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월가를 점령하라

딸기21 2011. 10. 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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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월스트리트에서 젊은이들이 중심이 되어 시작된 시위가 3주째를 맞으면서 갈수록 확산되고 있습니다. 당초 이 시위는 애드버스트 등의 몇몇 소규모 시민단체들 주도 아래 지난달 17일 시작됐습니다. 
월가의 탐욕스런 자본주의가 서민들, 특히 청년층을 생존의 위기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습니다. 당국의 강경진압 때문에 며칠 못 가 시위대는 몇백명 선으로 줄었고, 곧 사그라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주최측은 맨해튼에 2만명을 모으겠다고 처음에 밝혔는데, 한번에 모이는 시위대 규모는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장기간 계속되면서 연 참가인원이 늘고 있고, 또 유명인들이 가세하면서 파급효과는 더욱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월가를 점령하라 http://occupywallst.org/ 



‘월가를 점령하라’는 이름의 이 시위를 가리켜 일각에선 올봄 아랍 민주화혁명을 가리키는 ‘아랍의 봄’에 빗대어 ‘미국의 가을’이라고까지 부르고 있는데요. 마거릿 대처 정권의 시장만능주의에 반대해 영국에서 일어났던 ‘런던 분노의 겨울’을 연상케 하기도 하고요. 
미국 언론들과 학계가 2011년 현재의 미국 경제와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상징하는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위에 관심을 집중시킨 것은, 역설적이지만 경찰입니다.
지난달 24일 경찰이 시위대를 최루액으로 강경진압하고 수백명을 체포하면서, 오히려 시위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대단히 주목받는 양상은 아니었는데, 당국이 지금까지 830명을 체포하고 700여명에게 소환장을 발부하면서 강경진압 이슈가 부상했습니다. 특히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에 강경진압 영상이 오르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졌습니다. 
그러자 뉴욕 경찰은 시민위원회를 통해 진상을 조사하겠다고 약속하며 물러섰습니다. 지난달의 강경진압 뒤 맨해튼 도심에서 멀찍이 쫓겨났던 시위대는 지지여론을 발판 삼아 다시 월가로 나섰습니다. 
3일에는 좀비 복장을 한 시위대 수백명이 가짜 지폐를 쥐고 뉴욕증권거래소 앞에서 행진을 했습니다. 재정적자 줄이고, 전쟁 중단하고, 부자들에게 세금을 물리라는 것이 시위대가 주장하는 내용입니다. 
참가자 수백명은 뉴욕 도심 공원에서 노숙을 하면서 농성 반, 이벤트 반 성격의 시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수전 서랜든과 마이클 무어 등의 명사들이 시위에 참석한데 이어, 억만장자인 조지 소로스가 시위에 공감한다고 공개적으로 지지를 밝혔습니다. 
소로스는 자기 이름을 딴 펀드를 운용하면서 헤지펀드의 대부로 군림해왔지만 돈을 번 뒤에는 동유럽 민주화 등에 거액을 기부하면서 자선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고, 현재의 탐욕스럽고 불평등한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소로스는 3일 월가 시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시위대에 공감한다”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은행들은 큰 이익을 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배우 알렉 볼드윈도 트위터에 뉴욕 경찰의 시위대 진압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세계적 석학인 노엄 촘스키 MIT 교수도 지지의사를 밝혔고요.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이번 시위에 참가하는 이들의 면면을 분석하면서 과연 새로운 국민적인 운동의 불씨가 될 수 있을지를 전망하는 기사들을 싣고 있는데요. 
참가자들의 정체성은 제각각입니다. 청년 실업자도 있고 가난한 노조원도 있습니다. 무정부주의자, 반세계화 운동가, 시민단체 등 다종다양한 이들이 시위에 나섰습니다. 
그만큼 풀뿌리 저항의 성격이 강하다고도 볼 수 있고, 반면에 일관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온갖 불만들을 표출하는 데에 그칠 우려도 있는데요. 현재로선 자발적으로 월가에 모인 이들이 제각각 목소리를 내는 양상입니다. 8일 시카고에서도 집회가 열리는데, 이 집회의 주제는 아프간 전쟁 반대라고 합니다. 
시위대가 자본가들의 탐욕을 질타하는 것 외에 구체적인 요구사항이나 대안을 내놓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있고, 그런가하면 어떤 이들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높이 평가합니다. 


 

시위는 각지로 퍼지고 있습니다. 
 
미국 보스턴,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필라델피아 등지에서 비슷한 집회가 속속 열리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도 6일 행진을 한다고 하고요. 이런 시위대는 월가 시위를 본떠 ‘시카고를 점령하라’, ‘로스앤젤레스를 점령하라’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각각 자기가 사는 곳에서 고삐 풀린 자본주의에 대한 불만을 토해내는 거라고 봐야겠지요. 온라인에서도 이런 이름의 소셜네트워크 사이트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토론토 주식시장을 점령하라’는 단체가 15일 토론토 증권가인 베이 스트리트에서 가두 시위를 할 예정입니다. 토론토 뿐 아니라 밴쿠버, 몬트리올, 캘거리 등 캐나다 주요도시에서 시위를 할 계획이랍니다. 
호주에서도 같은 날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 퍼스, 애들레이드 등 대도시에서 ‘호주를 점령하라’는 가두시위를 한다고 하네요. 일본에서는 ‘도쿄를 점령하라’는 페이스북이 열렸고 영국에서도 비슷한 사이트가 생겨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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