 셀수도 없을 만큼 동그라미가 많이 붙어 있는 거액의 뇌물을 주고받는 대기업까지, 이제 우리는 ‘잠후리야트 이 나카드’ 즉 ‘금전 공화국’이 되고 있습니다.”


네루의 가상 연설은 영혼을 잃고 돈의 노예가 된 인도 사회의 ‘도덕’ 전반을 질타한다. 


“우리는 영혼 없는 민족, 자신감도 도덕심도 없는 민족이 돼버렸습니다. 어떤 이상도 살아남을 수 없는 곳, 그러니 여기 희망이 있겠습니까? 다시 우리의 출발점으로 돌아가 스스로를 재창조해야 합니다.”


고팔크리슈나는 독립 당시 네루가 국민들에게 설파했던 이상주의가 퇴색하고 금전 만능주의가 판치는 사회가 된 것을 통탄했다. 또 최하층 빈민들과 여성들이 폭력에 시달리며 늘 뇌물을 관리들에게 쥐어 줘야 하는 반면 탐욕스런 정치인들은 경호 속에 살아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자유를 누리기까지 누구보다 큰 빚을 진 분(마하트마 간디)은 총탄에 돌아가셨는데 내가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산다면 부끄러운 일일 것”이라며 “인도의 딸들, 인도의 달리트(최하층 카스트)들, 부족민들은 횡포를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인도에서는 여대생 버스 성폭행 사건을 비롯해 여성들을 노린 범죄가 기승을 부려 큰 사회 문제가 됐다.

“네루가 연설을 했다면 늘 그랬듯이 힌디어와 우르두어(인도 무슬림들의 주요 언어)를 섞어 연설했을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현재의 정치지도자들이 독립 지도자들과 달리 힌두민족주의를 내세워 국민들의 통합을 도외시하고 있음을 꼬집은 것이다.


고팔크리슈나는 마하트마 간디의 아들 데바다스 간디의 아들로, 여러 공직을 거쳤으며 인도 최초의 2004년부터 2009년까지는 서벵갈주 주지사를 지냈다. 소설가이자 극작가, 저술가이기도 하며 인도인들 사이에서 신망이 높다.


고팔크리슈나가 네루의 가상 연설을 기고한 이날, 레드포트 앞에서는 만모한 싱 총리가 독립 66주년 기념연설을 했다. 더타임스오브인디아는 싱 총리가 힌두어로 한 연설에서 지난 10년에 걸친 인도의 경제성장을 치하하고 이슬람 세력의 분파주의를 비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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