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1994년 “나는 이제 인생의 황혼으로 가는 여행을 시작하려 한다”며 국민들에게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노인성 치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 2년 전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보좌관이었던 메리 피셔는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에이즈에 감염됐다고 공개하고 예방교육을 호소했다. 이 연설은 에이즈를 ‘일부 동성애자들의 질병’으로 여기던 미국인들의 인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유명 여배우 앤젤리나 졸리(38)가 이 ‘투사들’ 대열에 동참했다. 졸리는 지난 14일자(현지시간)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해 양쪽 유방 절제수술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졸리의 고백에 대해 ‘용기있는 행동’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CNN 여성앵커 조라이더 샘벌린은 자신이 진행하던 TV 프로그램에서 “나도 절제수술을 받을 계획”이라며 졸리에게 용기를 얻어 고백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8년 전 절제수술을 받은 호주 가수 카일리 미노그는 트위터에 “졸리, 전세계 여성들에게 용기를 줘서 고마워요”라는 글을 올렸다. 티에리 프레모 칸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도 “졸리는 같은 병으로 고통받는 지구상 모든 여성에게 선례를 보여주기 위해 그런 결정을 내렸다”며 높이 평가했다.
정말 아름다운 졸리...
의학 저널리스트 배런 러너는 “졸리의 행동은 여성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여성 칼럼니스트 해들리 프리먼은 영국 가디언 기고에서 “젊고 아름다운 여배우가 유방 절제 사실을 공개하는 것은 미남 스타가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것 만큼이나 부담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졸리는 자신이 BRCA1이라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고 있어 유방암 발병확률이 87%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유전성 유방암의 위험이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살아가는 여성들이 많은데, 그들이 나처럼 유전자 검사를 받고, 의학적으로 중요한 선택지가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썼다.
유전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 환자의 5~10%에 불과하다. 국내에서도 예방 목적의 절제수술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아직 발병하지 않은 보인자(유전자 돌연변이 보유자)가 양쪽 유방을 모두 잘라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유방암 가능성이 있는 여성들은 정기검사로 조기진단을 하는 방법, 항호르몬제로 발병률을 낮추는 방법, 그리고 예방 차원의 절제수술 중 선택을 하게 된다. 예방률은 절제수술이 가장 높지만 환자가 겪어야 할 심리적 충격과 수술 부작용 등의 위험이 있다. 미국의 경우 BRCA1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이들 중에서도 예방적 절제를 택하는 사람은 30%에 불과하다.
졸리의 고백이 유방암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캠페인 효과를 가져오고 있지만 신중론도 없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예방을 위해 무작정 제거수술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고 의사들은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여성 외과의 수전 러브는 “병이 생길지 모른다 해서 멀쩡한 신체 부위를 잘라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양쪽 유방을 제거한다 해도 발병 가능성이 5~10%로 낮아질 뿐 아예 사라지지는 않는다. 서울아산병원 유방암센터 이종원 교수는 “다발성 암이 있거나 가족 중 보인자가 있는 경우 등 걱정할 이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유전자 검사부터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전성 유방암을 피하기 위해 양쪽 유방을 제거, 화제가 됐던 미국 배우 앤젤리나 졸리(38)의 이모가 유방암으로 숨졌다. 특이 유전자 돌연변이로 일어나는 유전성 유방암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AP통신 등은 졸리의 이모인 데비 마틴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의 한 병원에서 61세의 나이에 유방암으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졸리는 지난 14일 뉴욕타임스에 기고해 “유방암과 난소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고있는 것으로 확인돼 예방 차원에서 양쪽 유방을 제거하고 재건수술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졸리의 경우 BRCA1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데, 이 돌연변이가 있으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보다 훨씬 높아진다.
졸리의 고백 뒤 2주도 지나지 않아 숨진 이모 마틴은 역시 BRCA1 돌연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었지만 2004년 발병하기 전까지 이를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마틴의 언니이자 졸리의 어머니인 배우 마르셀린 버트란드도 같은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2007년 난소암으로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가족 중 유방암 병력이 있거나 다발성 암 진단을 받은 여성들에게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를 해볼 것을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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