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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케스트너, <사실적 로망스>

딸기21 2004. 1. 3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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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8년이나 서로 알고 지내더니
(그들은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갑자기 사랑이 사라져 버렸다네.
마치 다른 사람들에게서 지팡이나 모자가 사라지듯이.

그들은 슬펐으나 쾌할한 척 했다네
아무렇지도 않은 듯 키스도 해보았으나
서로를 쳐다보고 어쩔 줄을 몰랐다네.
마침내 그녀는 울고 그 남자는 우두커니 서 있었네.

창가에서는 지나가는 배에 손을 흔들 수 있었네.
벌써 네시 십오분이라고 남자가 말했네.
어디선가 커피 마실 시간이 된 것이라네.
바로 옆에서는 어떤 사람이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있었네.

그들은 동네에서 제일 작은 카페로 들어가
잔 속의 커피를 젓고 있었다네.
저녁시간이 다 되도록 그들은 거기 앉아 있었네
혼자 뿐인 그들은 말이 없었네.
그들은 도무지 아무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네.

에리히 케스트너, <사실적 로망스>


어쩌면. 세상은 이런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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