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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파갈등에 엽기 범죄까지... 시리아는 어디로 가나

딸기21 2013. 5. 21.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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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현지시간) 유엔 총회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규탄하고 정치적인 해법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을 내놓은 것은 카타르 등 아랍국들이었다. 카타르는 올들어 열린 아랍연맹 회의 자리에 시리아 반정부 진영 대표를 참석시키는 등 ‘반(反) 아사드’ 노선을 명확히 하고 있다. 카타르의 주도로 일부 아랍국들은 시리아 반정부군에 자금 지원을 해주고 있다. 이들이 내놓은 결의안은 찬성 107표, 반대 12표, 기권 59표로 통과됐다. 반대표를 던진 나라는 러시아와 중국, 이란, 북한 등이었다.

러시아와 중국은 시리아 정부를 상대로 한 이런 압박이 합당치 못하다고 비난했으나 서방은 반정부군에 대한 ‘외교적, 물질적 지원’을 더욱 늘려가고 있다. 하지만 반대와 기권이 71표에 이르렀던 데에서 보이듯, 시리아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은 갈려 있다. 



[알자지라] 시리아 사태 Live Blog


위기를 더 악화시키고 ‘시리아 대처법’을 더욱 고민스럽게 만드는 사건들이 최근 잇달아 일어났다 .유엔 조사위원회 멤버가 이달 초 “시리아 반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정황이 나타났다”고 밝힌 데 이어, 반정부군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히는 ‘엽기 동영상’이 공개된 것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동영상에는 한 남성이 정부군 병사의 시신을 훼손한 뒤 장기 일부를 잘라먹는 끔찍한 장면이 담겨 있다. 남성의 언행과 촬영 각도 등으로 미뤄, 정부군을 의도적으로 모욕하고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영상으로 보인다. 이 남성은 홈스라는 도시에 기반을 둔 ‘오마르 알파루크 여단’의 간부 아부 사카르로 확인됐다. 휴먼라이츠워치 등 인권단체들은 “명백한 전쟁범죄”라고 비난했다.

 

내전이 길어지면서 시리아 곳곳에서 무장집단들이 할거하고 있다. 오마르 알파루크 여단은 그중 ‘알파루크 이슬람여단’이라는 조직의 한 분파이며, 알파루크 이슬람 여단은 미국과 유럽이 지원 파트너로 삼아온 ‘자유시리아군(Free Syrian Army)’ 내 주요 무장조직 중 하나다. 

아부 사카르는 이 동영상이 나오기 이전에도 반인도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4월 레바논에 있는 시아파 마을을 공격해 헤즈볼라 조직원들을 살해한 뒤 시신들 사이에서 찍은 동영상이 있다고 휴먼라이츠워치는 밝혔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내 시아파 무장단체인데,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과 가까운 사이다.

 

이 동영상은 시리아 반정부군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온 서방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 시리아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국제사회는 이를 어느 정도나 알고 있느냐 하는 의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시리아에 대한 무기 금수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아랍권의 은밀한 지원과 암거래 등을 통해 무기는 계속 시리아로 들어가고 있다. 그 무기들이 과연 어떤 세력의 손에 들어가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제대로 추적도 되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반정부군으로 통칭되는 반 아사드 진영이 단일한 이념이나 비전을 가진 집단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유시리아군 안에는 여러 무장세력들, 지방 조직들이 섞여 있다. 미국이 시리아 반정부군 무기 지원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무기가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세력에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알파루크 여단은 서방이 ‘온건 이슬람주의자들’로 여겨온 조직이었다. 걸프 국가들로부터 이 조직에 무기가 전달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서방이 용인해온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는데, 엽기 동영상은 이런 판단이 완전히 잘못된 것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



BBC방송은 극단적인 사건이 일어난 ‘시점’에 주목했다. 반정부군은 수도 다마스쿠스를 비롯해 알레포, 홈스 등의 대도시에서 정부군을 궁지에 몰아넣으며 아사드 정권을 압박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5월 들어 전세가 다시 바뀌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방송은 “몇주 사이에 정부군이 다시 영역을 확장하면서 핵심 군수품 공급로들을 탈환하고 있는 듯하다”고 보도했다. 

서방과 아랍권 어느 나라도 시리아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행동을 꺼리는 상황에서, 심지어 무기 공급 자체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정부군이 다시 우위를 차지하게 되면 이 사태가 계속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반정부군에 대한 무기 지원을 놓고 유럽에서는 분열이 심해지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아예 금수조치를 풀고 반정부군에게 무기를 공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리아 사태에 관여하고 있는 영국의 한 관리는 “좋은 편(good guys)만 빼고는 모두가 무기를 손에 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디언이 보도한 이 관리의 말은 무기 공급에 대한 영국과 프랑스의 주장을 대변한다. 무기가 ‘정당한 경로’를 통해 제공되지 않는 까닭에 반정부 진영 내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조직들만 암거래로 무기를 얻고 있고, 이런 상황이 반정부 진영 내의 극단화를 더욱 부추기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구호단체들이나 인권단체들은 금수조치를 해제하는 것에 강력 반대한다. 싸움이 진행되고 있는 곳에 무기를 대거 풀어놓는 것은 필연적으로 대규모 참극을 불러올 것이라고 이들은 주장한다.



반정부 진영 중 어느 쪽이 광범위한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오랫동안 억압에 시달려온 국민들이 아사드 정권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 반정부세력을 이끄는 ‘지도자’들 중 미래의 시리아를 이끌 카리스마와 도덕성과 지지도를 가진 인물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미국은 10년 전 이라크를 공격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린 뒤 미국에 망명해 활동하던 아흐마드 찰라비라는 이라크인을 새 정부의 지도자로 삼으려다가 결국 실패했다. 인생의 거의 대부분을 밖에서 보낸 사람을 이라크인들이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미국의 의도는 무위로 돌아갔고, 이라크인들은 이란의 지원을 받아온 시아파 정치인을 지도자로 택했다. 미국은 속이 쓰렸겠지만 그것이 그 나라 국민들의 선택이었다. 그나마도 이라크 내부 순니파와 시아파, 쿠르드족 간의 반목으로 인해 툭하면 휘청거리고 분란이 벌어진다. 전쟁 뒤 10년이 지났어도 아직 이라크는 안정을 완전히 찾지 못했다. 

시리아의 앞날은 더 우울해 보인다. 도덕적 정당성과 대표성을 지닌 지도자감이 없다는 것은, 아사드 정권이 축출된다 해도 시리아의 혼란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반정부 진영이 극단화되고 국제사회는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내전 사망자는 어느 새 1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주간경향 10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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