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하고 첫 토요일인 어제는 꼼꼼이네 학교 도서실 청소가 있었다. 한 학기에 2번 정도 청소를 해주는 '명예교사회'에 들어갔기 때문에 나가서 나도 손을 거들었다. 1학기에도 한번 했지만 도서실이 워낙 깨끗하고 기본 설비가 다 좋아서 청소래봤자 사실 엄마들 모여 이야기도 좀 나누고 하는 모임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고 나서 나가서 점심을 먹었다. 꼼꼼이 1학년 때부터 이런 모임에 나가면 같이 이야기를 많이 해서 비교적 친숙해진 ㅇㅈ 엄마, 그리고 5학년 ㅂㅈ의 엄마가 한 테이블에 앉았다.
ㅂㅈ은 워낙 귀엽게 생긴 아이라서 꼼이 1학년(걔는 3학년) 때부터 얼굴을 알았다-라고 말하면 이것도 살짝 어폐가 있다. 왜냐? 얼굴이 귀엽게 생겨서 알았다기보다는, 아주 약간의 특징만 있으면 꼼네 학교는 워낙 인원수가 적어 증말 '웬만하면' 애들 얼굴을 알기 때문이다.
ㅂㅈ이 가진 '아주 약간의 특징'은 첫째 외국계라는 점, 그리고 청각장애가 있다는 점이다.
언젠가 도서실에서 ㅁㅅ이 친구들과 떠드는 걸 봤다. 뭐라뭐라 하는데 나는 통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외국어를 하나' 생각했는데, 잘 들어보니 더듬거리는 한국말이었다. 외국계라 더듬거리는 게 아니라 청각장애아가 더듬거리는, 딱 그런 말투였다.
놀라운 건 다른 아이들이다. ㅂㅈ의 친구들은 그걸 다 알아듣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꼼네 학교는 아주 '특별한 학교'다. 그냥 서울의 공립학교에 불과하지만, 학생 수가 워낙 적어서 특별한 학교가 되는 것이다. 수영장, 체육관, 도서실, 보건실, 학교 교실들 모두 시설이 어마어마하게 좋다는 것(저 정도 시설이면 전국에서 가장 좋은 급에 들어가지 않을까), 그래서 꼼양처럼 몸으로 뛰어놀기 좋아하는 애들은 수영이다 배드민턴이다 운동하느라고 정신이 없다는 것, 저학년 지나는 동안 누구나 수영 초급은 다 뗀다는 것, 학교장 공모제를 시행하는 학교라는 것, 그래서 교장선생님이 '무조건 독서!'를 강조하는 고리타분하지만 훌륭한 정책을 마음껏 실행할 수 있다는 것(영어교육 특성화학교 이딴 것보다는 백배 낫다고 본다), 운동회 때면 엄마아빠는 물론이고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작은엄마까지 다 모시고 가서 놀아야 한다는 것, '녹색어머니회'니 '명예교사회'니 엄마들이 너나없이 참여하지 않으면 인원이 모자라 구성이 안 된다는 것.
그렇게 작은 학교이다보니 아무래도 그 장점을 살린, 장애아 통합교육이 잘 되는 것 같다. 꼼양네 한 학년 서른명 조금 넘는데, 3학년이 되도록 아직까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애들이 내가 보기에만 서너명은 된다.
그 중에 한 명인 ㄱㄷ이는 작년에 꼼양이 살짝 미워해서(왜 걔한테 모두가 배려만 해줘야 하냐고;;) 걱정을 좀 했는데 지금은 다른 반이 되어 싹 사라졌다. 아무튼 ㄱㄷ이는 입학 때부터 유치원생 키였는데 지금도 그렇다. 이제는 몸의 발달이 다른 아이들과 뚜렷하게 차이가 나서 체육시간에는 좀 따라가기 힘든 것 같았다.
ㅇㅇ이는 언젠가 나더러 "되게 귀엽게 생겼다"고 칭찬(?)을 해줬던 아이다. 꼼양네 지혜반에서 수업을 받고, 오후에는 **반(특수학급)에서 추가 공부를 하는 모양이다. 꼼양은 늘 **반에 가서 논다. 거기 가면 아크릴 물감이니 뭐니, 신기한 미술재료가 많이 있단다. (여담이지만 꼼양은 아크릴 물감에 환장을 한다. 언젠가 "엄마, **반에는 물에 풀어서 그림을 그린 다음에 굳어버리는 물감이 있어요" 해서 '아크릴 물감'이라고 가르쳐줬다. 그랬더니 이름을 들어봤었는지 "맞아요, 맞아요!" 했다. "외할머니한테 그 물감 많아" 했더니 눈이 @.@ 이렇게 됐다.)
또 한 아이 ㅎㄹ는 발달에 정확히 어떤 장애가 있는지는 알 수 없는데, 말을 잘 못하고 더듬는다. 1학년 때 잠시 동안 같은 반이었던 ㄷㄷ는 자폐아였는데 집이 멀어서 전학을 갔다.
나는 장애아 친구가 한 명도 없다. 같은 환경에서 공부를 한 적도 한 번도 없었다. 초등학교 때 소아마비를 앓았던 학생이 있었고 고등학교 때에는 알비노 학생이 한 명 있었는데 두 사람과 같은 반이었던 적은 없다.
꼼이는 다행히도 나보다 장애가 있는 사람을 훨씬 잘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당연히' 서로 도우며 함께 생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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