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키프로스 고위층, 미리 돈 빼돌렸다

딸기21 2013. 4. 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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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프로스판 저축은행 사태인가. 

구제금융 체제에 들어가 자본통제가 시작된 키프로스에서, 자본통제 직전 고위층들이 거액을 국외로 빼돌렸다는 의혹이 나왔다.


현지 일간 키프로스메일 등은 1일 니코스 아나스티아데스 대통령 측근들을 비롯한 고위층들이 자본통제 계획을 미리 알고 재산을 빼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부실화된 대형은행 라이키은행에 예치했던 7억유로(약1조50억원) 규모의 돈을 빼돌린 132개 기업과 개인의 명단도 언론에 공개됐다. 


Crisis probe will investigate me: Anastasiades / Cyprus Mail


President Anastasiades attending an EOKA Day parade ahead of the Cabinet meeting 

to discuss the government's final position the troika bailout.


에너지기업과 로펌, 국영기업들이 여기 포함됐으며, 이들은 지난달 15일 이전에 돈을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유로화를 쓰는 유럽국 재무장관들 모임인 유로그룹에서 키프로스에 대한 지원 조건으로 ‘예금 과세’를 요구한 것이 16일이었는데, 그 전에 미리 예금을 빼돌린 것이다.

 

그런 기업들 중에는 대통령 사돈이 소유한 루트시오스&선스라는 회사도 있었다. 이 회사는 유로그룹이 구제 조건을 내걸기 이틀 전 라이키은행에서 2100만유로를 인출한 뒤 절반은 영국 은행에, 나머지 절반은 라이키은행보다 안전한 키프로스의 다른 은행으로 옮겼다. 

이 회사를 비롯해 의혹의 대상이 된 기업들은 직간접적으로 정계 고위층과 연계돼 있으며, 유로그룹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미리 정보를 입수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보고 있다. 

사전 인출 뿐 아니라, 정치인들이 심지어 부실 은행들에게서 빚을 탕감받았다는 보도도 있었다. 일부 내각 각료들도 돈을 빼돌리거나 빚을 탕감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의혹의 중심에 선 아나스티아데스 대통령은 정보 유출 혐의를 강력 부인했다. 그는 “유로그룹 회의가 있던 날까지, 그들이 우리에게 어떤 조건을 내걸지 나 또한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키프로스 정부는 금융위기 발생과정에서 민사상·형사상 위법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하기 위해 대법관 출신 인사 3명으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를 2일 설치했다. 아나스티아데스는 “이 위원회에서 나와 내 가족들에 대해서도 조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사돈인 루트시오스 일가도 성명을 내고 “예금을 옮긴 것은 사업상의 이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권력층의 도덕성 문제가 불거진 이상 정부가 추진하는 긴축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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